프로야구팬들은 최고 인기 구단을 꼽을 때 흔히 ‘엘롯기’라는 표현을 씁니다. LG, 롯데, KIA를 합친 말이죠. 그런데 실제 인기 순위는 ‘롯삼기’에 더 가까운지 모릅니다. 적어도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이 여론조사 회사에서 21~23일 사흘 동안 1,007명에게 ‘국내 프로야구팀 중에서 귀하가 가장 좋아하시는 팀(구단)은 어느 팀입니까’ 묻자 롯데, 삼성, KIA 순서로 나왔거든요.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삼성과 KIA는 10%로 동률입니다.
올해만 특이한 건 아닙니다. 한국갤럽에서 30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는 2010년 자료부터 들어 있는데 그때부터 한 번이라도 10% 이상 지지를 받아본 건 롯데, 삼성, KIA뿐입니다. ‘엘롯기’에 속한 LG는 2014년 7%가 선택한 것이 기간 최고 기록입니다.
단순히 이 8년 동안 평균을 내보면 두산이 5.8%로 LG(5.1%)보다 더 많은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팀으로 꼽았습니다. 지난해 안방 관중 숫자도 두산이 평균 1만6181 명으로 LG(1만6078 명)에 근소하게 앞섰습니다. 방문 경기 평균 관중도 두산(1만 2,236명)이 LG(1만 1,622명)보다 많았습니다.
롯데가 최고 인기 구단 자리를 되찾은 건 2013년 이후 4년만. 그때(2013년)는 △롯데 14% △KIA 12% △삼성 10% 순이었습니다. 그 후 2014년에는 △삼성 13% △롯데 12% △KIA 11%였고, 2015년에는 △삼성 12% △롯데 11% KIA 9%였습니다. 지난해에도 삼성이 12%로 1위였고 롯데가 10%, KIA가 9%였습니다.
롯데는 지난해에도 선호도 2위 구단이었는데도 안방 사직구장이 텅텅 비어 고민했습니다. 올해는 다를까요? 일단 이대호(35)가 돌아왔다는 건 확실히 고무적인 일입니다. 같은 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국내 프로야구 선수로 꼽힌 게 이대호(10%)였으니까요. 롯데에서 괜히 ‘이대호 응원존‘이라는 아이디어를 낸 게 아닐 겁니다.
이대호 말고도 사직구장에 관중이 들어차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은 뭐가 있을까요? 예전에 ‘그 많던 롯데 팬은 전부 어디로 갔을까’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일단은 성적입니다. 롯데가 ‘가을야구’에 나간 건 2012년이 마지막이었고 그 뒤로 관중이 빠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승을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2008~2012년 5년 동안 롯데는 4위 세 번에, 3위 두 번을 했을 뿐입니다.
물론 우승을 하면 난리가 납니다. 1984년 처음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부터 1992년 다시 한국시리즈 정상에 서기까지 9년 동안 롯데가 기록한 평균 관중 순위는 1.11위였습니다. 이 9년 동안 1990년에 딱 한 번 2위(1위는 우승팀 LG)였을 뿐 나머지는 줄곧 1위였습니다.
올해 이 전망은 살짝 부정적입니다. 역시 한국갤럽 조사에서 ‘올해 어느 팀이 우승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묻는 질문에 롯데라고 답한 롯데 팬은 22%였습니다. 이는 10개 구단 평균 33.5%보다 11%포인트 이상 낮은 기록입니다. 롯데보다 자기 팀 우승 확률은 낮게 본 건 넥센(14%) 팬밖에 없었습니다.
2008년 전체 프로야구 관중 가운데 롯데 안방 관중이 차지하는 비율은 26.2%였습니다. 지난해에 이 비율은 10.2%로 내려왔습니다. 올해는 다를까요? 사직에도 드디어 봄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