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말 실리콘앨리에 대한 이야기를 칼럼에서 다룬 이후 약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실리콘밸리에 못지않은 성장세를 보이며 다양한 형태의 스타트업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는 뉴욕의 실리콘앨리는 지난 시간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향후 실리콘앨리에서 어느 분야와 지역을 주목해야 할지 살펴보고자 한다.
1. 실리콘앨리의 지속적인 성장
실리콘앨리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었지만, 2015년 실리콘앨리는 그 성장세가 실리콘밸리를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다.
미국의 엔젤투자 정보업체인 ‘거스트(GUST)’에 따르면 2014년 2분기에 뉴욕의 투자금 지원 신청(funding application) 비율은 21.2%로 캘리포니아의 17.5%보다 높았다. 하지만, 2015년 말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20%, 뉴욕 17.2%로 다시 캘리포니아의 비중이 높아졌고, 2016년 상반기에는 캘리포니아 22.1%, 뉴욕 17.2%로 캘리포니아의 투자금 지원 신청 비율이 앞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수치를 봤을 때, 뉴욕 스타트업의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코넬대의 연구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경제 성장이 부진했던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뉴욕지역의 테크 기반 스타트업은 Etsy, BuzzFeed, Google 및 Gilt Groupe와 같은 대기업은 물론 뉴욕에 위치한 중소기업의 지원에 힘입어 32%가 증가했다. 2015년 말까지 실리콘밸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해 온 뉴욕의 실리콘앨리는 투자금 지원 신청 비율은 다시 실리콘밸리에 밀려난 모양새지만 여전히 미국 내 2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른 지역의 비율은 아직 두 자릿수를 넘기는 지역이 없다).
뉴욕시에 따르면, 뉴욕시에 위치한 스타트업들이 벤처캐피털로부터 받은 펀딩 금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2011년 24억 달러였던 펀딩 규모는 2014년에 46억 달러가 되면서 거의 2배에 가까이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는 뉴욕시의 기술기반 경제 규모가 1250억 달러에 달하는 데에 크게 기여했다. 단순한 숫자가 아닌 실리콘앨리의 질적인 성장 측면에서 보면 투자금 신청 비율과 별개로 뉴욕에는 구글, 트위터, IBM, 페이스북 같은 거대 IT기업들이 사무실을 이전부터 열어두고 있었고, 개발자를 비롯해 인재들을 채용해왔다.
뿐만 아니라 최근 CB Insights가 공개한 전 세계 유니콘 기업들 중 10%는 실리콘앨리에 소재하고 있다. 위워크나 스포티파이, 몽고DB, 베터먼트와 같은 성공한 스타트업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도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2. 뉴욕시 주도의 테크허브 정책
지난 칼럼에서도 실리콘앨리의 강점으로 뉴욕시의 지원과 뉴욕에 소재한 각 대학들의 창업 지원 계획을 꼽았는데 약 1년 반이 지난 현재, 이러한 기조는 변하지 않았으며 더욱 구체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뉴욕시는 전임시장이었던 블룸버그 시장 때부터 시작된 테크 허브 만들기 정책이 드 블라지오 현 시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전자 제품 소매업체인 PC Richard & Sons의 부지인 이스트 14번가 124번지 부지는 25만8천 스퀘어에 이르는 뉴욕시의 테크 허브의 중심으로 변화될 예정이다.
2020년경에 오픈 할 예정인 테크 허브에 대해 드 블라지오 시장은 “기술 경제를 강화하고 성장시키는 노력을 추진하고 점점 더 많은 뉴요커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시가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인재들은 물론 일반시민들의 재능을 육성할 수 있도록 저렴한 기술 교육을 통해 기술 분야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뉴욕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래서 2억5천만 달러 규모의 이 테크 허브 프로젝트에는 여러 형태의 학습과 강의가 이루어지고, 스타트업과 VC, 예비창업자들 간의 네트워킹 지원, 스타트업 업계와 뉴욕시 정부에 대한 요구를 실시간으로 접수하고 피드백을 할 수 있는 대규모 교육 센터가 포함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Start-up NY이라는 뉴욕의 정책은 많은 인재들과 스타트업들을 실리콘앨리로 불러들이고 있다. 뉴욕 주 전역의 대학 캠퍼스 내 혹은 근처에 스타트업을 설립하는 경우 10년간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독특한 정책이다. 단순히 스타트업들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이 설립되는 근처 지역 대학 및 관계 기관과 함께 네트워킹을 통해 시너지를 일으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4년에 설립된 뉴욕 테크 탤런트 파이프라인(NYC Tech Talent Pipeline, TTP) 프로그램은 대학생부터 불완전 고용자 또는 실직 상태의 뉴요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술기반의 직업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한 예로 한 뉴욕시민은 22주간 진행되는 웹 개발 교육 프로그램인 NYC Web Development Fellowship에 지원해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인턴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고 이후 정직원으로 채용되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됨과 동시에 실리콘앨리를 지탱하는 인력이 될 수 있었다.
올해 2월 TTP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행한 드 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1백만 달러의 투자와 새로운 교육기관, 일반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TTP 프로그램을 확장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뉴욕시의 중소기업 담당 부서에서 운영하는 TTP 프로그램은 현재 버라이즌, 엑센추어, IBM과 같은 기업들과의 연계를 통해 각종 견습 및 인턴십을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175개에 달하는 기업들과 컬럼비아 대학, 뉴욕시립대 등 15개 대학과 연계한 파트너십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뉴욕시의 정책에 발맞춰 엑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털들은 무상으로 사무실 공간을 제공하거나 멘토링을 지원하고 있다. 뉴욕시에 위치한 엑셀러레이터 Startup Accelerator Grand Central Tech는 1년간 무료로 사무실 공간을 제공하고 어드바이저, 멘토들과 네트워킹 및 무료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기술 교육을 기반으로 스타트업과의 연계를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인턴십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테크 허브는 향후 10만 개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리콘앨리에게 있어서는 기술인력의 공급원(Tech Talent Pipeline)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3. 각 대학들의 지원과 계획
뉴욕시 정부의 과학기술 캠퍼스 유치 프로젝트를 통해 뉴욕시와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추진 되었던 코넬대의 테크 캠퍼스는 올해 여름부터 부분적으로 문을 열 계획이다. 다양한 대학원 과정이 개설될 예정이며 200만 스퀘어에 이르는 규모의 건물들이 들어서게 되고 뉴욕시의 테크 허브 정책을 통해 실리콘앨리의 인재 공급처가 될 전망이다.
뉴욕대는 지난 1월, 브루클린 다운타운에 위치한 엔지니어링 캠퍼스를 약 5억 달러의 예산을 들여 확장, 브루클린 지역을 엔지니어링과 응용과학의 허브로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브루클린 다운타운의 빌딩을 99년간 장기 임대하면서 건물을 리모델링 하고 첨단 시설을 갖춘 교육시설로 탈바꿈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컬럼비아대는 기존 학교 인근의 웨스트 할렘 지역에 캠퍼스 건물 두 개 동을 총 63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건립했다. 컬럼비아대에 따르면 올해 4월과 5월에 각각 예술분야와 신경과학 및 뇌과학 연구에 특화된 건물이 문을 열 예정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블룸버그 전 시장 때부터 실리콘밸리에 비해 공간과 시설 등이 미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뉴욕시가 실리콘앨리를 미국에서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며 각 대학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점이 대학들의 참여를 이끌어 낸 것으로 보인다.
4.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주목하라
2016년을 지나면서 실리콘앨리에서 주목할 부분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미국, 혹은 뉴욕 출신 창업자들의 스타트업 외에 외국출신 스타트업들의 비약적인 부상과 전통적인 실리콘앨리인 맨해튼 지역 외에 맨해튼 근교 지역의 발전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
현재 실리콘앨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스라엘 출신 스타트업들의 약진이다. 세계적인 코워킹 스페이스 기업인 위워크(WeWork)의 창업자인 아담 뉴만(Adam Neumann)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출신으로 키부츠에서 성장한 이스라엘 출신 창업자다. 위워크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출신 혹은 미국태생의 유대인 창업자들이 설립하는 스타트업들이 실리콘앨리에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실리콘앨리가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은 뉴욕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모든 스타트업들이 마찬가지지만 이스라엘 스타트업 역시 시장에 가까이 위치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뉴욕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실리콘앨리의 성장과 더불어 뉴욕에 바로 본사를 세우는 스타트업들도 있지만, 많은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은 뉴욕을 전초기지로 삼아 마케팅과 영업, 투자유치를 진행하고 개발자들과 주요 직원들은 이스라엘에 그대로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문화적인 배경에서도 유대인들에게는 뉴욕이 서부보다 훨씬 친숙하며 시차를 고려했을 때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가까운 점이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이 실리콘앨리를 선택하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뉴욕을 기반으로 한 이스라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투자자 및 코워킹 스페이스간의 인터랙티브 지도를 제공하는’Israeli Mapped In NY’의 창업자 가이 프랭클린(Guy Franklin)이 3년 전 지도를 처음 제작했을 때 100여 개였던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대부분 광고나 미디어 시장을 타겟으로 운영되고 있었다고 한다 (가이 프랭클린은 현재 SOSA New York이라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기반의 인큐베이터/엑셀러레이터에서 제너럴 매니저로 근무하면서, SOSA New York은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을 위주로 육성을 진행 중에 있다).
그에 따르면 스타트업 트렌드가 소프트웨어 개발, 빅데이터, 건강, IoT 등 기술 기반으로 변화하면서 현재 300여 개에 달하는 이스라엘 스타트업이 실리콘앨리에 위치해 있고 계속해서 증가 추세에 있다고 한다. 물론 매년 많은 이스라엘 출신 스타트업들이 문을 닫고 있기는 하지만, 증가추세는 이를 훨씬 넘어서고 있으며 이스라엘 본국에서도 계속해서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실리콘앨리로의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뉴욕에 자리를 잡은 이스라엘 스타트업 중에서는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유명세를 떨친 성공 사례를 보여주는 기업들이 있다. 작년 벤처캐피털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기업들 중 많은 기업이 이스라엘 출신 창업자가 설립한 스타트업이었다. 우버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Gett은 두 명의 이스라엘 출신 창업자가 2010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작년 5월 폭스바겐을 포함해 4억 달러의 펀딩을 유치했다. 잘 알려진 WeWork은 물론 유발 탈(Yuval Tal)이 설립한 결제 및 송금 시스템을 제공하는 Payoneer는 2억 달러에 가까운 펀딩을 받았다 (한국어로 서비스를 하면서 한국시장에도 진출했다).
이밖에 뉴욕, 워싱턴DC, 시카고에서 차량 공유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Via는 작년 5월 1억 달러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한 바 있고, 비즈니스 분석 회사인 Sisense는 5천만 달러의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하는 등 거액의 펀딩을 유치한 스타트업들 중 많은 스타트업들의 창업자들이 이스라엘 출신이다.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증가하고 성공 사례를 계속해서 만들어 간다면 이스라엘은 향후 실리콘앨리를 이끌어 나가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5. 브루클린과 퀸즈도 실리콘앨리
이전 칼럼에서도 다뤘던 바와 같이 맨해튼을 중심으로 금융업 기반의 경제성장을 이루어 온 뉴욕은, 전통적인 제조업이 기반인 퀸즈(Queens)와 브루클린(Brooklyn) 지역이 미국 제조업의 몰락과 더불어 암흑기의 시간을 보내왔다. 그동안 퀸즈지역은 주로 한국, 중국 등 아시아인의 거주지역으로, 브루클린은 소득이 낮은 흑인층 거주지역으로 여겨지면서 맨해튼의 실리콘앨리와는 큰 관련이 없는 지역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브루클린과 퀸즈 지역이 새로운 스타트업의 공간으로 바뀌면서 맨해튼뿐만 아니라 실리콘앨리는 뉴욕시 5개 보로 전역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리콘앨리는 그동안 수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냈고 새로운 벤처캐피털 펀드 및 도시 전역에 코워킹 공간 및 각종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맨해튼 중심의 실리콘앨리는 비좁은 도시의 특성과 높은 임대료 등 더 이상 스타트업들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이스트 리버를 두고 다리를 건너면 바로 접할 수 있는 브루클린과 퀸즈 지역이 지리적으로 실리콘앨리의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한 스타트업은 작년 여름 실리콘밸리에서 브루클린의 덤보 지역으로 이전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급격히 증가한 사무실 임대 비용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과거보다는 임대료가 많이 상승하긴 했지만 여전히 브루클린은 실리콘밸리나 맨해튼보다는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공간을 구할 수 있고 지하철로도 맨해튼에서 몇 분 거리에 떨어져 있기 때문에 최근 많은 스타트업들이 선호하고 있다.
브루클린에 주요 신생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현재 무려 500여 개에 달하는 스타트업들이 브루클린 테크 트라이앵글이라 불리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브루클린은 오래전부터 문화적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한 예술가들의 고향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예술 분야와 관련된 공간과 인재들이 거주해 왔다. 특히 브루클린의 덤보 지역은 몇 년 전부터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으로 각광 받으면서 창조적이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스타트업의 특성과 쉽게 어울릴 수 있게 되었다.
덤보에는 거의 2백만 평방 피트의 사무실 공간이 있고 현재 이 지역은 기술, 디자인 및 미디어 업계의 창업자들에게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네트워킹하기에 용이한 여러 가지 매력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다. 12개가 넘는 다양한 지하철 및 버스 노선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래된 공장과 창고들은 리모델링을 통해 창의적인 스타트업의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세계적인 코워킹스페이스 기업인 위워크(WeWork)는 브루클린의 덤보, 윌리엄스버그, 다운타운 등 총 5곳에 사무공간을 열어 두고 있다.
이처럼 브루클린은 현재 실리콘앨리 생태계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브루클린 주요 지역 세 곳을 연결해 일컫는 브루클린의 테크 트라이앵글은 덤보, 네이비야드,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기술은 물론 제조, 디자인,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신생기업들과 인재들이 일하고 있다. 브루클린 테크 트라이앵글 (Brooklyn Tech Triangle)에 따르면 해당 지역 기업들이 경제에 미친 영향은 무려 30억 달러에 이르며 9,6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뉴욕시의 5개 보로 중 한 곳인 퀸즈는 스타트업을 위한 지역으로는 아스토리아가 꼽히고 있다. 아스토리아는 유서 깊은 식당들과 오래된 카페들이 있고, 그리스 음식과 이태리 음식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런 아스토리아 지역에도 현재 스타트업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위워크의 사무공간 또한 진출해 있다. 브루클린과 마찬가지로 아스토리아는 기술에 중점을 둔 인재들만을 끌어들이는 것은 아니다.
카우프만 아스토리아 스튜디오 (Kaufman Astoria Studios)와 움직이는 이미지 박물관 (Museum of Moving Image)과 같은 예술과 관련된 공간들이 위워크에서 5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 작가, 광고 관련 전문가와 같은 예술 분야의 사람들도 아스토리아로 몰려들고 있다. 맨해튼과 지하철을 통해 연결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공간과 신축 건물들이 끊임없이 지어지고 있기 때문에, 퀸즈 또한 브루클린 못지않은 실리콘앨리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6. 2017년 핀테크에 주목
실리콘앨리는 전통적으로 금융, 미디어, 광고 등 뉴욕이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산업 분야에서의 창업이 많이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기술 기반의 기업들이 속속 생겨나면서 데이터 분석이나 헬스케어,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대규모 투자유치 소식을 봐도 뉴욕의 전통적인 산업 분야가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7년 과연 어느 산업 분야에서 많은 성공사례가 나올지 예측을 해보자면 금융 분야 그중에서도 핀테크 분야를 꼽을 수 있다. 실리콘밸리나 시카고, LA 등의 대도시 지역에는 많은 돈이 몰리고 금융 분야도 활성화되어 있지만, 여전히 모든 금융 서비스 산업은 뉴욕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닷컴 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뉴욕은 금융산업이 위축되고 있었다. 미국경제가 살아나면서 다시 금융산업이 활성화됐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고 수익성을 보장받기 힘든 상황에서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을 앞세운 핀테크는 증권 및 은행의 전통적인 업무방식과 수익 기반을 뒤흔들고 새로운 사업영역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강력한 혁신 도구가 될 수 있다. 씨티그룹은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업의 일자리는 2015년의 260만 개에서 2025년까지 180만 개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자리는 줄어들지만 일자리를 대체할 기술과 새로운 프로세스, 결제 방식 등은 모두 핀테크를 통해 생겨날 것이고, 현재도 뉴욕의 많은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대형 은행과 증권사들이 놓치고 있거나 쉽게 발을 들이기 어려운 영역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뉴욕에는 베터먼트(Betterment)와 같은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으로 핀테크 경쟁과 혁신을 가속화 시키는 스타트업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2017년 실리콘앨리에서 뉴욕의 대표적인 산업인 금융 분야에서 핀테크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마치며
맨해튼으로 대표되는 실리콘앨리는 물론 신생 스타트업들이 브루클린과 퀸즈, 강 건너 뉴저지에서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실리콘앨리에 부정적인 요소로 미 전역의 벤처캐피털 투자금액은 감소하고 있고 스타트업들의 유치 건수와 금액 역시 감소 추세에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트럼프 정권의 반이민 정책도 실리콘앨리에 있어서 해외 인재들을 끌어들이는 데에 있어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실리콘앨리도 전 세계 스타트업의 트렌드와 마찬가지로 옥석을 가리는 시기가 도래한 점을 자각하고 스타트업들을 자체적으로 내공을 쌓고 자생력을 키우는 형태로 변하고 있으며 다가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스타트업 생태계가 급성장을 하는 시기는 지났고 벤처캐피털들도 한동안 붐에 가까울 정도로 투자를 했던 방향과는 다르게 성급한 투자는 하지 않고 차근차근 면밀하게 스타트업들을 관찰하고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당장의 급격한 성장세는 통계나 수치로는 나타나지 않겠지만 여전히 실리콘앨리는 뉴욕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각 대학들의 인재 양성 노력, 각국에서 몰려드는 인재들과 신생 스타트업들로 인해 실리콘밸리를 넘어서 제1의 테크 허브로 각광 받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뉴욕의 기업을 인수하거나 본사를 두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치는 사례가 언급되고 있는데, 이민역사가 길고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앞서 살펴본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의 사례 못지않게 실리콘앨리에서의 투자유치와 성공 사례가 지속적으로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문: Vertical Platform / 필자: 윤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