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
대기업 팀장입니다. 제 팀원들은 맨날 제게 해답을 구합니다. 그러고는 제가 시키는 일만 딱 해옵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제가 지시한 사항만 해오죠. 저 아니면 아무 일도 안되는 것 같아서 참 답답합니다. 제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죠?
Answer.
왠지 팀장님께서 그동안 팀원들을 잘못 이끌어오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팀장이라면 팀원들의 모든 질문에 답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분은 팀원들이 자기에게 답을 물어보면 매우 좋아하죠. 그리고 팀원들이 자신이 알려준 답에 따라 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해합니다.
그러나 팀장이 팀원들의 모든 질문에 대해서 올바른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팀장이 신이 아닐진대… 많은 팀장들은 이처럼 자신의 업무 역량을 초과하여 무리하게 일을 지시하는 과정에서 자칫 잘못하면 팀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팀장이 정말로 유능해서 팀원들의 모든 질문에 제대로 답변할 수 있더라도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그런 식으로 팀을 이끌면 팀장은 기분이 좋을지 몰라도 팀은 발전이 없습니다.
팀장이 팀원들의 모든 질문에 답변할 수 있더라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팀원들은 팀장으로부터 답을 받아오는 업무방식에 익숙해진 나머지 스스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죠. 팀원들이 이처럼 팀장이 제공한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그 팀원들은 어떠한 문제 해결 능력도 못 갖추게 됩니다.
그 팀에는 다음과 같은 악순환이 반복될 겁니다.
- 팀장이 팀원들에게 모든 해답을 제공한다.
- 팀원들은 팀장이 준 해답에 맞춰 일을 한다.
- 팀원들은 점차 이러한 업무방식에 익숙해진다.
- 팀원들은 결국 팀장이 시키는 일만 잘하게 된다.
- 팀원들은 일을 제안하는 대신 팀장의 지시를 기다린다.
- 팀장은 팀원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못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 팀장은 팀원들에게 계속해서 모든 해답을 제공한다. (1번 반복)
경험담
보수적인 B사에서 컨설팅 프로젝트를 하면서 겪은 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B사는 상명하복 문화가 매우 강한 회사로 유명하죠. (※ B는 ‘보수’의 첫 글자로 회사명과는 하등 관련이 없습니다)
당시 저는 저희 회사와 B사 팀원으로 구성된 TFT 팀장이었고, 그 팀에는 B사에서 일을 깔끔하게 처리하기로 소문난 L차장이란 분이 계셨습니다. 저는 그래도 직급이 차장이니까 배려해 드린다는 뜻에서 프로젝트의 큰 아웃라인만 정하고 “나머지 세부사항은 차장님께서 알아서 하시죠”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L차장은 뜻밖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니, 그렇게 대충 지시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그는 매우 불편해하셨습니다.
아, 저는 차장님께 자율권을 드린 건데요.
아뇨. 저는 오히려 이게 더 불편합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작은 부분 하나까지 상세하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혹시 L차장이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걱정했죠. 그런데 놀라운 점은 L차장이 오히려 안도하는 겁니다.
그때 저는 깨달았죠. L차장은 상사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상명하복 문화에 익숙해진 나머지 스스로 생각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거의 결여된 상태라는 것을. 당시 제 머리를 띵하고 때리면서 떠오른 생각은 ‘이 회사 오래 다니면 로보트 되겠다’였습니다.
제안
팀장님들, 이렇게 한번 해보시면 어떨까요?
- 팀원들에게 답을 주기보다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팀원들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 팀원들이 방향을 잘못 잡아 헤매고 있을 경우에는 역시 질문을 통해 팀원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한다.
- 팀원들이 막혀 끙끙대고 있는 경우에는 중요한 이슈 한 가지에 대해서만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의 핵심은 팀장이 직접 답을 주는 대신 질문을 통해 팀원들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질문으로 팀을 이끌면 팀은 팀장이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되 팀장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의외의 수확물’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당연히 오너십과 문제 해결 능력도 배양 되고요.
물론 이렇게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팀원들에게 매번 해답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질문을 하는 게 조금은 더 쉽지 않을까요? … 많이 쉽겠죠.
실제로 정확한 답은 몰라도 질문은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정작 팀장 본인은 해답을 몰라도 팀에 핵심 질문을 던짐으로써 팀원들의 집단 지식을 이끌어내어 해답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질문을 할 때 상대방이 잘 알고 있는지 확인하는 질문을 하면 안 됩니다. 이보다는 ‘팀원들의 생각을 넓힐 수 있는 질문’ 또는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는 질문’을 해야 합니다.
제가 아는 모 회사에서는 사장님께서 직원들을 데리고 ‘질문 놀이’를 하십니다.
자네는 마케팅이 뭐라고 생각하나?
…
마케팅은 바로 고객이야, 고객.
사장님께서 이렇게 선문답을 날리시면 순진한 직원들은 “마케팅은 고객이다”, “마케팅은 고객이다”, “마케팅은 고객이다”라고 딸딸딸 외웁니다. 자기네들끼리도 “마케팅이 뭔지 알아?”라고 질문을 날리기도 하구요.
이건 참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 사장님 말씀이 무슨 십계명도 아니고…
Key Takeaways
- 팀장이 팀원들의 모든 질문에 답변을 해주면 팀원들은 팀장으로부터 답을 받아오는 업무방식에 익숙해져서 스스로 해답을 찾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 팀장은 직접 답을 주는 대신 질문을 통해 팀원들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유도해야 한다.
- 그렇게 하면 팀원들은 팀장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의외의 수확물을 가져오고, 오너십과 문제 해결 능력도 키울 수 있다.
원문: 찰리 브라운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