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
새로 오신 팀장님이 자꾸 팀원 성과를 가로채 가요. 일 시키실 때는 아무런 가이드라인도 안 주시다가 나중에 좋은 결과가 나오면 마치 자기가 혼자서 다 한 것처럼 상무님께 보고 드리고요.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죠?
Answer
이런! 많이 답답하시겠어요. 화가 나실 만도 하고요. 먼저 이분이 좋은 팀장은 아닌 것 같네요. 짐 콜린스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언급한 ‘위대한 리더’라면 모든 공을 팀원들에게 돌리고 자신은 “단지 좋은 팀원을 만나 운이 좋을 뿐”이라고 얘기했겠죠. 다음으로 ‘그냥 좋은 리더’라면 자신의 공은 자신에게, 팀원의 공은 팀원에게 돌리겠죠.
그런데 이 분은 원스텝 더 나아가 자기가 하지도 않은 일을 자신의 성과로 만드는 ‘얌체 팀장’이라고 할 수 있네요. 문제는… 이 세상에 짐 콜린스 책에 나오는 ‘위대한 팀장’은 거의 없다는 겁니다. 대부분이 그냥 좋은 리더이고, 가끔은 얌체 팀장을 볼 수 있습니다.
만약 내가 운이 대땅 없어 이런 얌체 팀장을 만났다면? 대응방안을 수립하기에 앞서 먼저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습니다. 팀장과 나와의 승진 연차가 얼마나 나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1. 승진 연차가 클 경우
얌체 팀장과 나와의 승진 연차가 3년 이상이라면 짜증은 나겠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3년 이상의 격차라면 승진 대상으로 함께 고려되지 않기 때문에 팀장과 나는 절대로 경쟁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팀장은 나에 대한 경계를 늦출 것이고 나 또한 팀장이 잘된다고 해서 별로 손해 볼 것은 없습니다(물론 짜증이 나고 배가 아프겠지만요).
이 경우 내 ‘짜증 게이지’만 조절할 수 있다면 나는 얌체 팀장과 충분히 공생할 수 있습니다. 내가 마음을 아주 많이 너그럽게 먹고, 불의에 대한 인내심만 좀 키운다면 말이죠. 먼저 다음 3가지 ‘51% 정답’을 염두에 두십시오.
- 팀장은 내 경쟁상대가 아니다.
- 팀장이 잘돼야 팀이 잘된다.
- 팀이 잘돼야 나도 잘된다.
그리고 팀장에게 기꺼이 공을 넘기십시오. 팀장은 내 공을 빼앗아갈 때마다 나에게 감사하는 마음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가질 겁니다. 따라서 내가 계속 성과를 내는 이상 팀장은 나를 계속 데리고 가려고 하겠죠.
나 또한 팀장이 잘돼야 팀이 잘되기 때문에 팀장이 잘되는 것을 막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조금은 얄밉지만 팀장이 잘되도록 서포트하는 것이 내 이익에 부합합니다. 빨리 팀장이 승진돼야 나도 승진할 수 있습니디.
주의할 점은 ‘욱심’, 즉 ‘욱하는 심정’입니다. 특히 내 성과를 마치 자기 것인 양 의기양양해 하는 못난 팀장을 볼 때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다스리는 데 실패하여 나도 모르게 ‘욱’할 경우, 나중에 팀장이 앙심을 품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이게 말이 쉽지 보통 인내심을 요하는 게 아닙니다. 그래도 꼭 해야 합니다. 그것도 능력입니다.
2. 승진 연차가 작을 경우
얌체 팀장과 나와의 승진 연차가 2년 이하라면, 짜증은 다음 문제고 당장 본인의 안위에 대해서 걱정해야 합니다. 2년 이하의 격차라면 승진 대상으로 함께 고려되기 때문에 얌체 팀장과 나는 항상 비교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팀장은 항상 나를 경계할 것이고 내가 잘 되는 것을 속으로 바라지 않을 가능성이 높죠.
나 또한 팀장이 잘되는 것을 배 아파할 필요는 없지만 내 밥그릇을 뺏기면서까지 팀장을 서포트해 줄 필요는 없겠죠. 내 공이 팀장한테 넘어간다면 재주는 내가 부리고 성과는 팀장이 가져가고 나는 상대적으로 역량이 떨어져 보이니까요.
다행히 팀장이 신사적으로 페어플레이할 경우 나는 거기에 응해주면 그만입니다. 둘은 경쟁자이지만 서로를 존중해주며 반칙 없이 경기에 임하면 되겠죠. 하지만 더티플레이하는 얌체 팀장이라면? 이때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무조건 그 팀에서 나와야 합니다.
팀원은 어떤 경우에도 팀장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팀원 평가권과 임원 보고권이 모두 팀장한테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아무리 일을 잘해도 팀장이 그 성과를 가로채 간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 팀장 몰래 임원을 찾아가 그동안의 팀장의 만행을 꼰지르거나
- 일을 망쳐 프로젝트를 사보타주하는 것밖에 없는데
둘 다 팀원 입장에서는 좋을 게 없습니다.
행여나 ‘내가 팀장을 밀어주면 다음에 팀장이 나를 밀어주겠지’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죄송하지만 꿈 깨십쇼. 그러다가는 믿는 팀장에게 발등 찍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그 팀장은 짐 콜린스가 얘기한 ‘위대한 팀장’이 아니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얌체 팀장’이기 때문에
- 내가 도와줘서 승진한 게 아니라 ‘자기가 잘나서 승진했다’라고 굳게 믿고 있을 것이고
- 내가 자기의 경쟁상대인 것을 알기 때문에 나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려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안타깝지만 그게 인생이고 우리나라 직장인의 서글픈 현실입니다.
Key Takeaways
- 팀원 성과를 가로채는 ‘얌체 팀장’을 만나면 팀장과 나와의 승진 연차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 승진 연차가 클 경우, 팀장이 잘돼야 팀이 잘되고 팀이 잘돼야 나도 잘된다는 믿음을 갖고 팀장에게 기꺼이 공을 넘긴다. 단, 욱하기 없기.
- 승진 연차가 작을 경우, 무조건 그 팀에서 나온다. That’s life!
원문: 찰리브라운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