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
과장 1년 차 직원입니다. 요즘 팀장님께 매번 꾸중을 듣습니다. 원하시는 내용도 다 정리하고 분석도 실수 없이 완벽하게 했는데 보고드릴 때마다 제게 “오너십이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죠?
Answer
과장 1년 차 때 누구나 들었을 법한 얘기입니다. 과장으로 승진했으니 이제 대리나 사원처럼 일해서는 안 되겠죠. 아마 팀장님도 과장님이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더욱 발전하라는 의미에서 혼냈을 것 같습니다. 51% 정답은 제가 자주 사용하는 ‘북 스마트(Book Smart) vs. 스트리스 스마트(Street Smart)’ 기법으로 설명 드리지요.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이 출연한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에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세상에는 두 부류가 있다. ‘북 스마트(Book Smarts)’ 그리고 ‘스트리트 스마트(Street Smarts)’.”
북 스마트는 가방끈이 길고 지식이 해박해서 논리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을 하는 부류를 지칭합니다. 스트리트 스마트는 정규 교육은 짧지만 ‘속세에서 구른’ 시간이 많아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죠. 논리보다는 경험에 더 많이 의존하고, 이성보다는 본능과 직감에 의해 판단합니다.
북 스마트를 위한 답변
- 팀원의 역할은 ‘정리’나 ‘분석’이 아닌 ‘제안’
잠시 15년 전 제 얘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당시 대리급이었던 저는 현 부장이라는 팀장이 이끄는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습니다. 현 부장은 당시 일 잘하고 깐깐하기로 소문나 있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저 또한 일을 못하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웬걸, 저는 첫 보고 때 무참히 깨졌습니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지시한 대로 A와 B 두 개의 옵션에 대해서 그 장단점을 비교·분석한 뒤 한 페이지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습니다. 인정받기 위해 평소보다 더 심혈을 기울여 자료를 작성했습니다. 현 부장은 제 보고를 다 듣고 나서 질문했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뭐죠.”
“예, A는 이러이러한 장단점이 있는 반면 B는 저러저러한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건 알겠는데 결론이 뭐죠.”
“예? 결론이요? 말씀드렸듯이 A는 이런 장단점이 있고 B는 저런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건 알겠다니까. 그래서 A랑 B의 두 가지 옵션 중에서 무엇을 하는 게 좋냐고요.”
“그… 그건, 팀장님께서 결정하실 사항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죠, 결정은 내가 하는데 당신이 제안하는 건 뭐냐구요?”
“…….”
‘오너십이 부족하다’는 류의 꾸중을 한 5분 동안 들었던 것 같습니다. 글로만 표현하니까 조금 전달력이 떨어지는데 매우 큰 소리로 저를 혼냈죠.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대리 정도 됐으면 팀원의 역할은 알아야지. 당신이 무슨 신입사원이야? 팀원의 역할은 단순히 팩트를 정리하거나 장단점을 분석하는 게 아니라 최적의 솔루션을 제안하는 겁니다. 그리고 왜 그러한 제안을 하게 됐는지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구요.”
현 부장의 말씀대로라면 저는 다음과 같이 보고 드렸어야 했습니다.
‘부장님, A와 B 두 옵션의 장단점을 비교·분석해본 결과, 이러이러한 이유로 A가 더 좋은 옵션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이러이러한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있습니다만, 저러저러한 방법을 실행하면 리스크를 이 정도까지 현저하게 낮출 수 있습니다.’
팀원의 역할은 단순히 옵션을 비교·분석하는 것이고 결정은 팀장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경우 저는 그 결정에 책임이 없게 되죠. 직접 선택한 게 아니니까. 그러나 제가 어떤 옵션을 제안하고 팀장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저 또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되겠죠. 어떠한 제안도 하지 않고 분석 결과만 요약·정리한 제 보고가 현 부장의 눈에는 오너십이 부족한, 무책임한 행동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현 부장으로부터 받은 소중한 레슨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너십이 있는 팀원이라면 단순히 사실을 정리하거나 분석하는 데 그치지 말고 최적의 솔루션을 제안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안할 때도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스트리트 스마트를 위한 답변
- 제안을 너무 강하게 하면 ‘역린’을 건드린다
때로는 너무나 확신에 찬 나머지 제안을 너무 강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이 경우 팀장에 따라서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으시는 분들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니, 팀장은 난데 팀원이 결정까지 다 해버리네’라고 기분 나빠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다는 거죠.
저 또한 이런 경험을 해서 당황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A와 B 두 개의 옵션을 분석했는데 A가 확실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팀장에게 “A를 선택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명확합니다”라고 조금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팀장은 약간 비꼬는 투로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아, 그래요? 뭐 내가 필요 없겠네. 상무님께 그렇게 보고하세요.”
저는 순간 제 실수를 알아채고 바로 죄송하다고 사죄했습니다. 당시 팀장은 제가 조금 주제넘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대비해 닳고 닳은 스트리트 스마트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많이 사용합니다. A와 B에 대해서 “A가 더 좋은 선택입니다”라고 결론을 내리는 대신 “6 대 4로 A가 더 유력한 것으로 판단됩니다”라고 조심스럽게 제안하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영악한 방법은 A와 B의 비교·분석만 하고 결론은 내리지 않되 자료를 읽어보면 삼척동자라도 A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게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이런 보고를 받은 팀장은 “내 생각에는 A가 더 좋은 것 같은데”라고 얘기할 것이고 그때 이렇게 응수하면 됩니다.
“예, 저도 팀장님 말씀 듣고 보니 그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고서를 수정해서 다시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결론적으로 제안을 너무 티 나게 하지 말고, 원하는 결론에 팀장이 도달하게끔 보고서를 작성하세요. 그리고 팀장의 말씀에 맞장구쳐주세요.
Key Takeaways
- 팀원의 역할은 ‘정리’나 ‘분석’이 아닌 ‘제안’이다.
- 하지만 제안을 너무 강하게 하면 팀장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
- 이 경우 직접 제안을 하는 대신 팀장이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게끔 유도해라.
원문: 찰리브라운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