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estion
얼마 전 팀장님으로부터 첫 과제를 받은 신입사원입니다. 팀장님께서 중간중간마다 보고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얼마나 자주 해야 하나요? 그리고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에서 하면 좋은가요?
Answer
신입사원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고민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자주 사용하는 ‘북 스마트(Book Smart) vs. 스트리스 스마트(Street Smart)’ 기법으로 설명드리지요. 도널드 트럼프는 자신이 출연한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에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세상에는 두 부류가 있다. ‘북 스마트(Book Smarts)’ 그리고 ‘스트리트 스마트(Street Smarts)’.”
북 스마트는 가방끈이 길고 지식이 해박해서 논리적 사고와 합리적 판단을 하는 부류를 지칭합니다. 스트리트 스마트는 정규 교육은 짧지만 ‘속세에서 구른’ 시간이 많아 책에서는 배울 수 없는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죠. 논리보다는 경험에 더 많이 의존하고, 이성보다는 본능과 직감에 의해 판단합니다.
1. 북 스마트
- 완벽주의는 금물, 부실해도 자주 소통해라
저는 팀장을 참 오랫동안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온갖 상황을 다 접해봤는데 그러한 경험에 비추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팀장이 신입사원에게 어떤 과제를 주고 보고를 받을 때 ‘베스트 케이스 시나리오’는 열을 지시했는데 열은 물론 열다섯, 열여섯까지 해오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사실 팀장일 당시 신입사원으로부터 ‘베스트 케이스’는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다음에 말씀드리는 ‘워스트 케이스 시나리오’만 피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워스트 케이스 시나리오 1: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신입사원에게 과제를 주고 일주일 지나도록 아무런 보고도 못 받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답답한 나머지 불러서 진행 상황을 체크해 봤더니… ‘제로’ 더라구요. “아니, 왜 여태껏 아무것도 안 했어요?”라고 하자 답하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요.”
“아니, 그럼 나한테 찾아오지.”
“팀장님이 바쁘신 것 같아서요.”
워스트 케이스 시나리오 2: 엉뚱한 것을 해온다
과제를 부여한 지 일주일 만에 신입사원이 빵끗 웃으며 찾아왔습니다. “팀장님, 이것 한번 보시죠.” 그래서 보니, 시키지도 않은 일, 그런데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해왔습니다. “어, 이건 왜 했어요?”라고 물어보니 왈,
“이게 더 중요한 것 같아서요.”
이런 팀원 있으면… 울고 싶죠. 하지만 ‘워스트 오브 더 워스트’는 이게 아니랍니다.
워스트 케이스 시나리오 3: “걱정 마라”고 큰소리쳐놓고 보고 빵꾸 낸다
한 7-8년 전쯤 일입니다. 제 팀에 ‘에이스’ 한 명이 스태핑 되었습니다. 이 경우는 신입사원은 아니고 경력으로 입사한 과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친구에게 나름 중요한 과제를 줬죠. 보고는 2주 후.
한 3일쯤 지나서 진행상황을 체크해보니 “팀장님, 걱정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하고 있어요”라고 하더군요. 뭐, 살짝 불안하기는 했지만 ‘에이스’라니까 믿어보기로 했죠. 그런데 일주일이 더 지나도 아무런 보고를 않더군요. 그래서 물어보니 이번에는 살짝 짜증을 내더군요.
“아, 제가 알아서 한다니까요. 제 파트는 그냥 비워두시면 제가 채워 넣을게요.”
이번에는 저도 ‘그래, 어떻게 하나 한번 보자’라는 생각으로 더 이상 보채지 않았죠. 그리고 보고 전날, 완성된 과제물을 갖고 와보라니까 완전히 엉뚱한 것을 해왔어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팀장님이 지시하신 게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제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 봤어요.”
사실 팀원 입장에서는 팀장의 지시사항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접근방법을 바꾸기 전에 팀장과 먼저 논의했어야 합니다. 이 경우는 팀원의 과신과 과욕이 일을 그르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그 친구의 명성과 평판을 너무 믿었던 나머지 점검을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죠.
결국 저는 보고 전날 밤새워 그 친구가 빵꾸 낸 것 땜빵하고 간신히 보고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서 그동안의 일을 상무님께 보고 드리고 여쭤봤죠. “그 친구 에이스라면서요?” 상무님 왈,
“어, 그런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아닌 것 같아.”
‘워스트 오브 더 워스트’는 이처럼 믿는 도끼에 발등이 제대로 찍히는 경우입니다.
사실 팀장은 신입사원으로부터 큰 기대를 하지 않습니다. 열정과 의욕이 넘치시는 신입사원 분들은 이 말씀을 듣고 실망하실지 모르겠지만 사실입니다. 팀장 입장에서는 그냥 ‘워스트 케이스 시나리오’만 피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워스트 케이스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팀장님께 자주 보고를 하는 것입니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때마다. 아니면 중요한 결정을 받을 때마다. 신입사원 중에는 자신감이 넘쳐 이렇게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완벽한 보고서를 만들어서 팀장님을 놀래줘야지! 혼자서도 이렇게 훌륭한 보고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지!
그래서 자기 나름대로 완벽에 가까운 보고서랍시고 일주일 동안 혼자 쿵딱쿵딱 만들어서 “짜잔~!”하고 팀장님께 보고합니다. 그러면 십중팔구 팀장은 “허억~!”합니다. ‘워스트 케이스 시나리오’ 두 번째죠.
이러지 마세요. 그냥 부실해도 좋으니 팀장님께 자주 보고하세요. 신입사원의 경우라면 다 이해합니다. 완벽한 보고서는커녕 완성도가 높은 보고서도 별로 기대 안 합니다. 그리고 신입사원을 가이드하라고 있는 게 팀장입니다.
- 결론: 보고서가 부실해도 좋으니 팀장님께 자주 보고하고 가이드라인을 받아라. 완벽주의는 금물. 가급적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는 갖지 말 것.
P.S. 만약 당신이 대리 3년 차라면? 대리 3년 차가 시도 때도 없이 팀장 찾아가서 질문하고, 부실한 보고서 갖고 가서 고쳐 달라고 하고 하면… 그러실 분은 아마 없겠죠?
2. 스트리트 스마트
- 보고서 형식에 구애받지 말라, 그냥 말로 해도 된다
서점에 가보면 ‘보고서 작성’에 관한 책이 참 많습니다. 그만큼 보고서 작성이 중요하다는 얘기인데요. 특히 신입사원이라면 보고서 형식 및 구성에 대해서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팁을 드리자면 신입사원에게 보고서 형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용이고, 완성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타이밍입니다.
어차피 보고서 형식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팀장의 취향에 따라 다 다릅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팀장의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다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보고서 형식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중간보고의 목적은 ‘방향성을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보고서의 형식이나 구성에 대한 점검이 주목적이 아닙니다. 현재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팀장님이 생각하는 방향과 맞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 결론: 중간보고 때에는 보고서 형식에 구애받지 마라. 구두 보고도 오케이!
탑 10%를 위한 답변
- 완벽하게 만들지 말고 지적받을 여지를 남겨둬라
마지막 제안은 ‘탑 10%’를 위한 답변입니다. 아직 본인 실력이 10% 안에 못 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해당 사항 없으니 그냥 넘어가셔도 됩니다.
많은 분이 보고서의 완성도가 높을수록 상사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은 맞습니다. 하지만 완성도가 너무 높은 것보다는 한두 가지 작은 지적을 받을 정도로 약간은 허술한 보고서를 더 좋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상사가 부하 직원을 가르쳐주고 그들의 잘못을 바로잡는 데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또 많은 상사가 그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팀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팀장은 팀원이 놓친 부분을 지적하고 바로잡아야만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팀장이 팀원이 만든 보고서를 토시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팀장은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고민을 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팀장 중에는 팀원이 만든 보고서를 100% 그대로 채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보고서 내용이 너무 완벽해서 팀장이 지적할 사항이 없다면? 제 경험상 “아주~ 좋아~. 완벽해!”라고 바로 오케이 하는 상사는 보지 못했습니다. 10명이면 10명 다, 뭐 하나 작은 거라도 지적하더군요. 진짜 고칠 게 없다면 글자 크기나 문장 길이로도 트집 잡습니다. 문장 길이 같이 그닥 중요하지 않은 사항이 갑자기 매우 중요한 사항으로 둔갑해 버립니다. 그리고 그것을 트집 잡아서 일단 한번 고쳐오라고 합니다.
이 경우 팀장과 팀원 모두에게 좋지 않습니다. 우선 팀장은 지적할 것이 없어서 짜증이 납니다. 그래도 뭐 하나는 고쳐야지 자신이 밥벌이한 것처럼 생각이 되니 사소한 것 하나라도 일단 고치라고 지시하죠. 팀원은 일을 열심히 했는데 보상은커녕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사항을 지적받으니 맘 상하죠.
그래서 때로는 팀장이 지적할 만한 사항을 일부러 노출해서 보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면 팀장은 그것을 지적할 것이고, 팀원은 이렇게 대답하면 됩니다.
“팀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그것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수정해서 바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팀장도 뿌듯하겠죠. 뭔가 기여를 했으니까. 다음 보고 때에 팀장이 지적한 사항을 수정해서 보고 드리면 팀장은 ‘아, 얘는 정말 말을 잘 알아듣는군. 가르치는 보람이 있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아마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아주~ 좋아~. 완벽해!”
- 결론: 팀장은 너무 완벽한 보고서보다는 자신이 조금이라도 수정을 지시할 수 있는 보고서를 더 좋아한다.
이상으로 신입사원이 팀장에게 보고할 때에는 어느 정도 완성되면 할지, 얼마나 자주 할지에 대한 51% 정답을 말씀드렸습니다. 다분히 제 주관적인 견해가 들어가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Key Takeaways
- 신입사원은 팀장에게 가급적 자주 보고하는 것이 좋다. 완벽주의는 금물.
- 중간보고의 경우 보고서 형식에 구애받지 말아라. 구두 보고도 오케이.
- 탑 10%라면 때로는 너무 완벽하게 만들지 말고 지적당할 여지를 남겨 둬라.
원문: 찰리브라운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