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많은 사람들이 당첨되었으면 하는 행복주택. 그런데 이 행복주택 안에도 1인 가구에 대한 차별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이는 재계약 요건에서 알 수 있습니다. 행복주택 단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 이런 재계약 요건을 두고 있습니다.
- 학생 및 사회초년생: 최장 6년까지 가능하나 결혼을 해야 한다는 조건
- 신혼부부: 최장 6년까지 가능하나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조건
처음 계약을 할 때 소득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결혼이나 출산을 해야지만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계속 행복주택에서 살 수 있다는 조건입니다.
이미 1인 가구들은 국가로부터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세액공제 혹은 소득공제 등에서 결혼을 했거나 아이가 있는 사람보다 덜 공제를 받고 있고, 세금 부과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습니다.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싱글세’입니다.
이제 1인 가구와 비혼은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고 있습니다. 용어를 만들기 좋아하는 경제연구소나 기자들은 ‘1코노미'(1인 가구 + 이코노미)라는 단어를 만들어냈을 정도입니다. 가까운 마트만 가 보아도 우리는 사회적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파 한 단을 사야 했지만 이제는 잘 다듬어진 파를 1,000원에 팔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국가는 거부합니다.
어쩌면 국가의 1인 가구에 대한 차별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개인과 국가의 개념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개인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지만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구의 증가나 유지가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비혼 가구나 1인 가구나 늘어난다면 그 국가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고, 국가가 큰 위기까지 겪습니다. 그렇기에 국가는 1인 가구들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최근 행복주택과 같은 임대주택이 ‘주거 복지’ 차원에서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 속내는 한 채도 만들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국가는 저출산 문제의 대책으로 1인 가구들을 괴롭히고 차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힘들게 만들면 소위 ‘내가 더러워서 결혼하고 애 낳는다’라고 태도가 전환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마치 전세로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부담되지만 집을 사던 몇 년 전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러나 아무리 1인 가구들을 괴롭혀도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저출산 문제의 핵심은 결국 돈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청년의 삶
- 캠퍼스의 낭만이라고? 대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취업 준비 및 공무원 준비
- 미친 등록금.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이 아니라면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한다.
- 학벌이 중요하다. 지방 출신의 학생들은 대거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다. 그런데 기숙사 수용 비율이 턱없이 낮다. 요즘엔 ‘민자 기숙사’라는 것이 생겼는데 이건 원룸에서 자취하는 것보다 더 비싸다. 대학에서 기숙사를 더 만들려고 하면 주변 원룸 주인들이 난리를 치며 반대한다.
- 대학을 졸업하고 싶어도 취업이 되지 않는다. 대학 졸업을 유예하고 또 유예한다.
- 어렵사리 취업을 해도 그때부터 학자금 대출 갚느라 돈을 모을 여유가 없다.
- 좋은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 그래서 취업을 해도 고용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 좋은 일자리도 수도권에 몰려 있다. 지방에서 온 사람들은 미친 월세를 내면서 살게 된다. 자연스럽게 렌트 푸어로 전락한다.
-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결혼을 하고 싶어도 결혼비용이 어마어마하다. 아끼고 또 아낀다고 해도 전셋집 마련하기도 벅차다. 사실상 부모의 도움 없이는 결혼할 수 없다.
- 결혼을 해도 자녀 출산은 또 다른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온다.
- 자녀를 낳아도 믿고 맡길 만한 장소가 턱없이 부족하다. 국공립 유치원이나 국공립 어린이집은 말 그대로 로또 당첨과 같다.
- 대한민국 엄마, 혹은 아빠로서의 역할을 이해해주는 경영자가 턱없이 부족. 특히 여성에게 더 가혹한 기업 문화 속에서 커리어를 계속 쌓으며 엄마로서의 역할까지 하기란 사실상 불가하다.
- 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 시기가 지난 뒤 자기 정체성을 가지고 자녀가 살아간다고 해도, 자녀를 교육시키고 키우는 데에는 또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 사회적 안전망이나 노후 연금제도가 엉망진창이다. 자녀에게 들어가는 돈이 많으면 자신의 노후 대비는 포기해야 한다.
이런데 청년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요?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최고의 가치가 돈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청년들에게 돈은 현실로 다가옵니다.
국가가 이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저출산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습니다. 국가가 엄마 역할을 해준다고 하려면 결국 사회적 이해와 통합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기성세대와 노년층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때엔 단칸방에서 시작해서 애 낳고 다 잘 살았어.
저라도 싫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단칸방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하고 싶지 않습니다.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는 해결해야겠지만 복지는 하기 싫은 사람들. 1인 가구에 대한 차별을 통해서 이를 해결해보고자 꼼수를 부리지만, 그런다고 해서 절대로 저출산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원문: 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비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