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50만 원이 넘는 제품을 팔기는 쉽지 않다. 비싼 제품은 오프라인에서 더 잘 팔리는 경우가 많다. 50만 원이라는 가격은 단순 호기심으로 살 수 없는 ‘심리적 장벽’을 가지고 있으며, 보통 고민하는 정도가 높은 고관여 제품에 어울린다. 고관여 제품은 구매 시 고객에 미치는 임팩트가 크고 구매 실패 시 기회비용이 크다.
저관여 제품은 CPA 중심 페북 마케팅 전략이 통할 수 있지만 고관여 제품은 구매 단계가 복잡하다. 고객에게 브랜드를 경험하게 해줘야 하고, 설득하고, 신뢰감을 주는 과정을 차근차근 밟게 해줘야 고객이 마침내 50만 원이라는 ‘심리적 장벽’을 넘을 수 있다. 고관여 제품은 한 번의 ‘온라인 인상(impression)’으로 구매까지 연결되기 힘들다. 고객의 구매 프로세스를 최대한 쪼개 보고, 각 퍼넬(funnel)별 전환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을 세밀하게 고민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온라인 고관여 제품 구매 퍼넬은 다음과 같다.
- 제품 발견 → 웹사이트 접속 → 호감 → 각인 → 신뢰 → 구매
자, 구매 퍼넬을 정의했으니 단계별 전환율을 높일 수 있는 전략에 대해 생각해 보자.
1. 발견 → ‘접속’
잠재고객이 온라인에서 제품을 발견하고, 구매할 수 있는 웹사이트로 접속하는 단계다. 고객의 눈에 띄고 고객이 온라인 상점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단계라고도 볼 수 있다. 이 단계의 전환율을 높이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1) 콘텐츠
Contents is King, Engagement is Queen.
요즘 이커머스를 한 줄로 요약하는 문장이다. 요즘 시대에 클릭을 부르는 콘텐츠는 돈을 불러 모은다. 그런데 어떤 콘텐츠가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누구에게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내 경험상 질보다 양이 중요했다. 많은 양의 콘텐츠를 만들고 철저하게 반응이 오는 콘텐츠를 골라서 부스팅 시키자. 페이스북 님 덕분에 이 과정이 쉬워졌다. 좋은 콘텐츠는 가장 확실하게 새로운 고객을 웹사이트로 유입시킬 것이다. 너무 당연한 얘기인가?
전설적인 Dollar Shave Club 런칭 동영상
2) 미끼 상품
나는 이 전략을 ‘헨젤과 그레텔 전략’이라고 부른다. 헨젤과 그레텔은 빵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면서 마녀 집에 도착한다. 마녀가 뿌려둔 빵부스러기는 미끼상품에 비교할 수 있겠다. 이 전략은 최종 퍼넬 전환율에도 영향을 준다. 온라인 화장품 회사에서 저가의 ‘마스크팩’으로 고객을 유인해서 브랜드를 경험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고가의 ‘아이크림’을 파는 전략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전략은 고객이 미끼 상품을 경험하고 나면 고관여 제품에 대한 허들이 대폭 낮아지는 심리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미끼 상품은 궁극적으로 팔고자 하는 제품과 유사성이 있으면서, 즉각적이고 명확한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선정한다. 페이스북 동영상 광고를 보고 ‘오옷!’ 하고 들어가 본 쇼핑몰이 한두 개쯤 있지 않나?
2. 접속 → ‘호감’
우여곡절 끝에 웹사이트에 접속한 고객에게 짧은 시간 안에 매력 발산하는 단계이다. 주어진 시간은 단 10초. 10초 안에 고객은 ‘호감’을 느껴야 한다. 여기서 호감은 좋은 느낌, 더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 정도로 생각하자. 10초 안에 호감을 못 느끼면 고객은 창을 닫는다. 그러므로 이 단계는 이탈률(bounce rate)을 낮추는 단계로 봐도 되겠다. 호감을 느껴야 우리 제품과 브랜드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기고 우리가 정성스럽게 준비한 내용을 하나씩 살펴볼 여유를 가지게 된다. 첫 10초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UI/UX를 고려해야 한다.
1) UI
‘휙’ 봤을 때 예쁘고 정돈된 느낌이어야 한다. 여기서 UI의 정의에 대해서는 깊이 들어가고 싶지 않다. 사이트의 색감, 사진 퀄리티, 로고 디자인, 폰트, 버튼 디자인 등이 깔끔하고 예뻐서 정돈된 느낌이 들어야 한다, 정도가 될 거 같다.
2) UX
‘휙’ 봤을 때 사용성이 좋아야 한다. 모바일 대응이 잘되어 있어야 하고, 길을 잃지 않고 원하는 목적을 쉽게 달성할 수 있게 구성되어있어야 한다. 한마디로 심리스(seamless) 해야 한다.
내게 호감을 줬던 사이트들을 한번 살펴보자.
3. 호감 → ‘각인’
고객이 호감보다 한 단계 높은 감정이입을 해서, 관심을 가지고 기억하는 단계이다. 고객에게 ‘각인’이란 필요할 때 다시 돌아올 의향이 있고, 소식을 듣기 위해 이메일을 제공할 의향이 있으며, 우리 제품(브랜드)과 좀 더 연결된 기분을 가지게 되는 상태 정도로 생각하자. 각인을 위해서는 명확한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과 우리 브랜드를 다른 브랜드와 구별 지을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1)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
명확한 가치 제안은 고객을 집중하게 만든다. 우리 제품이 구체적으로 고객의 어떤 페인 포인트를 제거할 수 있고 어떤 게인 포인트(gain point)를 증진시킬 수 있는지 명확하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서 구체적으로 우리 제품이 어떤 고객 세그먼트(customer segment)를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것도 제시하면 가치 제안을 좀 더 단단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3) Branding
우리 제품(브랜드)과 좀 더 연결된 기분을 가지게 하려면, 뭔가 특별한 브랜드로 다가와야 한다.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제품을 만들게 되었는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우리가 어떤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지 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요소들이 잠재 고객의 의식 속에서 정렬된다면 쉽게 ‘각인’된다. 적어도 다음의 내용들은 확고히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를 웹사이트에 녹여내야 한다.
- 핵심 가치: 우리를 나타내는 핵심 키워드
- 비전: 궁극적인 목표
- 미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수행할 과제
- 타겟: 가장 집중하여 생각할 사용자층
- 브랜드 아이덴티티: 사람들이 경험할 브랜드의 표면과 시각화된 모습
4. 각인 → ‘신뢰’
웹사이트 내용의 90%를 믿고 있으며 구매를 위한 역치를 거의 극복한 단계이다. ‘신뢰’란 사랑하는 가족에게 우리 제품을 믿고 선물할 수 있을 정도의 상태로 생각하자. 현실에서 오랫동안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신뢰를 얻기 힘든데 화면 너머 보는 제품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하는 건 얼마나 어려울까. 그래도 방법은 있다. 사람들은 사회적 증거에 약하다. 물론 제품이 ‘각인’되었다는 전제하에 전문가, 후기, 인증마크 등은 신뢰를 얻는 데 크게 도움될 것이다.
1) 전문가
우유 광고에 나오는 박사님, 파스 광고에 나오는 운동선수… 너무 1차원적이고 신선하지 않다. 그러나 제품의 핵심가치(core value)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권위가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자. 제품에 대한 신뢰성을 더해줄 수 있다. 만약 팀 내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고객은 물론이고, 투자자의 신뢰도도 확보할 수 있다.
2) 후기
실제 사용자들의 생생한 후기는 강력하다. 특히 내가 아는 사람의 후기일 때, 후기를 쓴 사람이 나와 비슷한 사람일 때, 동영상으로 촬영된 후기일 때는 일수록 더욱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3) 인증 마크
설명 생략
5. 신뢰 → ‘구매’
신뢰를 확보한 후에 구매로 이어지는 단계다. 몇 가지 장치를 더하고 슬쩍 밀어주면 된다. 윤활유 역할을 하는 장치는 다음과 같다.
1) 혜택
마지막 단계에서 머뭇거리는 고객에게 쿠폰이나 “오직 지금만(now or never)!” 할인 혜택을 슬쩍 밀어 넣어보자. 결제 전환율이 올라갈 것이다.
2) 결제
이 단계까지 와서 결제 문제 때문에 고객이 놓친다면 얼마나 안타깝겠는가! OS, 디바이스별로 꼼꼼한 QA를 해서 클릭 한 번으로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자. 네이버와 엮이는 게 탐탁지는 않지만, 네이버 아이디 하나로 결제되는 네이버 페이는 훌륭하다.
3) 이후 프로세스
지금 결제를 하면 어떤 일이 순차적으로 발생하는지 알려주자. 언제 물건이 도착할 예정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절차를 거쳐서 환불할 수 있을지를 쉽고 간편하게 알려주자. 이후 절차에 대한 명확함은 마지막 남은 의심을 날려버리고 결제 버튼을 누르게 할 것이다.
온라인에서 50만 원 이상의 ‘고관여’ 제품을 팔기 위해 단계별 고려해야 하는 요소를 정리해 봤다. 6단계로 퍼넬을 정의했지만 사실 퍼넬은 더 쪼갤 수 있고 전환율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은 무궁무진하다. 빠르게 가설을 세우고 실행하면서 결과를 통해서 어떤 전략이 가장 잘 통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구매 이후에도 재구매, 리퍼럴(referral), 로얄티(loyalty) 등의 단계가 더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구매까지만 정리해 봤다. 반응이 좋으면 구매 이후 단계별 퍼넬에 관해서도 써보도록 하겠다.
원문: 전주훈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