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박사후연수과정(포닥) 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저는 이전에 포닥 펠로우쉽 제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제도가 예산만 있다고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도를 만드는 것부터 운영하고 평가하는 것까지 쉽지 않은 제도입니다. 사실 사람에게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연구과제에 투자하는 것이 평가하기도 쉽고 관리하기도 쉽습니다.
하지만 항상 쉬운 길 보다는 어려운 길도 가보는 것이 그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과학기술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 굉장히 복잡한 펠로우쉽 프로그램을 가지고 계속 운영하고 있다는 건 뭔가 중요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 아닐까요?
그래서 이번 글에는 제가 직접 경험하고 있는 독일의 포닥 프로그램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요약하면 독일의 포닥 프로그램은 두 가지 특징을 가집니다.
- 단계별/기관별/분야별 다양한 지원
- 기존 연구자와 신진 연구자의 조화
우선 박사 졸업 후 2년 이하의 포닥은 그냥 포닥이라고 부릅니다. 이 단계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기존 연구자 또는 교수가 가지고 있는 펀딩으로 포닥을 고용하는 방법입니다. 당연히 이때 포닥은 연구과제에 있는 연구를 수행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포닥이 직접 펠로우쉽을 지원하는 방법입니다. 이때는 포닥이 연구하고 싶은 주제와 호스트기관을 선정해서 연구계획서를 작성합니다.
선정되면 그 포닥은 펠로우쉽을 받으며 연구를 진행합니다. 이때 기간은 보통 2~3년 정도입니다. 이렇게 첫 번째 포닥기간을 마치면 대게 회사로 갈 사람들과 학계에 남을 사람들로 나누어집니다.
계속 학계에 남을 사람들은 아직 본인의 연구를 더 발전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박사 졸업 후 2년~4년 사이의 포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여기서부터는 그들을 early career researcher 또는 junior researcher 라 부릅니다.
이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목적은 교수 또는 독립된 연구자로 키우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보통 5년간 독립적으로 연구실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줍니다. 이때도 역시 호스트 기관은 있어야 합니다.
즉, 기존 교수님이 운영하는 연구실 옆에 작은 연구실이 하나 더 생기는 것입니다. 한국에 빗대보자면 연구 교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같이 시설을 공유하되 펀딩은 분리되어 있어서 연구는 독립적으로 운영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포닥을 고용하거나 박사과정 학생을 뽑아서 지도할 수도 있습니다. 즉 강의를 뺀 조교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또한, 독립적으로 연구과제를 지원하고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분야별로 기관별로 다양합니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독일과학재단 (DFG)에서 지원하는 junior research group leader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졸업 후 2-4년 사이에 지원 가능하며 5년간 연구실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헬름홀츠 재단은 비슷한 조건에 졸업 후 7년 이내에 지원할 수 있고 에너지 환경 의료 등 특정 6가지 분야에만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역시 기초과학 분야를 지원하는 막스플랑크재단이 있는데요. 이 재단에서는 매년 뽑는 분야가 달라집니다. 그때마다 재단이 집중해서 육성할 분야를 선택 지원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프라운호퍼 재단이 있습니다.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응용연구를 하는 곳이라서 research group leader 프로그램이 다른 곳과는 조금 다르게 운영됩니다. 지원 가능 기간에는 제한이 없으며 5년 동안 연구실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연구자가 기초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 기술을 실제 응용제품으로 개발할 수준까지 발전시키는 연구를 하는걸 목적으로 합니다. 그래서 그 기술의 사업성이나 실현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또한, 연구 외에 연구원을 고용하고 단계별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신진연구자가 이것을 혼자 감당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기존 연구자와 같이 제안서를 쓰고 과제 관리도 같이하게 되어 있습니다.
요약하면 첫 번째 포닥은 기존 연구자의 지도를 받으면서 연구하고, 두 번째 포닥은 기존 연구자와 협력하면서 연구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두 단계를 마치고 나면 박사 졸업 후 5-9년이 됩니다.
물론 그 중간에 조교수로 임용되면 연구실이 그대로 옮겨가면 됩니다. 막스플랑크 연구소는 이러한 방식으로 꾸준히 새로운 연구실이 생기는 것이고 프라운호퍼 연구소는 이 기간을 통해 한 연구자의 연구결과가 실제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하고 이후에 바로 사업화 단계로까지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대학별로 연구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포닥 프로그램이 있고, 훔볼트재단이나 DAAD같이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에게 아주 좋은) 프그램들도 있습니다.
물론 연구실에 충분한 펀드가 있을때는 첫 번째 포닥이든 두 번째 포닥이든 직접 고용할 수 있습니다. 전체 비율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연구과제로 고용하는 포닥이 펠로우쉽으로 연구하는 포닥보다 많은건 사실입니다.
둘은 장단점이 있는데, 펠로우쉽이 연구의 자유도가 큰 만큼 월급은 조금 더 적습니다. 연구과제를 하게 되면 팀으로 일하거나 유럽이나 독일의 다른 연구자와 교류할 기회도 많습니다. 대신 좀 많이 바쁩니다 (전 둘 다 해봤는데, 개인적으로는 과제하며 팀으로 일하는게 더 재밌습니다).
또, 연구실 입장에서 보면 연구비가 넉넉한 연구실은 펠로우쉽 없이도 충분히 포닥을 안정적으로 고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연구실은 이러한 펠로우쉽이 포닥을 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거의 모든 재단이 연구과제와 펠로우쉽 둘 다 운영합니다. 그 이유는 기존연구와 새로운 연구의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 아닐까요? 연구과제의 연구주제는 기존 연구자가 제안하게 되어 있고 펠로우쉽은 신진 연구자가 제안하게 되어 있습니다.
항상 새로운 것과 이전 것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계속 변화하는 기술에 능동적으로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요? 이전 것과 새로운 것의 균형, 큰 연구실과 작은 연구실의 고른 기회, 분야별 단계별 특징에 맞는 제도, 그리고 기술이 성숙할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
기술이 급변하는 시대에 미래 기술을 섣불리 예측하고 어설프게 빨리 개발하려고만 하지 말고,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그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핵심연구자로 키워나가는 게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 아닐까요?
아래는 위에서 설명한 독일 포닥 프로그램 링크입니다.
첫 번째 단계 포닥 펠로우쉽
- DFG research fellowships
- Humboldt Research Fellowship for Postdoctoral Researchers
- DAAD research fellowships for promoted young researchers
- Marie Curie Scholarships
- Max-Plank posdocs
두 번째 단계 포닥 펠로우쉽
- DFG Emmy Noether Programme
- Humboldt Research Fellowship for Experienced Researchers
- Helmholtz Young Investigator Groups
- Max-Plank research group leaders
- Fraunhofer Attract
원문: 구성용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