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에서 올해 인공지능 R&D 예산으로 1천 630억 원 투입한다고 합니다. 이런저런 새로운 기술 개발 내용이 많았지만 훨씬 더 싸게 우리나라 인공지능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방법을 하나 제안합니다.
매년 500억씩 투자해서 인공지능 포닥 펠로우쉽을 만들고, 매년 100명의 포닥을 선발하고 연간 1억씩 5년간 지원합니다. 1억 중 5,000만 원은 인건비로, 5,000만 원은 연구비로 지원합니다.
연간 인건비 5000만 원이면 대기업에 가는 것보다는 적겠지만 생활하는 데는 충분한 금액일 것입니다. 그럼 박사 학위를 마치고 정말 연구가 하고 싶은 사람은 다른 직장을 구할 필요 없이 5년간 독립적으로 하고 싶은 연구를 하고 싶은 곳에서 할 수 있습니다.
박사 학위를 받고 나면 그때부터가 진짜 연구 시작입니다. 그리고 그때가 가장 최고의 연구를 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박사학위 직후에 취업이나 논문 실적 등 다른 걱정 없이 이어서 5년 동안 더 연구할 수 있다면 아마 가장 잘 준비된 상태로 가장 열정적으로 집중해서 그들만의 독창적인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선발 기준은 실적으로 점수 매기고 줄 세워서 뽑는 게 아니라, 연구 계획서와 연구에 대한 열정이면 충분합니다. 아마 매년 100명이면 큰 경쟁 없이 골고루 선발될 수 있을 것이고, 외국의 연구자 중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유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발 후 5년간은 매년 모니터링을 위한 보고서 제출만 요구하고 재심사 등은 없어야 합니다. 또한, 5년 중 창업이나 취업 등으로 펠로우쉽을 언제든 그만두어도 불이익이 없어야 합니다. 그 돈으로 또 다른 사람을 뽑으면 되는 일입니다.
그들만의 네트워크가 형성될 것이고, 같이 모여서 학회를 만들 수도 있고, 창업할 수도 있을 것이고, 사회에 새로운 지식을 전파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연구실에서 후배들을 키워낼 수도 있고 새로운 더 중요한 연구과제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5년 후 자율적으로 성장한 인공지능 전문가 500명이 우리나라에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중 누군가는 세계적인 학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독보적인 기술로 성공한 사업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그들이 공부한 새로운 기술을 잘 정리해서 후배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그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상상만 해도 엄청나지 않나요?
인공지능 기술은 하드웨어처럼 뭔가 눈에 보이는 것이 남는 기술이 아닙니다. 누군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놓았다고 해도, 그 소프트웨어를 가장 잘 사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그 개발자이지 사용자가 아닙니다.
국가가 인공지능 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많은 예산을 투입해서 발전시키겠다고 하는 건 환영할 일이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법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새 부대는 바로 사람입니다. 그것도 갓 박사학위를 마친 연구자는 누가 뭐래도 그 분야의 최신 연구의 흐름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학위 논문을 쓰는 동안 어떤 교수보다도 더 많은 논문을 읽어봤을 것이고, 최신 기술을 실제로 구현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연구자들을 믿어줘야 합니다. 전에 누군가 말한 것 같이 연구자들 하고 싶은 연구하게 놔두면 헛짓하고 있을까요? 이런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연구를 하고 싶어 합니다. 세계적인 학회가 그냥 한가하게 보입니까? 가장 치열하게 시간을 다투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는 장입니다. 이런 학자들의 경쟁을 통해 쓸모없는 기술은 자연스럽게 도태되며 걸러지고 유망한 기술은 인정받고 발전됩니다.
저를 비롯하여 많은 연구자가 한국을 떠나고 있습니다. 외국 생활이 더 좋아서도 아니요, 돈을 더 많이 벌어서도 아닙니다. 그냥 연구가 계속하고 싶어서 연구할 수 있는 곳을 찾을 뿐입니다.
지금 세계는 인재 경쟁이 치열합니다. 최근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새로운 지능로봇 박사과정 프로그램은 향후 6년간 100명의 박사과정을 뽑는데, 70%를 외국인으로 뽑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인공지능 기술은 사람에게 담아야 합니다. 다른 걱정 없이 졸업 후 5년 만이라도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우리나라 박사과정 학생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없다는 건 다들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그들이 졸업하고 나서라도 하고 싶었던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많은 인재가 계속해서 한국을 떠날 것입니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예산이 부족한 게 아닙니다. 연구과제가 부족한 게 아닙니다. 특정한 기술 개발이 아니라 사람에게 직접 투자해야 합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창조적인 생각은 자신의 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에서 나오는 것이지, 다른 누군가가 정해놓은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기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5년 후 인공지능 전문가 500명을 가진다면 세계 선두에 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연구자 그룹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가만히 있어도 다른 인재들과 투자가 세계에서 모여들게 될겁니다. 하지만 5년 동안 국가과제만 한다면 연구자들은 지쳐서 떠난 자리에 보고서 문서들만이 쌓여 있을 것입니다.
원문 : KOOSY KOO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