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소득분배율이 줄어드는 이유로 사회학에서는 노동자의 bargaining power로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을 설명한다(Kristal 2010). 경제학에서 제시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 기술과 컴퓨터 발전으로 자본가격이 하락해서 노동대비 자본투자가 늘었기 때문
- 자본과 노동은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서 노동 생산성이 증가하면 실제로는 자본/노동 비율이 줄어들어서 노동소득분배율이 떨어진다는 설명
- 세계화로 선진국 노동자가 후진국 노동자와 경쟁 관계가 되어 임금이 낮아지기 때문이라는 설명 등.
노조의 문제든, 기술의 문제든, 세계화의 문제든 여기서 말한 설명 중 하나가 맞다면,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은 정책적으로 접근해서 풀기 매우 어려운 과제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설명이 하나 추가되었다. 독과점의 강화가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을 초래했다는 것.
David Autor, Lawrence Katz 등 네임드 경제학자들이 발표한 논문이며 여러 언론사에서도 보도했다. 지난 30년간 거의 전 산업에 걸쳐 독과점(구체적으로는 산업별 5대 대형회사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강화되었고, 이 요인으로 회귀분석을 하면 노동소득분배율이 대부분 설명된다는 것이다.
이들이 내린 결론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떨어진 이유는, 자본집중도가 낮아서 노동소득이 높은 회사의 비중이 줄어들고 자본집중도가 높아 노동소득이 낮은 회사의 매출 비중이 올라간 결과 노동소득분배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발견 중에서 재미있는 게 있다. 독과점의 강화와 그 독과점 회사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소득은 별 상관관계가 없더라는 것이다. 독과점으로 지대는 발생하는데, 회사들이 지대를 노동자들과 나누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소득 격차 결정에서 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기존 연구와도 일치한다. (나님의 논문)
그럼 도대체 독점의 강화가 왜 노동소득분배율 악화로 이어지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 신진학자가 훨씬 더 쌈빡한 설명을 내놓았다.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Simcha Barkai의 박사학위논문 페이퍼에 따르면 독과점으로 회사들이 우월적 시장 지위를 이용하여 가격 인상을 하고 이 이득을 회사에 쌓고 있다는 것.
Barkai의 논문에서 충격적인 것은 GDP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자본소득율도 하락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회사 이윤의 증가다. 기업이 이윤을 내는데 이걸 주주들에게 배분하지도, 노동자들에게 주지도 않고 기업 내부에 현금을 쌓아 사내유보금이 늘고 있다는 분석과 정확히 일치한다.
아래 그림에서 첫 번째는 부가가치 증가분 중 자본소득으로 간 부분이고, 두 번째 그림은 부가가치 증가분 중 회사에 이윤으로 남은 부분이다. 두 번째 그림에서 1980년대 중반에만해도 회사에 이윤으로 남는 부분에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부가가치 증가분의 15%를 차지한다.
Barkai는 자본소득률을 무디스 AAA 본드의 수율로 계산했다. 상식적으로 정당한 방식인 것 같은데, 이렇게 하는 게 거시경제에서 맞는지 나는 잘 모르겠긴 하다. 어쨌든 Barkai의 결론은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이 시장 경제의 효율적 메커니즘의 결과가 아니라 독과점의 증가에 따른 가격 인상으로 지대를 추구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연구들의 함의는 무엇인가? 줄어드는 노동소득분배율을 해결하는 방법은 노동조직을 강화하는 것처럼 어려운 것도 아니고, 기술변동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세계화에 학을 떼고 브렉시트나 트럼프를 뽑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정치인을 압박하여 반독점법을 강화하면 된다. 즉 정책적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시장에 맡겨두면 재생산이 안 된다. 국가의 개입을 통해 독과점을 막아야 제대로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교훈도 다시 얻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인위적으로 기업유보금에 높은 세금을 매기는 제재를 가할 필요 없다. 자본주의 경쟁 원리에 따라 시장 진출·입을 용이하게 하면 노동소득분배율을 다시 늘릴 수 있다. 자본주의 경쟁 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재벌의 힘을 약화시키고 독과점을 막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PS.
미국에서는 자본소득분배가 떨어지고 회사에 이윤이 쌓이면 전형적인 principal-agent 문제가 대두될 수 있지만, 한국은 회삿돈이 쌈짓돈인 재벌들이 많아서 자본가인 재벌들이 신경도 안 쓸 것이다.
원문: SOVID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