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3일, 네이버 PC 메인의 개편 모드가 오픈됐습니다. PC로 네이버에 접속 후 상단의 ‘새로운 네이버 PC 메인을 미리 만나보세요!’ 배너를 클릭하면 체험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 PC 메인 개편은 지금까지 작은 스펙으로는 꾸준히 진행되어 왔으나 PC 메인을 들어왔을 때 “와, 엄청 바뀌었네!” 라고 느낄 정도의 대규모 스펙은 2014년 3월 이후 3년 만입니다.
네이버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본인들의 서비스 홈페이지가 개편된다는 것은 국민 대다수에 해당하는 서비스 이용자들이 무언가를 새로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죠(사회적 학습 비용으로 추산하면 어마 어마한 금액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네이버는 최소한의 변경만으로도 변화한 인터넷 시장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더 많은 이용자 트래픽(광고와 직결되죠)을 끌어내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개편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네이버 PC 메인 개편의 주요 특징들을 살펴보면서 개편이 의미하는 바를 조금 더 깊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넓어진 디스플레이 트렌드를 반영하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크게 반영 된 건 바로 PC 메인의 가로 폭입니다. 네이버는 2014년 3월 PC 메인을 개편하면서 가로 880px을 940px로 약 7% 정도 늘렸습니다. 이후 3년 동안 가로 940px 사이즈는 쭉 유지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3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은 인터넷을 사용하는 기기들의 해상도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디스플레이 집적 기술이 좋아지면서 TV와 모니터 같은 기기에서 넓은 화면으로 고해상도 영상을 볼 수 있게 되었죠. 자연스럽게 이런 TV 속으로 PC 기능들이 들어가면서 TV에서 네이버를 접속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이런 사용자에게 가로 940px의 네이버 메인 화면은 좌우 여백이 많이 생기는 ‘못생긴’ 웹사이트였습니다.
그뿐 아니라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와이드 모니터가 등장했으며 미러링 기능을 통해 노트북 화면을 TV에서 보는 새로운 기술들도 보급화 되었습니다. 이에 네이버는 다수의 국민이 가로 1080px의 인터넷 웹사이트를 즐기기에 무리가 없는 하드웨어 기기를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여, 이전 가로 길이보다 약 15%를 늘린 PC 메인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죽었던 황금싸라기 땅, 뉴스스탠드를 살려보자
네이버와 언론사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검색 포털 서비스가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독특한 비즈니스로 인해 디지털 시대에 있어서 네이버를 거치지 않고서는 ‘히트 기사’가 탄생하기 힘든 구조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언론사들은 어쩔 수 없이 네이버의 눈치를 보면서도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게되었고, 네이버는 언론사의 주기적인 네거티브 기사 공격과 공정한 뉴스 편집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도한 게 바로 2009년 1월 시행한 ‘뉴스스탠드’ 였습니다. 사용자가 구독한 언론사의 실시간 뉴스가 해당 영역에 보여지고, 이 뉴스는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방식입니다. 네이버는 공정한 뉴스 편집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언론사는 직접 기사 편집권을 가지게 되면서 이슈는 사그라들었습니다. 하지만 ‘뉴스스탠드’는 죽은 땅이 되어버렸습니다.
일단 뉴스 보기가 너무 불편했습니다. 한 영역에서 2개 언론사의 뉴스를 함께 봐야 했습니다. 또한 텍스트 형태로만 기사 노출이 가능해 카드형 콘텐츠가 많아지고 있는 요즘과 같은 ‘프리뷰 트렌드’를 반영하기 힘들었습니다. 당연히 기사 클릭율은 낮을 수밖에 없었죠. 게다가 기사의 링크가 언론사 홈페이지로 되다보니 최대한 많은 사용자들을 자사의 홈페이지로 유입시키기 위해 각 언론사들은 자극적인 제목의 ‘낚시성 기사’를 싣는 공간으로 변질되었습니다.
결국 ‘버려진 황금싸라기 땅’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네이버를 들어가면 가장 잘 보이는 영역이나 이용자들이 많지 않아 버려진 공간이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이번 개편을 통해 이 ‘죽은 땅’을 다시 살려보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우선은 뉴스가 ‘잘’ 보이게 했습니다. 각 언론사마다 나눠서 기사를 볼 수 있게 했고 사진 뉴스의 경우는 이미지 프리뷰를 기본 제공하여 사용자의 시선을 끌게큼 했습니다. 개편과 함께 언론사의 확대도 진행했습니다. 종합편성채널, 지역 신문을 추가적으로 구독 가능해졌고 접속 위치 기반으로 해당 지역의 신문을 노출하는 기능도 선보였습니다.
과연 이번 개편으로 수 년동안 버려져있던 네이버의 황금싸라기 땅이 살아날 수 있을까요? 한 번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PC와 모바일 메인의 콘텐츠를 일치시키다
개편 전 네이버 PC 메인 중간에는 콘텐츠 영역이 있었습니다.
리빙/푸드/스포츠/차,테크/패션뷰티/웹툰/게임/TV,연예/뮤직/영화/책,문화/지식,교양/공익나눔
그리고 네이버 모바일 메인의 판 카테고리는 다음과 같았죠.
뉴스/플레이스/디자인/리빙/JOB&/책,문화/여행+/쇼핑/MY피드/연예/동영상/스포츠/웹툰,뿜/푸드/패션뷰티/차,테크/게임/경제M/뮤직/건강/맘,키즈/함께N/영화/중국
보시다시피,
- 같은 카테고리지만 이름이 다른 경우(PC: 공익나눔, 모바일: 함께N)가 있고
- 모바일에는 있는 카테고리지만 PC에서는 볼 수 없는 카테고리도 있습니다.
이처럼 같은 “주제영역”이지만 PC와 모바일 2개의 메인을 서로 상이하게 운영하다보니 내부적으로 운영 리소스도 분명 오버랩 됐을 것이고 모바일의 콘텐츠를 PC에서 그대로 활용하면 되지만 카테고리가 없어 버려지는 콘텐츠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이에 네이버는 PC와 모바일 메인의 카테고리·콘텐츠 일치를 통해 더 다양한 관심사를 사용자들이 만날 수 있도록 하고 네이버 내부의 UGC 콘텐츠에 대한 발견의 기회가 늘 수 있도록 개편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모바일처럼 주제별 ON/OFF를 통해 나에게 맞도록 메인 화면을 커스텀마이징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네이버 모바일 메인에서 관심주제로 설정해놓은 카테고리의 경우 동기화를 통해 PC에서도 같은 설정으로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런 개편의 방향은 광고 수익 극대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네이버는 프로필 기반으로 사용자의 관심사를 캐치하지 못합니다. 가입 이후 프로필 완성 단계를 통해 관심사 입력을 유도하는 페이스북과 비교하면 타겟팅 광고가 힘든 구조였죠. 그러다 보니 “관심사” 기반 타겟을 할 경우 많은 기업이 네이버가 아닌 페이스북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에 네이버가 내민 해답은 ‘관심사’ 기반 판입니다. 현재 네이버 모바일의 주제판은 무려 24개입니다. 이 말인 즉 24개의 ‘관심사’기반 광고판이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관심사를 최대한 세분화 하여 각 관심사 판에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거죠. 그렇게 사람들이 설정을 통해 내 관심사에 따른 판을 구독하게 되었고, 각 주제판마다 주제 성격에 맞는 광고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번 개편은 이 모바일 판을 그대로 PC로 옮겨온 것입니다. PC도 모바일처럼 로그인만 되어 있다면 내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만 볼 수 있게 될 것이고 이는 “타겟팅”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기존의 PC 광고는 타겟 광고가 아니었던 “브로드한 대상”에 기반 둔 광고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타겟 광고”를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지금까지는 모두에게 같은 배너광고가 보여졌다면 이제는 관심사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A 배너, 누군가에게는 B 배너가 보이게 되었습니다.
상기에 보여지는 콘텐츠 영역에는 아직 공식적인 배너 광고 영역이 없습니다. 하지만 얼마든지 사람들을 모으게 된다면 이 후, 각 관심사별 배너 광고를 집행할 수 있을 것이고 콘텐츠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제품과 브랜드를 알리는 새로운 광고 기법으로 불리는 네이티브 애드(Native Ad)를 통해 콘텐츠로서 광고를 집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FOR ME’ 기능에 집중하다
이번 개편에서 돋보이는 기능 중 하나가 바로 ‘로그인 영역’입니다. 기존에도 네이버에서 로그인을 한 뒤, 네이버 서비스에서 오는 알림들을 한 번에 볼 수 있었고, 메일/카페(가입카페목록)/블로그(이웃새글)/클라우드(파일확인)/ 오피스 등 서비스 단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바로 접근 할 수 있는 ‘개인 영역’을 제공해왔습니다. 이번 개편으로 이 영역의 가독성이 좋아지고 노출을 원하는 메뉴를 사용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존에는 순서조차도 바꾸지 못했지만 이제는 이 영역의 커스터마이징까지 가능해졌습니다.
날씨/뉴스/스포츠/증시/영어회화 등 일상에 꼭 필요한 데일리 기반 콘텐츠를 보여주는 ‘타임스퀘어’도 이전보다 훨씬 가독성있게 잘 보이게 되었습니다. 내가 활동 중인 서비스 소식들을 한 번에 볼 수 있고, 일상생활에 있어서 나에게 꼭 필요한 기본 정보들을 알려주는 공간으로 더 부각시켰습니다. 한 번 가입하면 이용하면 유사한 다른 서비스로 가기 힘든 이른바 ‘락인 효과’가 강한 서비스들에 대해 더 ‘락인’할 수 있도록 한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내 시작페이지에서, 내가 이용하는 많은 서비스들이 한 번에 보여지는 데 굳이 유사한 다른 서비스로 갈 이유가 없는거죠.
물론 이 밖에도 각 영역별로 경계가 뚜렷해지면서 가독성을 높인 점, 웹사이트에서 보편화된 플랫 디자인(Flat Design)을 차용해 각 영역 테두리 px이 줄어들게 된 점들도 큰 디자인적 차이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 마우스 오버시 1위부터 20위까지 보여지면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의 조작 이슈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기존에는 10위까지만 보여졌기에, 11위로 내려갈 경우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리스트에 보이지 않아 사람들이 네이버가 조작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플랫폼이다 보니 네이버의 개편 작업은 대다수가 불편을 겪지 않을 수 있는 선에서 진행됩니다. 그래서 사실상 개편 전 PC메인과 비교해봤을 때 전체적인 ‘틀’은 크게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예전에 있었던 영역 그대로 이번에도 그 위치에 있습니다. 그러나 디테일하게 들어가다보면 개편 전, 후가 확연히 차이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네이버의 개편 속에는 많은 시사점이 있습니다. 어느덧 표준이 되어버린 다양한 인터넷 환경 기준, 보급화된 UI/UX 트렌드도 개편에 반영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네이버의 서비스 전략’이 녹아 있습니다. 개편된 내용을 자세히 보며 왜 네이버는 이 부분을 개편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셨으면 합니다.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