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집으로 우편물이 하나 날아왔다. 우리 동네 성범죄자를 알려주는 성범죄자 알림e 편지. 나라에서 우리 집 주변에 어떤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지 알려주는 거다. 기본적인 개인신상과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어디에 사는지 주소도 알려준다. 근처에 성범죄자가 네 명이나 살고 있다니 께름칙하지만, 이 주소… 검색해보지 않으면 어딘지를 모르겠다. 이렇게 귀찮아서야 이거 원, 종이 낭비가 아닌가 싶다.
그러던 찰나 이 앱의 존재를 알게 됐다. 동네를 입력하기만 하면 성폭력, 강도 발생지역부터 지진 발생 현황, 횡단보도 사고 주의 구간 등을 알려주는 신박한 앱, 바로 ‘생활안전지도‘다.
생활안전지도는 국민안전처에서 지난해 1월 1일 공개한 서비스로, 국민 생활과 밀접한 각종 안전정보를 지도 기반으로 구현해냈다. 나라에서 만든 앱이라니 왠지 디자인도 별로고 그 내용은 더 부실할 것 같지만 꽤 괜찮다. 특히 새로운 동네로 이사하거나 우리 집 주변 사고 소식 등을 알고 싶을 때 제격이다.
일단 교통, 재난, 치안, 맞춤안전 분야가 운영되고 있고 시설, 보건, 산업, 사고 안전은 시범운영 중이다. 생활안전지도가 나타내고 있는 4개 주요 안전분야를 먼저 대략 살펴보자. 위험도는 빨간색으로 표시될수록 높고, 아예 없거나 베이지색일 경우 안전하다.
1. 자나 깨나 차 조심
먼저 교통사고 다발지역 등을 알려주는 교통안전 분야다. 이 분야에서는 등하굣길 사고 주의구간, 무단횡단, 보행 사고 주의구간 등을 나타내준다. 강남역 부근에서는 대로변 횡단보도가 있는 구간, 좁은 골목에서 보행 사고 주의가 요구된다.
2. 막을 수 없는 자연재해
다음은 홍수범람, 산사태, 산불, 지진, 화재 등의 재난을 확인할 수 있는 재난 안전 분야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관련 정보를 확인하기 좋을 것 같다. 경주시로 검색했을 때 꽤 높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비가 오면 빈번하게 범람하는 서울 중랑천의 경우 침수 위험지역 역시 잘 나타내고 있다.
3. 범죄자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이사를 할 때 제일 먼저 걱정되는 것이 동네 치안이다. 특히 혼자 사는 사람일수록 치안은 더욱 신경 쓰이고, 부동산 업자에게 물어봐도 영 확실한 대답을 얻기 어렵다. 강도, 성폭력, 절도, 폭행 등 치안 안전 분야에서는 다양한 범죄의 발생빈도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시간대별 안전녹색길까지 제공하고 있어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강남역의 경우 역사 내, 번화가 좁은 골목 사이로 성폭력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4. 계층별로 골라보는 안전지도
어린이, 여성, 노인 등 안전취약계층은 맞춤안전(범죄, 교통, 재난 등 분야별 정보 종합 분석) 분야를 이용하면 좋다. 분야별 정보를 종합 분석해 어린이 사고 안전지도 및 여성밤길 안전지도 등을 제공하고 있어 한 번에 확인하기 편하다. 동대문구 장안동을 검색해 보니 아파트가 모여 있는 주거지 부근으로 보행 어린이의 교통사고가 잦은 것으로 확인된다. 이 부근을 지날 때는 아이에게 특히 주의하라고 이야기해보자.
이 외에도 미세먼지, 자외선 지수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기능도 있으니 한번 다운받아 두면 내 안전을 지키고 싶을 때마다 쏠쏠한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앱으로 다운받아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활안전지도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반응속도는 앱보다 웹이 더 빠르고, 정보 역시 웹에서 조금 더 자세히 나타난다.
뭐니뭐니해도 예방이 최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다양한 곳에서 정보를 얻어 사전에 위험성을 최대한 줄이는 게 좋다. 살아남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처럼 되어버린 요즘,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하는 많은 분께 이 앱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