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탄핵을 보면서 느낀 점 몇 가지.
- 박근혜는 꼭두각시이다. 초등학생, 아니 유치원생이 그대로 어른이 된 것처럼 판단 능력이 없다.
- 박근혜 주변에는 그를 (형식적이나마) 위하는 사람이 없다. 진심으로 생각하는 건 최순실 하나뿐이다. 심지어 대리인단조차 박근혜 탄핵 인용을 확신한 채 박근혜에게 남은 마지막 콩고물마저 긁어모아 자신의 명성을 드높이고자 했다.
- 최순실은 박근혜처럼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그 둘 사이의 관계가 최순실이 조종하는 형태가 된 것은 단지, 박근혜가 의존적이고 최순실이 뭔가 주도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일 뿐.
- 박근혜 뒤에는 거대한 권력이나 치밀한 음모가 있는 게 아니라, 박근혜를 내세우지 않고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소인배들이 있을 뿐이다. 십상시라는 비유는 매우 적절하다. 삼국지의 십상시는 황제라는 권력에 기생하고 있었을 뿐, 정작 자신들의 목숨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바보들이었기 때문이다.
- 박근혜 주변에 뭔가 쓸만한 역량을 가진 사람은 찾기 힘들다. 그나마 김기춘이 뭔가 꾀를 내고 우병우가 잘 도망치는 것 같지만 얄팍하기 이를 데 없는 능력이다. 인맥 같은 외부의 힘만을 이용할 뿐이다.
우둔하고 덜떨어진, 그러나 거대한 그림자를 가진
역사적으로 박근혜 같은 집단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권력을 쥐고 휘두르며 사람들의 삶을 위협하는 집단을 보게 되면 굉장한 역량을 가진 것으로 착각하기 쉽죠. 하지만 권력이라는 껍질을 벗기고 나면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아니 그보다 훨씬 우둔하고 덜떨어진 실체가 드러나지요.
특히 ‘측근’이라는 자들의 역량은 지도자의 역량을 넘어서지 못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간혹 조종하기 쉬운 자를 찾아 뭔가를 하려는 능력자가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우둔한 지도자는 조종하기 쉬워 보여도 사실은 쉽게 조종되지 않습니다. 항상 엉뚱한 데에서 폭주하며 치밀한 계획을 망쳐 버리죠. 그들에게 있는 것은 오직 권력을 휘두르려는 욕망뿐, 그 이후의 상황을 떠올릴 상상력도 상황을 주도할 역량도 없으니까요.
그런데도 왜 그들은 그토록 권력을 쥐고 휘두르려 욕심을 부리는 것일까요? 시민들이 그들의 실체를 깨닫지 못하고 그들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 일부 광신도들이 보여주듯, “민주국가의 권력은 시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민은 그들을 몰아내고 권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힘들 것입니다. 권력의 그림자는 마치 상상 속의 용처럼 강력하고 거대하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달콤합니다. 그래서 사람을 쉽게 꾀어냅니다. 황교안이나 박근혜 정권을 비호한 수많은 공직자들이 끌려들어 가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런데도 물러서지 않고 우리의 것을 되찾고자 할 때, 그 싸움의 승리는 비로소 우리 시민의 것이 될 것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싸움은. 일제시대부터, 아니 그 이전부터 쌓였던 온갖 적폐와 패악을 몰아내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역경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적을 알고 우리 자신을 알 때, 그 길은 결코 위태롭지 않을 것입니다.
원문: 표도기의 타임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