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건 오랫동안 내가 집착해온 주제다. 시중에 나와 있는 매니지먼트 툴도 거의 다 사용해봤고 애자일, 칸반, 스크럼 등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경험해봤다. 그러면서 내린 결론은 특정 프로세스를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불편한 코너로 자신을 밀어 넣어서 더 발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Pomodoro?
이렇게 특정 테크닉보다는 마인드 셋(mindset)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개발자 출신 스타트업 대표님에게 ‘뽀모도로 테크닉’에 대해서 들을 기회가 있었다.
단순히 25분 업무 + 5분 휴식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를 팀 전체에 적용한 얘기는 처음 듣는 거라 꽤 흥미 있었다. 팀 전체에 뽀모도로 테크닉을 적용한 결과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우리 팀에서 시험적으로 적용해 보기로 했다.
뽀모도로의 기본 룰
- 할 일을 정하고, 25분으로 타이머 셋팅을 하고 ‘그 일만’ 한다.
- 타이머가 울리면, 하던 일을 멈추고 5분 동안 휴식을 취한다.
- 그렇게 하루 15 뽀모도로를 업무로 채운다.
간단하다. 그런데 팀에 끼치는 영향은 상당했다.
뽀모도로의 영향
1. 계획 짜기/ 리뷰하기
하루 8시간은 15번의 뽀모도로로, 일주일은 75번의 뽀모도로로 분절화된다. 뽀모도로는 막연했던 하루, 더 막연한 일주일을 구체적인 타임 슬롯으로 분절화하기 때문에, 어떤 업무를 얼마나 걸려서 진행할지 계획을 짤 수 있는 훌륭한 프레임을 제공한다.
하루나 일주일이 지난 후에 계획한 대로 진행이 되었는지 리뷰하면서,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면 어느 부분에서 왜 문제가 생겼는지 발견하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리뷰를 잘하면 다음 계획을 더 잘 세울 수 있다. 계획-실행-리뷰의 선순환은 결국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만들어 줬다.
2. 생각보다 긴 하루
하루 8시간은 15개의 뽀모도로로 나뉘고, 이는 점심 먹기 전까지 7개, 퇴근까지 8개의 뽀모도로로 나뉜다. 한 가지 일을 해야 하는 25분의 제한된 시간이 주어지면서, 업무에 완전히 몰입하는데 드는 시간이 2분 미만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렇게 점심 먹기 전까지 7개의 뽀모도로를 치열하게 해치우면 가끔 하루 할 일이 이미 끝나는 경우도 발생했다.
지금은 업무 리뷰를 통해서 업무를 하는데 걸리는 예상 시간이 오차범위 안에 들어오게 되었지만, 뽀모도로 초반에는 일이 너무 빨리 끝나서 내가 그동안 얼마나 루즈하게 시간을 썼는지를 확인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15개의 뽀모도로를 치열하게 소화하고, 오후 5시에는 퇴근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이를 지켰다.
하루는 생각보다 길었다. 퇴근 이후의 여유는 더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들을 떠올릴 수 있게 도와줬다.
3. 에너지 관리
누구나 정해진 양의 정신적/육체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고, 이를 보충하지 않고 소진해 버리면 번아웃이 찾아온다. 번아웃을 경험해본 입장에서, 번아웃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고 다른 팀원들에게도 빠르게 전염된다.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번아웃은 에너지 관리를 통해서 방지할 수 있다. 매일 감정 롤러코스터를 타고, 매일 답이 없는 문제를 만나는 스타트업의 경우 높은 에너지 레벨을 유지하고 있어야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에너지가 없으면 그냥 포기하게 된다.
뽀모도로의 치열한 25분 뒤 5분의 ‘멈춤’은 뇌에게 소화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하루 15 뽀모도로 후의 휴식은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게 해줬다. 뽀모도로를 적용한 뒤 나의 에너지 레벨은 항상 최고치에 머물러 있다.
Manage your Energy, not your time.
절대적인 일이 너무 많고 인원이 너무 적은 스타트업, 혹은 지속적인 방해가 있는 CS 업무의 경우 뽀모도로가 잘 안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무직에는 잘 맞을 것 같다.
뽀모도로를 개인이나 팀에 적용해서 하루를 두 배로 사는 기분을 느껴보시길.
원문: 전주훈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