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첫날 약 39조원의 시가총액으로 데뷔한 스냅에 초기투자해 약 1조7천억원의 수익을 거둔 라이트스피드 벤처파트너스 배리 에이거의 블로그글 일부분을 보자.
거의 딱 5년전의 일이다. 집에 와서 부엌에 들어갔더니 고2인 딸 나탈리와 친구들이 전화기를 보면서 웃고 있었다. 그게 뭐냐고 물었다.
“아빠, 이 앱 몰라요? 스냅챗이라고 해요.”
“몰라. 그게 뭔데.”
“사진을 찍어서 친구들에게 보내요. 그리고 친구들이 열어본 뒤 10초뒤에 사라져요.”
“그래? 어떤 사진을 보내는데?”
“친구들사이에 공유할만한 웃기고 황당한 사진들요. 요즘 앵그리버드와 인스타그램과 함께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있어요.”
앵그리버드와 인스타그램은 알겠는데 스냅챗은 처음 들어봤다.
“얼마나 자주 쓰는데?”
“하루에 5~6번 보내곤 했는데 지금은 30번쯤요!”
딸의 친구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남자애들도 쓰니?”
그러자 마침 아들 앤드류가 들어오면서 말했다. “네. 우리도 많이 써요.”
오호.. 이거 흥미로운데. 내 VC파트너인 제레미 리우에게 이야기해봐야겠다.
그리고 배리와 제레미는 스탠포드대학으로 찾아가 이 앱을 만든 2명의 학생 에반과 바비를 찾아냈다. 열흘뒤 라이트스피드는 스냅에 48만5천불(약 5~6억원)을 초기투자했다.
그리고 라이트스피드 사무실 한켠을 이들을 위한 업무공간으로 내줬다. 이후 후속투자까지 라이트스피드는 약 8백만불을 투자했으며 그 수익은 이번 상장으로 15억불(약 1조7천억원)까지 불어났다.
스냅에 대한 라이트스피드의 첫 투자가 딱 떨어지는 50만불이 아니고 48만5천불이었던 이유는 배리의 자녀들이 다니는 마운틴뷰의 사립고교가 1만5천불을 투자할 수 있도록 해줬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그 고교는 2천4백만불의 평가수익을 얻게 됐다고 한다.
여기서 느낀 교훈 2가지.
1. 좋은 투자를 하려면 고등학생자녀의 이야기도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일상생활속에서의 남다른 관찰력과 실행력이 필요하다. 배리 에이거스가 처음 스냅챗에 대해 들었을때는 스냅챗의 일일 사용자가 10만명밖에 안됐다고 한다.
그때 아이들의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흘려들었더라면 이런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없었을 것이다.
2. 창업자 입장에서 좋은 투자를 받으려면 VC가 먼저 찾아오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만든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퍼뜨려서 촉이 발달한 좋은 VC가 먼저 알고 찾아오도록 하면 좋다.
얼마전 테헤란로펀딩클럽에서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 문규학대표는 “VC에게 어떻게 접근하면 좋은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역설적으로 말씀드리자면 VC에게 먼저 안 다가가는 것이 제일 좋다. 정말 좋은 기업에겐 VC가 먼저 찾아간다. 못 믿겠지만 사실이다. 투자 안 받겠다고 버티는 좋은 기업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 무림의 고수끼리는 실력자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모두 알고 있고 실제로 먼저 가서 만남을 청한다.”
원문 : 에스티마의 인터넷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