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 이정미 헌법재판관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린 협박범이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박사모 카페에 이정미 재판관 살해 협박 글을 올린 최 모 씨를 협박 혐의로 입건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최 모 씨는 박사모 카페에 ‘이정미만 사라지면 탄핵기각 아닙니까?’라는 제목으로 ‘이정미 대행이 사라지면 7인 체제가 된다. 2명만 기각 표를 던지면 (탄핵이 기각)된다. 저는 이제 살 만큼 살았다’라며 ‘나라를 구할 수 있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 이정미 죽여버리렵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경찰은 최씨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두려움을 느껴 25일 새벽에 자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최씨가 장난으로 글을 올리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며 “최씨가 실제로 이 대행에 대한 테러 실행 준비를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태극기를 왜 안 들어? 무차별 폭행 이어져
지난 2월 19일 춘천에서 태극기 집회 현장을 지나가던 26살 신 모 씨는 집회 참가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했습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는 길을 가는 신 모 씨를 향해 “너희는 태극기를 왜 안 드느냐”면서 “혹시 너네 부모님도 빨갱이냐”며 다짜고짜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습니다.
2월 11일에는 태극기 집회를 취재하는 CBS 기자와 뉴스타파 기자가 집회 참가자들로부터 태극기 봉과 주먹으로 구타를 당했습니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 앞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집회참가자들을 제지하는 교통경찰관이 폭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2월 4일에는 촛불집회에 참가해 행진을 하는 여학생 2명을 50대 남성이 폭행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11월에는 엄마부대 소속 회원들이 10대 여성을 폭행하기도 했고, 가방에 노란 리본을 달고 지하철을 탔던 여고생들이 노인들에게 욕설과 위협을 당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태극기 집회 폭력, 증오범죄에 해당
미국 캘리포니아 주 검찰은 “증오범죄는 범죄자가 피해자를 피부색, 언어, 종교, 성적 취향 또는 장애로 인해 인간으로서의 완전한 가치가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비인간적인 범죄 중의 하나이다”라며 “증오범죄는 피해자가 속한 그룹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려가 지역 사회 전체로 파급된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증오 사건’은 일부 헌법에 보장된 자유에 대한 권리처럼 허용될 수는 있지만, 이러한 행동이 다른 사람이나 재산에 위협을 줄 정도로 확대되면 ‘증오범죄’로 분류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독일 형법 제130조 국민선동
① 공공의 평온을 교란하기에 적합한 방법으로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3월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에 처한다.
- 일부 주민에 대한 증오심을 선동하거나 그에 대한 폭력적·자의적 조치를 촉구하는 행위
- 일부 주민을 모욕 또는 악의로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에 의하여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행위
②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람은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
- 일부 주민, 민족적·인종적·종교적 집단 또는 민족성에 의하여 분류된 집단에 대한 증오심을 선동하거나 이들에 대한 폭력적·자의적 조치를 촉구하거나, 일부 주민 또는 위 집단을 모욕 또는 악의로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에 의하여 명예를 훼손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는 문서에 관하여 다음 각목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사람
a) 반포 행위
b) 공연히 전시·게시·상영하거나 기타 그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
c) 18세 미만자에게 제공·양여하거나 기타 그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행위
d) 위 문서 또는 이를 이용한 제작물을 a목 내지 c목에 의한 방법으로 사용하거나 타인의 사용을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제조·취득·인도·보관·공여·광고·선전·수입 또는 수출하는 행위- 제1호에 규정된 내용의 표현물을 방송·미디어 또는 전신을 통하여 반포한 자
독일에서는 ‘일부 주민에 대한 증오심을 선동하거나 그에 대한 폭력적 자의적 조치를 추구하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자유형으로 처벌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독일이 ‘증오범죄’를 중요한 범죄로 지정하거나 처벌하는 이유는 증오범죄가 인간의 존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특히 독일의 경우는 나치 범죄로 인한 폐해와 위험성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관련 표현이나 행동에 대해서 강력하게 규제하거나 처벌을 하기도 합니다.
태극기 집회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단순히 사상의 옳고 그름을 말하는 단계를 뛰어넘어 ‘증오범죄’에 해당합니다. ‘증오범죄’를 법으로 무조건 해결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법적 안전장치나 위험성만큼은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한국에서 증오범죄를 단호하게 처벌해야 하는 이유
① 증오범죄, 살인까지 이어지는 흉악범죄
한국에서는 증오범죄에 대한 정확한 통계나 자료, 분석 보고서 등이 거의 없습니다. 2010년 검찰청의 통계만 보면 전체 범죄 건수 284,348건 중에서 증오심을 유발하는 범행동기에 의해서 발생한 보복범죄가 82건, 현실 불만 동기범죄가 7,060건으로 총 7,142건이었습니다.
단순 보복이나 사회 불만 범죄를 포함하는 경우와 극단적인 태극기 집회 등의 폭력 행위자를 지금은 구분할 수 없지만, 점점 늘어가고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여기에 폭언, 폭행, 협박을 뛰어넘어 강간, 살인까지 이어지는 흉악범죄의 성격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단순한 사회에 대한 불만을 정치적 사상을 내세워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범죄자들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을 놓고 본다면, 증오범죄의 유형과 동기 등을 정확히 분석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② 반공 극우단체의 학살로부터 시작된 증오범죄
1951년 피카소는 1950년 한국에서 발생한 ‘신천군 학살 사건’을 소재로 ‘Massacre in Korea(한국의 학살)’라는 작품을 그렸습니다. 신천군 학살은 “미군이 오면 빨갱이를 살려둘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보복에 나선 것”이라는 증언처럼 반공청년단이 주도한 만행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반공’이라는 논리로 어린이부터 무고한 시민까지 학살한 사건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들이 내세운 논리는 ‘빨갱이는 죽여야 한다.’였습니다. 말도 못하는 갓난아기와 한글조차 모르는 여성과 노인조차 반공청년단에게는 ‘죽여도 되는 빨갱이’에 속했습니다. 이것은 사상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문제가 아닌 ‘증오범죄’에 해당하는 ‘흉악 범죄’에 불과합니다.
③ 증오범죄는 그들의 신념에 따라 행동, 사회의 안전을 위협할 것
극우단체의 폭력성을 단순히 편견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빨갱이는 죽여도 좋다’는 말은 가치관의 문제나 옳고 그름, 선악에 대한 편견으로 보기는 범죄의 위험성이 너무 높습니다. 그들은 사실상의 근거 없이 싫어하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진실을 말해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뉘우치거나 잘못됐다고 보지 않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검찰은 ‘증오범죄를 법 집행 기관에 신고하지 않으면 범죄자들은 계속 그들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사상의 자유와 증오범죄는 분명히 구분돼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사상이라는 명목으로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이 죽어야만 했던 역사를 경험했습니다. ‘빨갱이는 죽여도 좋다’는 말은 이미 그 자체로 ‘범죄’이며, 법의 단호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원문: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