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어쓰기를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네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한글 맞춤법은 띄어쓰기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어요. 오·탈자가 있는지 서술어를 맞게 썼는지보다 띄어쓰기가 먼저 보이기 때문인 거죠.
예전의, 그러니까 한 100년 전쯤의 한글에는 띄어쓰기라는 게 없었나 봐요. 당시의 신문을 보면 기사를 죄다 붙여쓰기로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띄어쓰기를 안 하거나 엉뚱하게 해놓고 보니 글이 제멋대로 읽히는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가장 흔한 예가 이런 거죠.
-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 서울시 장애인 복지관
- 서울시장 애인 복지관
얼마 전 후배가 재미난 얘기를 들려주더군요. 버스를 타고 가는데 ‘수원시장 안구 보관소‘라는 간판이 보이더라는 거예요. 그래 ‘수원시장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그의 안구를 위한 보관소까지 있는 건가’ 싶었다네요. 물론 ‘수원시 장안구 보건소’를 잘못 읽었던 거였죠.
“모든 단어는 띄어 쓴다!” 우리글의 띄어쓰기 원칙은 이것 하나밖에 없어요. 얼마나 간단한지요. 문제는 예외인데, 일테면 명사 뒤에 오는 조사는 붙여 쓴다 정도이죠. 이것만 알아도 한글 띄어쓰기의 80퍼센트는 아는 것이에요. 거기에 두세 가지만 더 추가하면 100퍼센트가 되는 거죠.
1. 명사 뒤에 붙은 ‘하다’는 띄어야 할까요, 붙여야 할까요?
‘공부하다’는 원래 ‘공부를 하다’의 줄임말이니까 띄어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요. 실은 그렇지가 않아요. 여기서 ‘하다’는 명사 뒤에 붙어서 명사를 동사나 형용사로 만들어주는 서술격 조사로 봐야 하는 거죠. 따라서 ‘하다’가 별도의 동사로 쓰이는 경우가 아닌 경우, 즉 ‘하다’가 명사에 따라붙을 때는 반드시 붙여야 해요.
- 공부하다, 사고하다, 판단하다, 주장하다, 민망하다, 고찰하다 등
2. 의존명사 & 부사: 수, 지, 줄, 뿐, 대로, 만큼
의존명사일 때는 앞의 관형절과 반드시 띄어 써야 하지만, 조사로 쓰일 경우엔 명사 뒤에 붙여 써야겠지요. 이게 바로 띄어쓰기를 어렵게 만드는 주범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앞말에 관형절이 오면 무조건 띄면 되고, 앞말이 명사일 경우엔 붙이면 되니까요.
- 나는 떡을 먹은 ‘적’이 없다.
- 나는 비가 오는 ‘줄’을 몰랐다.
- 나는 토끼를 잡을 ‘수’가 있다.
- 나는 나’대로’ 할 일이 있어.
-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 어쩔 수 없어.
- 한국어 문법’만큼’은 어려워요.
- 열심히 노력한 ‘만큼’ 성과를 낼 것이다.
- 내게 어려운 과목은 수학’뿐’이야.
- 나는 그저 수학을 열심히 할 ‘뿐’이야.
3. ‘못’과 ‘안’ 부정문
긍정문을 부정문으로 만드는 말로 ‘못’과 ‘안’이 있지요. 그런데 ‘못’과 ‘안’으로 만드는 부정문에는 두 가지 용법이 있어요. ‘~지 못하다(긴 부정문)’와 ‘못 ~는다(짧은 부정문)’, ‘~지 않다(긴 부정문)’와 ‘안 ~는다(짧은 부정문)’. 긴 부정문인 경우 붙여 쓰고, 짧은 부정문은 띄어 쓰는 게 원칙이에요.
철수가 밥을 먹는다. (긍정문)
- 철수가 밥을 먹지 못한다. (긴 부정문)
- 철수가 밥을 못 먹는다. (짧은 부정문)
철수가 밥을 먹는다. (긍정문)
- 철수가 밥을 먹지 않는다. (긴 부정문)
- 철수가 밥을 안 먹는다. (짧은 부정문)
원문: 최준영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