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인문학이 중고등학교의 정규 교과목이 된다면 교과서는 따로 제작할 필요가 없다. 철학자 김용규의 『생각의 시대』를 활용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책은 인간의 생각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고 발전해 왔는지, 생각의 도구로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친절하고도 심도있게 설명해 준다. 이미 내 강의에서 수없이 인용하고 있지만, 오늘 소개할 내용은 그중에서도 특히 자녀교육에 관심을 가진 학부모에게 유용할 것이다. 이른바 ‘아이에게 책을 읽어줘야 하는 이유’다. 책의 내용을 소략해 본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줘야 하는 ‘뇌과학적’ 이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단순히 언어를 가르치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을 통해 아이의 시간의식, 역사의식, 자기의식과 같은 고차적 의식 내지 고등정신 기능을 일깨우고 아이의 뇌가 정신적 문법을 재생산하도록 하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뇌신경과학에서는 인간의 뇌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신경세포들이 새로운 연결망과 경로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우리의 뇌는 컴퓨터에 내장된 하드디스크가 아니다. 인간 뇌 구조의 핵심적 특성은 경험에 따라 크기와 구조가 바뀌는 ‘가소성(plasticity)’이다.
뇌는 계속 변한다. 뇌는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에 의해 생각을 만들뿐 아니라, 그 생각에 의해 스스로를 만들어 확장해가는 시스템이다. 이처럼 외부의 정보에 의해 스스로 형태를 달리하는 시스템을 컴퓨터 과학자들은 ‘열린 구조(open architecture)’라고 부른다.
미국 터프츠대학교 인지신경과학과 아동발달을 연구하는 메리언 울프(M. Wolf)는 『책 읽는 뇌』에서 “사람의 뇌는 유전적 자원이 제한되어 있음에도 훌륭한 열린 구도의 예가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독서는 뇌가 새로운 것을 배워 스스로를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인류의 기적적인 발명이다.“라고 토로했다. 이것이 우리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어야 하는 뇌과학적 이유이다.
- 아이에게는 우선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에서 오는 정서적 안정감이 생긴다.
- 어휘력이 향상된다.
- 상상력이 풍부해진다.
- 글쓰기의 기본을 익히게 된다.
- 독서에 대한 흥미와 습관이 길러져 언젠가는 스스로 책을 읽게 된다.
- 이해력이 향상되어 학교 교육에 도움이 된다.
- 부모에게는 무엇보다도 아이와의 애정 어린 유대감을 유지할 수 있는 행복이 주어진다.
- 아이의 고등정신기능이 일깨워지고, 어휘력, 상상력, 이해력 등이 차츰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기쁨은 오히려 덤이다.
원문: 최준영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