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직원들에게 좀 매력 있어 보이면 좋겠습니다.”
뭣한 얘기지만 지지리 궁상맞은 회사가 직원에게 “주인의식을 가져라”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라” 하는 얘기가 참 듣기 민망할 때가 있습니다. 게다가 직원들에게 회사가 보기에 ‘매력 있는 직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얘기하는데 이건 순서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회사가 매력적이고 나서 ‘매력 있는 직원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기대하는 것이 맞는 순서 같습니다.
사실 회사라는 것이 회사 대 직원으로 분리에서 직원의 상대방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직원과 경영자의 합이 회사니까요. 하지만 회사를 직원과 구분되는 무형의 무엇으로 설정해 놓는 것이 설명하기에 용이하니 분리해 놓고 보겠습니다.
사람의 경우 일반적으로 외모가 반듯하고 예쁘거나 멋지고 늘씬하거나 기럭지가 길면 매력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보이는 모습과 달리 말 몇 마디 나눠보니 머리에 든 게 없고 경박스럽다면 매력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보통 키에 이목구비가 뚜렷하지 않은 평범한 외모라도 지혜롭고 너그럽고 꿈과 목표가 분명하며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면 매력 있게 보일 수 있습니다.
회사도 그렇습니다. 대기업처럼 이름있는 회사이거나 소위 잘 나가는 벤처기업은 아니더라도 회사가 가진 미션이 원대하고 비전이 명확하고 핵심가치가 명료하다면 매력 있어 보일 수 있습니다.
매력에 대한 실험
‘매력’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힘’입니다. 또 다른 의미는 ‘이성을 끌어당기는 보이지 않는 힘’입니다. 매력이 있다는 것은 외모를 포함한 옷차림 등 시각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사람의 매력에 대한 실험이 있었습니다. 길거리에 동일한 남자를 두고 매력도에 대해 최저 1점에서 최고 10점까지를 주게 했습니다. 겉모습뿐 아니라 말도 걸어보면서 복장, 태도, 말투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첫 번째 상황은 남자가 머리를 대충 넘긴 부스스한 상태로 체육복 차림에 삐딱하게 짝다리를 짚고 서 있고 말투는 경박스럽고 말꼬리를 흘리는 부정확한 발음을 하게 했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이 매긴 매력도 점수는 1-5점 사이에 있었습니다. 가끔 6-10점을 준 사람이 있는데 이유는 사람이 불쌍해 보여서였다고 합니다. 매력도 투표를 한 사람에게 “이 사람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 같으냐?”고 물었더니 배달업에 종사하는 사람, 직장이 없는 사람(백수), 군대 막 다녀온 복학생 같다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이어서 “이 사람이 당신에게 프로포즈를 한다면 받아줄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는 모든 사람이 “아니오”라고 대답했습니다. 정말이지 이런 사람과는 웬만하면 얽히고 싶지 않은 모양입니다.
두 번째 상황은 같은 남자가 머리를 잘 빗어 넘기고 정장 차림에 반듯하게 서 있게 했습니다. 말을 붙이면 약간의 미소를 지으며 정확하게 발음하게 했습니다. 예상대로 매력도 점수는 거의 6-10점 사이에 있었습니다. 가끔 1-5점을 준 사람이 있는데 이유는 “약간 사기성이 있어 보인다”라고 했습니다. 매력도 투표를 한 사람에게 “이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 사람 같으냐?”고 물었더니 대부분이 회사원 같다고 답변했습니다. 세상이 어려워져서인지 회사원에 대한 느낌이 나쁘지 않은 모양입니다. 이어서 “이 사람이 당신에게 프러포즈를 한다면 받아줄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모든 사람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예”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실험은 똑같은 사람이지만 ‘어떻게 보이느냐’는 매력도를 판단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시사점이 있습니다. 사람의 매력도는 헤어스타일, 표정, 옷, 자세, 목소리 톤과 말투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칩니다. 매력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서 사람이 하는 말의 내용은 7% 정도밖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사람의 목소리 톤, 말투, 자세, 눈빛 등 비언어적 요소가 무려 93% 이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매력이 있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 여성과 남성 간에 ‘당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입니다. ‘호감이 있다’는 사람과 사람뿐 아니라, 회사와 직원 관계에서도 성립됩니다.
회사에서 노는 게 좋은 것 아닌가
‘당신에게 호감이 있다’를 회사로 바꾸면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 “회사에 오는 게 즐겁다” “회사에서 일하는 게 신난다”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저 친구는 회사에 놀러 오는 것 같아”라는 말을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회사에서 논다’라는 말은 문제 있는 직원이라는 표현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일이 즐겁고 재미있어 ‘논다’는 것과 일에 대한 압박감, 경제적 압박감, 여기에 더하여 늘 해오던 일이라는 타성에 젖어 ‘비장하게’ 일하고 있다면 어떤 것이 좋은 상황일까요?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좋지 않게 사용했던 ‘회사에서 논다’는 말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재사관학교로 읽고 인재킬링필드라고 해석한다
좋은 회사가 되려면 직원들에게 매력 있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회사가 오로지 이윤창출만 외치고 회사 경영도 투명하지 못하고 직원들이 억울하게 느껴질 만큼 보상이 적다면 직원들은 회사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당장에 갈 곳이 없다거나 먹고 살기 위한 경제적 목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고 타성에 젖어 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황이 좋을 때라면 회사가 버틸 수 있는 상황이겠지만 위기가 온다면 이런 상태로는 위기를 이겨내기 어려울 것입니다.
회사 경영상황을 파악하는 지표 중에 ‘이직률’이 있습니다. ‘이직률’은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경영에 나쁜 지표입니다. ‘이직’을 한다는 것은 직원 입장에서는 이 회사가 절대적으로 나쁘거나, 상대적으로 나쁘거나 아니면 두 가지 모두인 경우입니다. 일반적인 경영 환경에서 이직의 변이 “회사가 어려운데 내가 기여를 못 해서”라는 얘기를 믿을 수 있을까요? 어떤 회사의 경영자는 “여기를 나간 사람이 여러 기업에서 활약하고 있다”라며 ‘인재사관학교’라고 자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재사관학교는 광고에 나오는 ○○대학교로 족합니다. 이직률이 높다면 직원에게 매력 없는 회사입니다. 직원들은 ‘인재사관학교’로 읽고 ‘인재킬링필드’로 해석합니다.
MVP보다 우선인 게 EVP
마케팅 용어에 MVP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Marketing Value Proposition’을 줄인 말로 직역하면 조금 어색하지만 ‘고객 가치 제안’이라는 말인데,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에게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는 마케팅 용어입니다. “가성비가 엄청 좋습니다” “동급 최강입니다” “당신에게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당신을 왕자와 공주로 만들어 드립니다”처럼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줄 수 있다고 매력을 한껏 주장하는 것입니다. 사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그런 것이죠.
인사관리에서는 MVP라는 말을 EVP라는 용어로 사용합니다. ‘Employee Value Proposition’의 약어로 이것도 직역하면 다소 어색하지만 ‘직원 가치 제안’입니다. 직원들에게 매력적인 회사가 되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나 관행을 가지는 것을 말합니다. EVP하면 가장 대표적인 것이 매력적인 복지제도입니다. 과거에는 최고의 복지제도가 직원들에게 대학생 자녀 학자금을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연간 1,000만 원이 넘는 목돈을 회사에서 지원해 주니 엄청난 복지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오래도록 이 제도를 운영해온 대기업이나 몇몇 중소기업 외에는 많지 않습니다. 비용부담이 큰 이유도 있지만 고용상황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부분 젊은 직원에게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요즘 추세는 다른 회사에 없는 독특한 복지제도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회사는 직원들끼리 4인 1조가 되어 평일에 2박 3일짜리 제주도 올레길 투어를 지원합니다. 직원들끼리 서로 팀을 짜고 미리 업무를 조절하여 즐거운 여행을 다녀옵니다. 또 회사 근처 호프집을 정해서 직원 2인 이상이 오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다른 회사에는 없는 제도인 데다가 직원 간 소통도 늘어나 만족도도 매우 높습니다. 이것 말고도 여러 회사가 적용하는 독특한 복지제도는 무궁무진합니다.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면 EVP에 관심이 전혀 없겠지요.
EVP는 광의의 EVP다
많은 회사가 EVP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직원들에게 매력 있게 보이려고 여러 가지 가치제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부분은 직원에게 매력 있어 보이는 방법을 ‘급여를 많이 주고 복지제도를 많이 운영하는 것’으로 좁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외형적인 것에 치중하는 것입니다. 직원에게 매력 있는 회사는 그 회사가 가진 원대한 목적과 사명감(미션), 크고 대담한 목표(비전), 일하는 원칙과 기준(핵심가치)이 반듯하게 서 있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의 의미와 보람을 느끼고, 일을 즐겁게 여기고, 일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과 같은 내면적인 성장도 직원에게는 회사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요소입니다. 그래서 EVP는 외면적인 것과 내면적인 것을 포함하는 광의의 개념입니다. 직원에게 매력 있는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그러려면 EVP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 뒤에 직원들에게 매력 있는 직원이 되라고 요구하십시오.
원문: 정진호가치관경영연구소 더밸류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