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살을 빼겠다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보건복지부 ‘지역사회건강조사’에 따르면 2015년(최신) 기준으로 성인 5명 중 3명 이상(61.9%)이 다이어트를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프로야구 선수 중에서는 반대가 많습니다. 해마다 전지훈련 시즌이 되면 어떻게든 몸무게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는 선수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말 덩치가 커지면 야구 실력도 좋아질까요?
이를 알아보려고 먼저 지난해 프로야구 1군 경기에 단 한 타석이라도 들어섰던 타자 276명(외국인 선수 제외)의 키와 몸무게를 조사했습니다. 그다음 선수들을 키 183㎝와 몸무게 83㎏을 기준으로 네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이 기준점은 키와 몸무게의 중앙값(median)입니다. 중앙값은 어떤 자료를 늘어놓았을 때 한가운데에 있는 값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1, 3, 5, 7, 9가 있을 때는 평균만 5가 아니라 중앙값도 5입니다.
편의상 키도 크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는 선수를 ‘덩치형‘, 키는 크지만 몸무게는 적게 나가는 선수를 ‘모델형‘, 키는 작지만 몸무게는 많이 나가는 선수를 ‘엄지형‘, 키도 작고 몸무게도 적게 나가는 선수를 ‘아담형‘이라고 이름 붙여 보겠습니다.
역시 크면 강했습니다. OPS(출루율+장타력)를 기준으로 삼으면 역시 덩치형이 .837로 제일 잘 치고 이어서 △엄지형 .811 △모델형 .794 △아담형 .724 순서였습니다. 이 기록을 통해 키가 큰 것보다 몸무게가 더 많이 나가는 게 OPS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이 키는 어쩌지 못해도 몸무게는 조절할 수 있으니 선수들이 몸무게를 늘리려 애쓰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덩치형 선수는 기회도 더 많이 얻습니다.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276명 중에서 덩치형으로 분류할 수 있는 선수는 30.1%(83명)이었습니다. 이들은 전체 타석 중에서 36.3%를 점유했습니다. 반면 모델형 선수 36명(13.0%)의 타석 점유율은 9.5%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누적 기록에서도 덩치형 선수는 이득을 보고 모델형 선수는 반대입니다.
크면 강할 뿐 아니라 오래 가기도 했습니다. 범위를 2007년까지 10년 동안으로 넓히면 전체 프로야구 선수 2345명(중복 포함) 중에서 40.0%를 덩치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30세 이상만 따져 보면 이 비율은 47.0%로 올라가고 35세 이상에서는 51.5%가 됩니다. 40대에서는 76.5%입니다.
이번에도 모델형 선수는 반대입니다. 2007년 이후 전체 선수 중 10.2%를 차지하는 모델형 선수 중에서 35세 이후에도 선수 생활을 계속하는 건 3.5%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모델형 선수 중에는 프로에 입문하면 몸무게가 늘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렇지 못한 선수가 적지 않습니다. 또 모델형 선수가 살을 찌우면서 덩치형으로 바뀌기도 했고요.
아담형 선수는 타격 기록은 제일 안 좋지만 대신 덩치형 선수가 못하는 일을 합니다. 예상하시는 것처럼 내야 그중에서도 특히 2루수와 유격수 수비가 그렇습니다. 2루수(178.7㎝, 79.5㎏)와 유격수(179.3㎝, 78.4㎏)는 아담형이 평균 체형이었습니다. 중견수(180.7㎝, 79.1㎏)도 마찬가지. 이 세 포지션과 함꼐 흔히 ‘센터라인’이라고 표현하는 포수 자리는 평균 179.9㎝, 88.0㎏으로 엄지형이 표준 체형이었습니다.
타자와 달리 투수는 몸무게하고 큰 관계가 없었습니다. 몸무게가 늘면 공도 빨라질 것 같지만 군사용 레이저 기술로 투구 속도를 측정하는 ‘트랙맨 베이스볼’ 데이터를 살펴보면 빠른 공 평균 시속이 △덩치형 140.4㎞ △모델형 140.3㎞ △아담형 139.5㎞ △엄지형 138.9㎞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습니다. 키도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