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습니다. 한정석 판사는 19시간에 걸친 심사를 통해 17일 새벽 5시 35분에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 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무려 5가지나 됩니다.
특히 기각됐던 지난달 구속영장 청구 때는 없었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재산국외도피’와 ‘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두 가지가 추가됐습니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씨 소유의 코어스포츠에 80억 원을 송금하는 과정에서 삼성이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점을 찾아냈습니다. 정유라 씨에게 말을 새로 사주면서 이를 감추기 위해 말 중개상인 헬그스트란과 체결했던 계약서 부분이 허위 또는 과장으로 드러나 범죄 수익 은닉 혐의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런 특검의 치밀한 증거 보강 등이 있었기에 구속영장이 발부될 수 있었습니다.
한정석 판사, 그는 누구인가
한정석 판사는 사법연수원 31기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해 수원지법, 서울중앙지법, 대구지법 김천지원 등을 거쳐 서울중앙지법에 근무 중이며, 20일부터는 부장판사로 승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옮길 예정입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중에서는 나이가 가장 어린 한정석 판사는 영장전담 판사가 겪듯이 사안마다 시민들의 지지 또는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최순실 씨에게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라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최경희 전 이대 총장에게는 “입학 전형과 학사 관리에서 피의자의 위법한 지시나 공모가 있었다는 점에 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화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한정석 판사는 넥슨 비상장 주식 특혜 매입 의혹을 받았던 진경준 전 검사장과 ‘스폰서 검사’ 수사무마 김형준 전 부장검사에게는 구속영장 발부하고,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과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구속영장은 기각하기도 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한정석 판사는 조의연 판사와 다르게 삼성의 최씨 일가 지원의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삼성 경영권 승계에 대한 대가성이 있다는 특검 측의 주장을 일부 인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 창립 이후 총수 구속은 처음
삼성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늘 정치권력에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했던 기업입니다. 이병철 회장은 자유당 정부에는 4억 2,500만 환의 불법정치자금을 전두환에게는 220억 원의 뇌물을 제공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노태우 정권에는 250억 원의 뇌물을 제공했고 1997년 대선에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게 60억 원을 건넸습니다. 이 후보의 동생 이회성 씨가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수사하지 않았습니다.
검찰을 믿었을까요? 2002년 대선에서 삼성은 무려 340억 원이라는 엄청난 불법정치자금을 이회창 후보에게 제공합니다. 국민주택채권 300억 원을 책처럼 제본해 전달해 ‘책떼기’라고 불린 사건이었습니다. 검찰은 이건희 회장의 믿음대로 한 차례 소환조사도 없이 무혐의 처분을 내립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한 특혜를 받기 위해 최순실 씨 일가에게 엄청난 지원을 했습니다. 최순실 씨와 박근혜 대통령이 배후에 있는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는 204억 원을 출연했으며 독일 코레스포츠와 210억 원의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 원을 송금했습니다. 조카 장시호 씨가 세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는 16억 2,800만 원을 후원했고 최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는 수십억 원의 명마를 제공했습니다.
삼성 창립 이후 총수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삼성은 재벌 총수의 구속으로 당황하겠지만,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구속 수사였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이건희 회장처럼 집행유예를 받거나 기부 등을 이유로 법의 심판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직 유죄 판단은 내려지지 않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가 있던 서울 서초동 법원 앞에서는 시민들이 ‘이재용 구속’을 외쳤습니다. 빗속에서 시민들이 외치고 원한 것은 ‘돈이 법을 이길 수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과거 대한민국에서 돈과 권력을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관계였습니다. 재벌들은 정치권력에 돈을 갖다 바치고, 온갖 특혜를 받았습니다. 정치권력자들은 재벌들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막대한 불법정치자금을 받아 권력을 쟁취하는 수단으로 사용했습니다. ‘돈이면 된다’는 사회를 몸소 보여준 집단이 재벌 총수 일가였습니다. 그들에게 대한민국 사회는 언제나 자신들 마음대로 등골을 빼먹을 수 있는 황금알 낳는 오리에 불과했습니다.
이제 그들의 과도한 불법 행위가 법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작은 출발이 시작됐습니다. 아직 이재용 부회장의 유무죄 판단은 내려지지도 않았습니다. 형량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유명무실한 집행유예 처벌이 내려질 수도 있습니다. 기부 등으로 모면할 수도 있습니다. 끝난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법이 삼성이 가진 막대한 돈의 권력을 이길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원문: 아이엠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