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 이 글은 미국에서 변호사이자, askakorean.net을 운영하는 T.K. 님의 글에 말콤 글래드웰이 직접 쓴 댓글입니다. 해당 논쟁에 대해서는 한국의 수직적 위계질서가 항공기 사고를 불렀다? 와 항공기 사고가 권위주의 때문이라고? 웃기는 서구의 시선일 뿐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번역자의 한 마디 : 학교 선배님께서 제대한 날 전화를 주셨기에, 축하 전화인 줄 알고 반갑게 받았습니다. 그는 전역 첫날인 저에게 “글 번역할 거 있는데, 메일 보낼게.”라는 차가운 한마디를 남겼습니다. 학벌사회는 사라져야 합니다.
번역 감수자(위의 T. K. 님)의 한 마디 : 말콤 글래드웰 씨가 그의 이론과 문화적주의에 대한 제 글에 친절하게 반응을 보내주셨습니다. 여기 그가 제게 보내준 글의 전문을 받은 그대로 올립니다. 아래의 글래드웰 씨의 요지에 답하는 간략한 글을 이후에 올리겠습니다. 제 글을 읽는 데 시간을 할애해주신 글래드웰 씨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말콤 글래드웰의 한 마디 : ㅍㅍㅅㅅ 놈들아… 내 글 불펌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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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비행기 추락을 다룬 장에 대해 쓴 글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우선 문화적주의에 대한 당신의 담론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웃라이어>에서 저는, 인간의 행동과 행위의 문화적 뿌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문화에 기반한 특성은 가단성(외부의 충격에 의해 깨지지 않고 늘어나는 성질)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려 노력했습니다. 그 특성은 다른 풍습과 전통을 배움으로써 바뀌고 개선되며 적응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요지를 너무나 자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화적 해석은 가끔씩은 유전적 해석만큼이나 무차별적으로 사용되는데, 이는 큰 실수입니다.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의 요인에 대해 성급하게 판단을 내린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이를 지적해 주신 것은 옳습니다. (골프에 관한 제 글에 대한 친절한 말씀도 감사드립니다!)
이 말을 하고 나서, 제 저서에 관한 당신의 결론 몇 가지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고자 합니다.
조종사 의사소통 문제는 대한항공에서도 인정한 것
첫째, “비행기 추락에 대한 문화적 비밀”은 제 이론이 아닙니다. 제가 그냥 집에 앉아있으면서 지어낸 그런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항공계는 1980년대에 조종사들이 지나치게 상관을 존중하는 행태가 초래하는 결과에 대해 우려하였으며, 얼마지 않아 몇몇 심리학자들과 휴먼 팩터 전문가들이 문화가 이런 성향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한 문헌은 방대합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휴먼 팩터 전문가 중 하나인 로버트 하임라이히Robert Heimreich의 논문들을 참조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대한항공의 문제에 문화가 기여했다고 생각한 가장 중요한 객체는 물론 대한항공 자신이었습니다.델타항공에서 팀을 영입해 조종사들을 재교육시킨 것은 대항항공 자신입니다. 당신의 글의 요점이, 대한항공이 자신의 문제를 잘못 짚었다는 것인가요?
둘째, 당신의 글에서는 제가 대한항공을 매도하고 “대한항공은 다른 항공사보다 사고를 낼 확률이 더 높다”라는 거짓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문제가 있다고 결론지은 것은 제가 아닙니다. 국제항공계였지요. 1990년도 후반에 델타항공과 에어프랑스는 대한항공과의 제휴협력을 끝냈습니다. 미 연방항공국(FAA)는 대한항공의 안전 등급을 격하하였으며 캐나다 정부에서는 캐나다 영공상의 대한항공 비행 허가를 철회할 것을 고려한다고 대한항공에 통보하였습니다.
제가 자의적으로 만들었다고 글에서 주장하는 대한항공 추락사고의 목록은 美 국가운수안전이사회(NTSB)의 대한항공 안전기록분석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항공이 자체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여겼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당신의 글에서는 대한항공이 자신의 문제점을 잘못 짚었다는 이상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대한항공이 냉전 중에 러시아 영공으로 잘못 비행한 사건은 왜 조종사의 능력을 논하는 데에 포함되지 않았는지가 의문스럽습니다.)
언어 사용과 나이 문제에 앞서, ‘문화’가 중요
셋째, 당신의 글에서는 항법사가 기장보다 나이가 많았으므로 조종실 내의 위계질서에 대한 제 주장은 틀렸다고 하였습니다. 인용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인이 직장에서 자신의 자리가 조금 더 높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보다 14살 위인 상대방에게 무례하게 대할 거라 생각한다면 한국 문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다수는 공군 출신이므로) 항공 문화 및 군 문화에서는 그와 반대로 행동하리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댓글로 이 점은 이미 시인하셨으니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넷째, 당신의 글에서는 대한항공 조종실의 조종사들은 대부분 영어를 구사하였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영어로 대화하고 있으면 한국어에 녹아있는 권력간격이 적용되지 않으리라는 주장인 것 같은데요. 이는 말이 안 됩니다. 언어는 문화를 조종하는 게 아니라 문화를 반영합니다. 한국인이나 콜롬비아인, 사우디인이 영어로 말한다고 해서 그 순간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자신들의 문화 속 전제를 안고 가지요. 제가 한국어의 언어적 특성에 대해 말한 것은 권력간격에 대한 문화적 관념이 얼마나 깊숙이 박혀있는지를 지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신의 글에서는 “글래드웰은 대한항공의 신임 COO(최고 업무진행 책임자) 데이빗 그린버그David Greenberg(前 델타항공 간부)가 조종사들이 영어로만 대화하게 함으로써 한국어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들을 전부 해결하였다고 설명합니다”라고 주장하였는데, 저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제 말은 그린버그가 조종사들을 재훈련시키는 과정에서 영어 구사 능력을 우선순위에 넣었다는 것이지요. 이를 언급한 장의 단락이 나올 시점에서 저는 제대로 된 조종사의 의사소통에는 인간관계 능력, 분석적 능력, 조직 능력이 모두 포함된다는 것을 충분히 명확하게 하였습니다. 그린버그의 요점은 단순히 그가 가르치려는 여러 가지 하위 기술과 기량이 새로운 언어에서 이해하기가 쉬우리라는 겁니다.
그래서… 과연 부기장은 적절하게 기장과 의사소통을 했는가?
이제 그 글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부분으로 가 봅시다: 바로 괌 비행 음성 기록의 재해석입니다. 해당 장에서 볼 수 있다시피, 중점적인 문제는 기장이 괌 공항에 시계접근(visual approach)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그 방법이 기장에게는 가장 쉽고 부담이 적었을 것이며, 그는 (짐작하기엔) 피곤해서 그 방법을 택하기도 했을 겁니다. 그러나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시계접근은 상황에 부적합했습니다.
중요한 질문은, 왜 조종실 안의 다른 사람들이 기장에게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지요. 다시 한번 지적하지만, 이 특정한 질문은 국가운수안전이사회 수사팀이 제출한 보고서의 중심적인 내용입니다. 그건 로버트 하임라이히가 분석한 내용의 중심적인 부분이기도 하지요. 실제로 괌 공항 추락에 관해 제가 이야기해 본 많은 조종사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왜 다른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말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당신의 비판문의 주장은 무엇인가요? 다른 조종사들이 자신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쳤다는 것이지요! 인용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부기장는 솔직하고 분명하며 오해의 여지 없이 의견을 말하였습니다: ’괌이 안 좋네요 기장님.’ 좋지 않은 기상 상태에 대해 그보다 더 직접적으로 말을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제 잠깐 동안, 이 해석이 사건의 요인을 조사한 훈련된 전문가들을 비롯한 여럿의 참고할 만한 의견들과 하나같이 다 다르다는 사실은 제쳐 두도록 합시다.. 상호간의 대화에 관해서만 생각해보도록 하지요. 기장은 기상이 불량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도 하지요. 그는 그것이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틀렸지요. 그는 완전히 다른 착륙 방법을 실행해야 하고, 빨리 실행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4가지 논리적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기체 외부의 상황, 자신의 오류, 대안의 필요성, 대안을 신속하게 적용할 필요성이 그것입니다. 부기장은 첫 번째 단계만을 언급했습니다. 그건 솔직하고 분명하며 오해의 여지 없이 의견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 정반대이지요.
번역자명 : 개미
번역자 소개 : 통역병 노예개미 생활이 끝나자마자 ㅍㅍㅅㅅ에서 번역 일개미가 됐습니다.
T. K. 님의 글 원문 보기 : 링크
말콤 글래드웰의 반응 원문 보기 :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