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The Guardian의 『The secrets of people who never get sick』을 번역한 글입니다.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
직장에서, 술집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때로 가족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은 절대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장담하는 이들 말입니다. 그들은 설사 감기에 걸렸을 때도 코 한 번 훌쩍이지 않는다고 말하며, 독감을 우습게 생각할 뿐 아니라 회사를 쉬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우리 보통 사람들이 비타민 C를 먹으며 꿈꾸는 그런 완벽한 면역력을 갖춘 것처럼 보입니다. 그들의 비결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우리도 그들처럼 될 수 있을까요? 정말 그런 사람들이 있을까요?
나는 감기나 감염, 질병에 걸린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유대인 수용소와 홀로코스트를 겪고 1946년부터 글래스고에 살고 있는 올해 97세인 로어 루카스의 말입니다. 그녀는 1938년 3월, 나치 독일을 피해 제네바에서 조산원으로 일을 시작했고, 나중에는 비서로 일했습니다. 그녀는 단 하루도 몸이 안 좋아 일을 쉰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나는 술과 담배를 한 번도 하지 않았죠. 잠을 잘 자고, 낮에도 가능하면 신발을 벗고 침대에서 조금 쉬지요. 나는 치즈를 싫어하기로 유명해요. 스코틀랜드식 다진 고기나 양 내장, 그리고 죽을 싫어하죠. 나는 내가 부모님과 언니, 할아버지, 할머니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큰 충격이었죠. 하지만 1946년 결혼을 하게 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지요.
지난 30년 동안 혼자 살았고 한 명의 아들과 손녀가 있는 그녀는 자신의 건강이 좋은 유전자와 좋은 삶의 조합이라고 말합니다. 아, 그리고 브릿지 게임이 있습니다. 그녀는 이메일을 통해 이렇게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나는 게임을 통해 삶의 생기를 얻습니다. 보청기 때문에 전화는 힘들어요. 나는 브릿지에 상당히 중독되어 있습니다. 여러 클럽에서 브릿지 게임을 즐기고, 집으로 사람들을 불러 같이 게임을 합니다.
한 사람은 평생 평균 200번 정도 감기에 걸립니다. 어떤 이들은 남들보다 더 많이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 감기에 전혀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는지에 관한 어떠한 증거도 없으며 관련된 연구도 없습니다. 서레이 대학의 면역학자이자 영국 면역학회 대변인인 나탈리 리델 박사가 말합니다.
대부분 소문이거나 본인의 주장입니다. 정말 그런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근거가 필요합니다.
생활습관과 면역력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음에도 불구하고, 면역력 증강 산업과 이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마치 신학기의 독감처럼 계속해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영양 보조제 산업은 세상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로 2021년에는 60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미국의 작가 율라 비스는 백신에 대한 그녀의 책 『면역에 관하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날 한 사람의 면역 체계를 (후천적으로) 만들고 증강하고 보강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일종의 문화적 강박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의사들과 면역학자들은 이런 초인의 존재는 증명되지 않았고 어쩌면 소설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이는 우리의 면역체계가 마치 지문처럼 사람마다 다르며 또한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면역 체계 유전자가 어떻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책 『나만의 유전자』를 쓴 맨체스터 대학의 면역학자 다니엘 데이비스가 말합니다.
사람마다 특정한 바이러스에 강한 면역체계를 타고납니다. 하지만 이 말이 어떤 이가 남들보다 더 우월하거나 더 열등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어떤 이는 다른 이보다 특정한 독감 바이러스에 더 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할 뿐입니다. 인류는 본질적으로 다양한 질병에 다양한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는 면역체계의 다양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 종이 질병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이런 다양성은 우리가 가진 유전자에서 출발합니다.
인간 게놈을 구성하는 유전자 25,000개 가운데 가장 종류가 많은 유전자가 면역 체계를 결정하는 유전자들입니다. 이 말은 사람들 사이에 가장 다른 유전자가 바로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라는 뜻입니다.
이런 다양성은 어떤 면역체계가 더 좋고 나쁜지를 말하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또한, 항산화제, 비타민 C, 레몬차, 생강차, 마늘, 에키네시아, 밀싹 등 면역력을 강화해준다는 성분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집니다. 과연 그런 제품들이 효과가 있을까요? 데이비스는 말합니다.
기본적으로는 답을 알지 못한다고 말해야겠지요.
의사이자 가디언에 글을 기고하는 앤 로빈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의심으로 온몸을 무장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병에 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일까요?
가장 건강해 보이는 이들은 어쩌면 어렸을 때 한 번 병에 걸렸을 수도 있고, 백신을 철저하게 맞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지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특정 병에 좀 더 강하거나 혹은 특정 병에 좀 더 약하도록 만들어져 있을 뿐입니다.
데이비스의 말입니다. 두 사람은 모두 우리의 장내 미생물군이 면역체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그렇다면 먹는 것과 면역력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말일까요?
그 문제는 오늘날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는 주제 중의 하나입니다. 장내 미생물군이 면역력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거의 병에 걸리지 않는’ 올해 55세의 건축가 제니 헌터는 자신의 생활습관과 태도가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호주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말했습니다.
어머니는 아프다는 핑계를 허락하지 않았어요. 내가 아픈 것 같다고 말하면 어머니는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며 그냥 나를 학교에 보냈어요. 그녀 말이 맞았죠… 좀 잔인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녀 말대로 괜찮아졌어요.
제니는 어떻게 건강을 유지하고 있을까요? 그녀는 웃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냉수 목욕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게 나만의 비법 같은 게 있지는 않아요. 나는 건강한 음식을 먹고 늘 바쁘게 살죠. 요가와 필라테스를 하고 매주 달리기를 합니다. 그리고 행복한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나는 기본적으로 인생은 즐거운 것이라는 자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건강은 타고난 유전자에 의해 결정될까요?
리델은 생활습관과 면역력 사이에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전자만 면역체계를 결정하는 건 아닙니다. 나는 스트레스가 면역력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간병인의 면역력이 약해지는 것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토마스 월터스는 은퇴한 학자이자 작가로 자신의 나이를 내게 말해주지 않았지만, 자신이 ‘아마 인생의 마지막 십 년’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은 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젊었을 때 딱 한 번 대상포진에 걸렸지만, ‘순식간에 지나갔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내가 만난 다른 모든 건강한 이들처럼 적절하고 균형 잡힌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충분한 사회생활을 즐기고 있고 늘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살아갑니다.
나는 하루 한 잔의 와인을 마시고 가끔 위스키를 마십니다. 언제나 가능한 한 많이 걸었죠. 잠깐 담배를 피운 적이 있어요. 프랑스 시가인 골롸즈를 폈는데, 프랑스를 좋아했고 푸른색 포장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금방 끊었죠.
나는 잠을 아주 잘 잡니다. 꿈을 즐기고 악몽은 가끔 꾸는 정도죠. 지금도 10시까지 종종 일합니다. 최근 후기 빅토리아 시대 건축에 관한 책을 끝냈어요. 나는 내 두뇌가 젊을 때만큼 잘 돌아간다고 생각해요.
그는 자신의 건강이 유전자 덕이라고 생각할까요?
나는 사분의 삼은 웨일스 농부이고 사분의 일은 프랑스 농부입니다. 모두 강인한 사람들이죠. 내 친척들은 다 아흔 살을 넘겼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러지 못했는데 아버지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었고, 어머니는 60대 중반에 암에 걸렸습니다. 나는 일에서 그런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어요.
월터스는 나중에 이렇게 이메일을 보내 경고했습니다.
기억하세요, 가장 건강한 고래라도 자기 몸에서 자라는 따개비를 가지고 있는 법입니다. 바위 때문에 긁힌 상처도 있죠. 나는 인도 고승이 한 다음과 같은 말을 기억합니다. ‘육체는 그 자체로 질병이다.’
우리가 초인이라는 아이디어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건강을 생각하는 방식 때문입니다. 우리는 건강을 비스가 『면역에 관하여』에서 말한 것처럼 ‘언제든지 경고 없이 추방당할 수 있는 일시적인 상태’가 아니라 개인이 가진 하나의 특성으로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건강을 삶의 보상으로 생각하며 생활습관을 통해 다양한 면역력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의사와 면역학자는 이런 사고방식은 면역체계의 작동방식을 전적으로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며(감기는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우리가 가진 면역체계가 동작하는 것이며 따라서 면역체계가 잘 작동한다는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질병을 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고 심지어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이런 생각 때문에 의사들이 긍정심리학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긍정심리학은 질병에 ‘굴복’하는 것이 어떤 패배인 것처럼 생각하게 합니다. 당신이 연약할 때 병에 걸리게 된다는 주장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됩니다.
어쩌면 바이러스를 우리의 적이 아니라 우리 면역체계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할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 감기를 우리의 면역체계에 도전함으로써 우리를 성장시켜주는 무언가로 볼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감기에 걸렸을 때 슬퍼하기보다는 감기와 싸우는 자신의 면역체계에 감사하자는 것입니다.
로빈슨은 병에 절대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나는 그런 초인에게 어떤 장점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런 사람이 있다는 증거도 없고요.
데이비스도 동의합니다.
그런 사람이 정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나는 매우 중요한 한 가지를 지적하고 싶어요. 노예제도와 홀로코스트 등의 모든 비극은 인간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다는 오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사람은 외모로 차별받아서는 안 되며, 면역체계 역시 그런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데이비스는 면역체계의 다양성을 줄이는 것은 설사 가능하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종류의 잘못된 정보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이보다 더 뛰어난 인간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런 생각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믿습니다.
월터스의 걱정은 단순합니다.
자기 몸을 스스로 챙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지요.
그가 꼭 초인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건강한 삶을 위해 가진 어떤 원칙이 있을까요? 그는 한참 생각한 뒤 말했습니다.
항상 호기심을 최대한 유지하세요.
병에 걸리지 않는 비결
- 현실적으로 그런 비결은 없습니다.
- 담배를 끊고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 마세요.
- 손을 자주 씻으세요. 병은 가까운 곳에서 옮게 됩니다. “지하철의 누군가가 감기에 걸린 것 같으면 손 소독제를 사용하기보다 옆 칸으로 옮겨가는 것이 낫습니다.” 의사인 앤 로빈슨의 말입니다.
- 규칙적으로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하고, 휴식을 취하세요. 규칙적인 운동은 비록 그 정도는 알려져있지 않지만,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면역력을 높입니다.
- 스트레스를 관리하세요. “생활습관이 면역체계에 주는 영향 중 가장 확실한 것은 스트레스 수준이 면역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다니엘 데이비스의 말입니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면역 세포를 죽이는 코르티졸 호르몬을 생성합니다.
- 꼭 백신을 맞으세요. 항암 치료나 장기적인 스테로이드 사용, 임신 등으로 감염의 위험이 크다면 백신을 맞아야 합니다.
- 건강한 음식을 다양하게 섭취하세요. 하지만 너무 과할 필요는 없습니다. 음식은 최근 밝혀지고 있는 장내 미생물군과 관련이 있습니다. “면역체계에 중요한 많은 화학물질이 내장에서 만들어집니다.” 로빈슨의 말입니다.
- 잠을 푹 자세요. “수면은 면역체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리델의 말입니다. “면역체계는 수면 주기와 관련이 있으며, 이를 어기면 면역체계는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세요. “행복의 가장 큰 적은 외로움입니다.” 로빈슨의 말입니다. “방에서 나와 사람들을 만나세요… 그 사람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면 말이죠.”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