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광화문 광장에서는 촛불이 뜨겁게 타올랐다. 입춘이 지났어도, 연일 강한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날씨에도 많은 사람이 거리에 나섰다. 그리고 그 촛불에 대항하여 자칭 보수를 지칭하는 사람들이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지난 주말은 너무나 뜨거운 주말이었다.
양치기 소년보다 더할 정도로 거짓말을 하며 불리한 상황을 유리하게 끌어가려 하는 박근혜 대통령 측에 많은 시민이 분노하고 있다. 이미 특검을 통해서 여러 가지 의혹이 진실로 밝혀지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 측은 아직도 부정하고 있다. 하물며 특정 세력을 이용해서 나라 내의 갈등을 일으켰다. 이름도 꼴값지 않은 보수 단체들이 만든 가짜 뉴스는 ‘불신’이라는 단어를 더욱 부추긴다. 그들은 한결같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촉구를 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종북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 사건의 결정적인 보도를 한 JTBC 보도를 가리켜 조작 보도라며 허튼소리를 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재명 성남 시장은 오늘날 광장의 충돌을 이렇게 정리한다.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장의 한쪽에는 또 다른 목소리를 내는 무리들도 있었다. ‘박사모’를 필두로 한 그 세력들은 끝이 안 보이는 촛불 행렬을 가리켜 ‘종북’이라 불렀다.
종북,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그 지긋지긋한 단어를 도대체 언제까지 입에 달고 살 것인가. 해방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보수의 탈을 쓴 채 기득권을 유지해왔던 자들에게 종북이란 말은 절대 버릴 수 없는 만능 사냥 도구와 같다. (…) 종북이란 말은 이성적 판단과 논리를 깡그리 무시한다는 점에서 반지성적이며 지극히 반민주적인 용어가 아닐 수 없다.
- 이재명, 『이재명은 합니다』, 위즈덤하우스, 94쪽
종북. 정말 지겨울 정도로 듣는 이 단어는 자칭 보수라고 말하는 사람이 종북을 언급하지 않으면 너무나 희귀한 일로 여겨질 정도다. 지금도 JTBC의 보도를 비롯한 특검의 조사가 날조이며 촛불집회가 북한의 지령을 받은 종북의 불온한 움직임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그들이 너무나 안타깝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상황이 한 치 앞을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에 몰리자 여기저기서 많은 정치인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잠재적인 대권 주자들은 목소리를 높이며 지지율을 위해 움직이고, 여당의 썩은 고목 같은 정치인들은 ‘태극기 집회’에서 얼토당토않은 말을 하며 나라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아직 20대인 내가 이러한 구태 정치를 보고 있으면 이 나라에 진정한 정치인은 없는지 고민하게 된다. 과연 진짜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정치인은 없는 걸까? 나는 오늘 그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만난 한 정치인의 자전적 에세이를 여기서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사이다 이재명 시장의 『이재명은 합니다』이다.
이재명 성남 시장은 갑작스레 확 떠오른 인물이다. 그는 성남시에서 박근혜 정부가 반대하는 지방 복지 정책을 독자적으로 펼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고, 그가 구태 정치에 대해 하는 쓴소리는 그동안 답답했던 시민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사이다 발언’이 되어 호평을 받았다. 중앙정부가 예산이 없어서 못 한다며 말 바꾸기를 하는 여러 공약을 이재명 성남 시장은 예산을 아껴가며 시행했다. 그러면서 성남시는 많은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시가 되었고, 지난 총선 때 김종인 체제에서도 잠재적인 용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는 사이다 같은 소신 발언으로 사람들의 신뢰를 얻었다.
사실 이재명 성남 시장이 주도한 지방자치는 오늘날 우리 정치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말하는 대로’에 출연한 안희정 충남 도지사 또한 지방자치의 중요성을 말했었다. 오늘처럼 지방에 대한 자치를 극도로 제한하고, 중앙 정부에 반대하면 멋대로 예산을 깎는 구태 정치는 없어져야 한다. 정치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사회·정치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아마 여당 의원이 있는 도시는 몇백억의 예산을 쉽게 받지만 이재명 시장이 어렵게 몇억의 예산을 받아내거나 중앙 정부와 예산 줄다리기를 했다는 뉴스를 읽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일종의 환관 정치가 되어버린 박근혜 정부에 ‘상생’은 없었다.
이재명 성남 시장은 그의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실 대한민국의 지방자치제도는 피눈물 나는 노력으로 쟁취해온 것이다. 일찍이 민주주의의 초석이자 헌법에도 보장이 되어 있는 지방자치를 폐지한 것은 박정희 독재정권이었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이 13일간 목숨을 건 단식투쟁으로 지방자치를 되살려냈고, 그 토대 위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주의국가의 살길은 오직 지방자치와 분권 강화에 있다며 지방자치의 기둥을 우뚝 세워놓았다. 그렇게 살려낸 지방자치의 숨통을 다시 끊고자 하는 박근혜 정부의 음모 앞에서 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온갖 불명예로 점철된 박근혜 정부의 집권 기간을 돌이켜보면 한 마디로 ‘과거로의 회귀’다. 어쩌면 아버지 시대의 민주적 통치 행위가 정답이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 앞의 책, 60쪽
과거로의 회귀. 이 말은 딱 오늘날 한국 정치를 그대로 묘사한다. 원래 불통의 대명사인 박근혜 대통령이 문을 꼭 걸어 잠근 상태로 정치하니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었다. 단단한 자물쇠로 잠근 방 내에서는 최순실이 또 다른 대통령 노릇을 하고 있었으니, 시민들의 한탄과 분노가 쏟아져 나올 만하다.
‘이게 나라냐’며 자조적인 발언을 하게 되는 오늘날 우리는 불운한 세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시기이기에 우리는 이재명 시장 같은 새로운 인물의 탄생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재명은 합니다』는 이재명 시장이 그동안 밖으로 쏟아낸 발언만이 아닌 정치에 대한 고민과 철학이 담겨있다.
악의적 보도에 시달린 개인적인 일화 또한 상세히 그려져 있는데 그중에서 제일 혀를 차면서 읽은 일화는 그의 셋째 형과 빚은 갈등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이재명 시장의 셋째 형이 박근혜 편에 서서 이재명 시장을 향해 ‘종북몰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독자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재명 시장의 에세이이기에 100% 믿을 수 없겠지만, 그는 자신이 왜 셋째 형과 갈등을 겪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재명 시장이 가진 뚜렷한 정치 철학에 감탄하면서도 사람의 욕심에 대한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과연 내가 이재명 시장 같은 자리에 있었다면 이럴 수 있었을까?
형은 감사관을 통해 내게 노골적으로 청탁을 해왔다. 시장의 권한을 이용해 자신을 대학교수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못 들은 것으로 하세요” 하고 감사관에게 임명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형과 나 사이에 감정적인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뒤로도 형은 시장의 친형이라는 ‘무기’를 내세워 시정에 개입했고, 심지어 비서실장에게 특정인 승인, 징계 등을 요구하며 인사에 개입했다.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슬픔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청탁, 뒷거래, 부정부패…… 그토록 싫어하고 우려했던 단어가 왜 하필 가장 가까운 형제에게서 나온단 말인가. 나는 혈연을 외면하고 직원들에게 강력한 지시를 내렸다.
“앞으로 시장의 가족, 특히 셋째 형과 접촉을 금지합니다.”
- 앞의 책, 131쪽
이재명 시장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확고한 정치를 지켜나가고 있다. 소수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말하고, 부당 내부 거래를 거부하는 그의 철학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정치가 발전하는 데에 크게 이바지할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에세이를 읽으며 그의 행보가 기대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원하는 정치는 전시행정이 판을 치는 양치기 소년의 정치가 아니다. 양치기 소년 정치가 초래한 결과가 오늘날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거짓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거짓으로 참을 왜곡하려는 시도까지 한다.
지난해 우리는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고 외치며 2017년 정유년을 맞이했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 눈앞에는 거짓으로 참을 이기려는 자들의 만행은 여전하다. 우리는 그들의 만행에 지쳐서는 안 된다. 우리가 참을 포기하지 않고, 이재명 시장 같은 정치인이 있는 한 분명히 거짓을 이기리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은 이재명 시장의 한 마디를 남기고 싶다. 부디 그의 말처럼 올해는 구태정치의 쓰레기 더미를 치울 수 있는 인물이 선택받았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 또한 구태정치를 추구하는 정치인을 향해 쓴소리할 수 있는 시민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
“당신은 왜 정치에 입문했는가?”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누가 됐든 이 썩은 구태정치의 쓰레기 더미를 치우긴 치워야 하니까요.”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그래야만 정치인도 진짜 머슴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겠어요?”
- 앞의 책, 172쪽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