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몸은 참 신기합니다. 같은 동작을 실시해도 사람마다 인지하는 신체 부위가 다르고 느낌도 다르죠. 어떤 사람에겐 재밌고 잘 맞는 동작이 어떤 사람에겐 그저 괴롭고 어렵기만 하기도 합니다. 운동 동작은 모두 그만의 이유가 있고 목적이 있지만, 세부사항에 따라 효과는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죠.
같은 케틀벨 스윙이라 하더라도 한팔로 하는지, 반복 수를 어떻게 하는지 등등에 따라 기대효과는 조금씩 달라집니다. 중요한 것은 핵심적인 원칙을 지키는 것이겠죠. 비슷한 맥락에서 오늘은 회원님께서 해주신 질문에서 시작된 포스팅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언제나 질문은 항상 비슷합니다.
이건 왜 이렇게 하나요?
이번에 질문의 타깃이 된 동작은 ‘힙 브릿지’ 였습니다.
힙업운동? 서로 다른 2개의 힙 브릿지
보통 ‘힙업운동’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동작 중 하나인 힙 브릿지. 쉽게 말해 누워서 엉덩이 들기인데요, 안타깝게도 힙 브릿지를 실제로 해보면 엉덩이를 쓴다는 느낌보다는 대부분 ‘햄스트링에 쥐 나는 경험’을 하기 쉽습니다.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죠.
- 대부분 엉덩이 근육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약하다.
- 오래 앉아있다 보니 햄스트링이 단축되어 있기 쉽다.
엉덩이와 내전근은 약해지기 쉬운 근육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두 근육은 고관절을 깊게 접었다가 펴면서 큰 토크를 견딜 때 더 주도적으로 일하게 되는데 현대인은 그럴 일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오래 앉아 있기까지 하다 보면 햄스트링의 원위부(무릎 쪽)은 단축되어 있기 쉽습니다. 이미 슬쩍 짧아져 있는데 거기서 더 수축하려니 쥐가 나 버리는 것이죠.
그래서 엉덩이에 자극을 더 줄 수 있는 힙 브릿지를 위해 아래와 같이 변형을 주기도 합니다.
무릎에 밴드를 거는 것입니다. 고관절의 신전(펴는 자세)과 외전(벌리는 자세)에 작용하는 엉덩이 근육을 더 사용하게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스트롱퍼스트 힙 브릿지, 즉 SF Bridge는 아래와 같이 합니다.
오잉? 반대로 무릎 사이에 신발 등을 끼워서 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질문을 주신 회원님도 위의 스트롱퍼스트 힙 브릿지를 하면서 궁금해하셨습니다.
전에 다른 데서는 무릎을 벌리면서 했는데 왜 반대로 하나요?
그래서 먼저 SF Bridge의 목적과 원리(제가 이해한 수준에서…)를 먼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SF 힙 브릿지를 하는가?
SF 힙 브릿지는 파벨의 책 『Simple Sininster』에서도 그렇고, SFG 지도자 매뉴얼에서도 그렇고 케틀벨 스윙 시 고관절의 폄에 도움을 주는 드릴로 소개가 됩니다. 특히 케틀벨 스윙의 탑포지션에서 고관절을 완전히 펴지 못하는 경우에 이 드릴을 주로 적용하죠.
정확히 어떤 경우를 말하는 것일까요?
상단의 파벨 선생님 스윙처럼 완전히 선 상태에서 케틀벨이 앞으로 발사되어야 하는데,
위의 여성분처럼 엉덩이가 엉거주춤 빠진 채로 스윙을 완료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해부학적으로 ‘어떤 근육이 단축되고 기능을 못 해서 그렇다!’라고 말하기보다는, 지면을 두 발로 눌러 완전한 ‘고관절 신전’을 이룬다는 하나의 핵심 움직임 패턴을 인지하고 학습하도록 유도하는 게 낫습니다. 여기에 SF 힙 브릿지가 도움이 되는 거구요.
그런데 ‘두 발로 바닥을 눌러 고관절을 완전히 편다는 것’이 우리가 흔히 보아서 알고 있는 일반적인 힙 브릿지와 다른지 의문이 듭니다. 이에 대해 설명을 이어가는 데 앞서서 주목할 재미있는 점이 있는데요, SF힙 브릿지를 해보면 아예 못 올라오거나 고관적을 완전히 신전하는 마지막 구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허리를 과신전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문 것을 발견할 수 있지요.
다이어트 트레이닝 비디오나 여러 유튜브 영상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자세입니다. 고관절을 완전히 폈다기보다는 마지막 동작에서 허리를 과신전하는 자세죠. 분명 힙업 운동을 했는데 하고 나니 허리가 뻐근하여 “아! 이것은 허리도 강화해주는구나!”라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힙 브릿지에서 허리 과신전은 보통 고관절의 과도한 외전을 동반하기가 쉽습니다. 항상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많은 경우에 그렇습니다. 왜 그럴까요?
근막경선해부학의 한 내용입니다. 외측선에서 장경인대로 고관절의 주요 외전근인 대둔근과 중둔근, 그리고 대퇴근막장근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대둔근과 중둔근은 힙 브릿지를 통해 강화하고자 하는 근육군들 중 하나입니다. 반면 대퇴근막장근은 고관절의 외전을 돕는 보조 근육으로 많이 동원되나 좌식생활이 많은 현대인들에겐 쉽게 긴장되고 단축되는 근육 중 하나입니다. 또한 코어의 강력한 힘을 만들어내는 주요 근육 중 하나인 장요근을 대신하여 고관절 굴곡에 관여하기도 합니다.
힙 브릿지를 할 때 무릎을 모으기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고관절을 완전히 신전하려고 안간힘을 쓸 때 양 무릎의 벌어짐이 더 심해진다면 이 대퇴근막장근의 관여를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중둔근 대둔근의 작용과 함께 외측선의 장경인대가 당겨질 때 이미 작동하는 대퇴근막장근의 작용이 더해졌을 수 있습니다. 대퇴근막장근이 고관절의 움직임에 충분한 공간을 열어줄 수 있도록 늘어나 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무릎을 벌려 이를 보상하는 셈이죠.
그래서 밴드를 무릎에 걸고 힙 브릿지를 할 경우 엉덩이에 자극은 오지만 여전히 고관절의 충분한 신전을 만들기 어려운 경우도 왕왕 생기곤 합니다.
반면 SF 힙 브릿지는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게 됩니다. 무릎 사이에 패드나, 신발, 수건 등을 끼고 이를 꽉 조이게 되면 허벅지 안쪽 근육, 내전근 그룹이 작동하게 되는 것이죠.
근육의 움직임을 보다 심오하게 알아보자
현대인에게 내전근과 엉덩이 근육은 쉽게 약해질 수 있는 근육이라고 앞에서 이야기했는데요, 이 내전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노란색으로 표시된 근육은 대내전근입니다. 대내전근뿐만 아니라, 몇 가지 더 크고 작은 허벅지 안쪽 근육이 함께 작동합니다. 그중에서 제일 덩치가 크고 작용이 강력한 대내전근만 놓고 보면 우측 이미지처럼 연결되어 있습니다. 대내전근은 그 위치의 특성상 강력한 고관절 신전근으로 작용합니다.
재미난 것은 대내전근뿐만 아니라 그다음으로 덩치가 큰 장내전근은 굴곡과 신전에 모두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고관절의 축 중심에 가깝게 연결되어 있어 무릎의 위치에 따라 작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뉴만의 키네시올로지의 내용 중 하나입니다. 빨간색 점이 고관절 중심축인데, 내전근 그룹은 이처럼 축을 기준으로 앞뒤에 걸쳐져 있게 됩니다.
장내전근과 대내전근이 특히 그렇지요.
그래서 이처럼 굴곡과 신전 시에 모두 작용하게 됩니다.
여하튼 이런 이야기를 왜 하냐면, 무릎 사이에 물체를 끼고 이를 조이면서 힙 브릿지를 하게 되면 고관절 신전의 보조로서 내전근을 함께 동원한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내전근의 보조는 앞서 이야기한 대퇴근막장근(물론 오랜 좌식 생활로 장요근이 단축되었어도 함께)의 방해로 무릎이 벌어지면서 힙 브릿지를 하게 되거나 고관절이 잘 펴지지 않는 문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고관절 신전에 있어 외전(벌림)과 내전(모음)의 균형을 맞추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약해지기 쉬운 고관절 신전근(내전근 + 엉덩이)을 고루 발달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죠. 뿐만 아니라 코어를 보다 활성화 시키는 데에도 기여하게 됩니다.
요약해서 말하면 SF 힙 브릿지는 단순히 엉덩이 근육만을 타깃으로 한 동작이 아니라 이처럼 고관절 신전에 관여하는 근육군들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함께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동작이란 뜻입니다. 스트롱퍼스트에서 SF 힙 브릿지를 엉덩이 강화 운동이라며 소개하는 게 아니라 고관절 신전을 개선하고 케틀벨 스윙의 탑 포지션을 정확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드릴로 소개하는 것도 이 이유입니다.
결국, 위의 두 동작은 움직임은 비슷하나 그 안에 내포되어 있는 목적과 의미가 다소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엉덩이 근육에 집중하여 근육 타깃형 동작을 실시하는 것과 강력한 굴곡근 스트레칭 효과를 바탕으로 신전근 강화도 기대할 수 있는 동작을 실시하는 것은 비슷해 보이지만 많이 다릅니다. 따라서 어떠한 취지에서 실시하는지에 따라서 선택이 달라질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이른바 ‘엉짱’을 희망하시어 정말 엉덩이에 짜릿한 자극을 원하는 분들께는 위의 좌측 이미지와 유사한 동작을 변형한 형태로 실시하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의미 있는 동작과 회원님이 해보고 싶은 동작은 다르니 때론 이렇게 절충이 필요하더군요.
이렇게 보통 많이 합니다. 한 다리로 운동하게 되면 고관절 안정화를 위해서 둔근이 많이 개입되죠. 뿐만 아니라 고관절의 굽힘이 더 큰 상태에서 신전이 시작되면 햄스트링의 개입보다 둔근의 작용을 더 기대하기 좋습니다. 힙 브릿지를 할 때 쥐가 나거나 했던 분들도 이 동작으로 실시해보면 제법 엉덩이를 사용하는 느낌을 많이 찾으시더군요.
만약 이렇게 했는데도 여전히 햄스트링에 쥐가 나거나 동작이 불안정하고 허리 과신전이 유발된다면 엎드린 상태에서 바닥에서 무릎 들기 동작(Prone hip extension exercise)을 실시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 동작을 할 때도 몇 가지 세팅을 조정하여 허리에 무리를 준다거나 햄스트링으로만 운동하는 것을 피하도록 유도합니다.
마무리하며
여하튼 그래서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 똑같이 ‘누워서 엉덩이 들기’지만 동작을 실시하는 방법에 따라 기대할 수 있는 효과가 달라진다. 따라서 목적과 취지에 따라 세부사항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며, 달라져야 한다.
- SF 힙 브릿지는 고관절을 신전하는데 요구되는 근육들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케틀벨 스윙의 탑 포지션에서 정확한 고관절 신전으로 동작을 완료하도록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