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케팅을 너무나 쉽게 쓰고 있고, 때로는 커뮤니케이션, 때로는 브랜드, 세일즈, 영업 등 마케팅을 끊임없이 변신시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건 뭔가 잘못되고 있습니다. 이 세상의 ‘진짜 마케터’를 찾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제가 그가 되길 바랍니다. 저는 ‘진짜 마케터’이고 싶습니다.
마케팅 홍수의 시대
그야말로 마케팅 홍수입니다. 대체 마케팅이 뭐길래 그렇게 마케팅, 마케팅, 마케팅,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한때는 마케팅이 기업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 같은 만능 키로 인식되었습니다. 시장은 한정적이었고, 몇 번의 광고 또는 홍보만으로도 기업의 실적 개선, 장밋빛 미래 등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1990년대 후반 IMF 시절, 한 기업이 ‘국진이 빵’으로 일어섰다는 이야기부터 최근에 ○○ 선글라스 브랜드가 유명 연예인의 PPL 덕분에 죽었다 살아났다는 등 ‘마케팅’에 대한 대우는 달라졌고 대중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쉬운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겉으로 쉽사리 들어가 쉬운 커뮤니케이션과 홍보만 주목받고 기업 내부의 비즈니스적 활동, 경영 각 분야와의 조율, 고객 가치증진 또는 고객 중심의 최적화 등 마케팅 본래의 역할과 성격은 상대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마케팅’을 마구 쓰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에게 한층 가까워진 마케팅은 더 이상 매력적인 존재가 되지 못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명 전문가의 영역이었고, 경영의 꽃이라 일컬어졌고, 중용되었던 ‘차별화 전략’은 경쟁·대체 기업들의 무분별한 벤치마킹으로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은 그렇게 평준화되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 매달린 일부 기업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은 그렇게 짧은 기간에 성장과 축소를 반복하면서 폭발적 반향을 일으켰고, 자신의 본 모습을 지켰던 것들이 오히려 차별화되었습니다. 그렇게 고객의 눈에 다르게 보이려 노력하지 않고 본연의 가치만 지켰던 것들이 살아남았습니다. 그렇게 평화가 찾아온 듯했습니다.
한 차례 홍수, 광고 또는 홍보의 범람이 지나며 잠잠해지나 싶었는데 SNS라는 더 큰 홍수가 모바일 및 구글 등과 결합하면서 매머드급 홍수를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잠잠해 보였던 마케팅 파도는 감당하지 못할 해일이 되어 많은 기업을 덮쳤습니다. 그렇게 모두를 누가 누구의 경쟁자인지도 모르는 깊은 바닷속으로 끌고 들어갔습니다.
마케팅은 또 한 번 위기를 겪습니다. 본래 의도에서 벗어나면서 본연의 모습을 뽐내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미 먼 길을 와버렸고 사람들의 오해와 낮아진 눈높이로 마케팅에 대한 기대가 처참히 무너졌습니다. 그렇게 마케팅은 사람들에게 ‘뽐뿌질’의 도구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만약 위에 나온 마케팅이 사람이라면 과연 이 사람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혹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마케팅, 막 쓰지 마세요
여기서 ‘마케팅에 대한 3가지 오해’에서 정의한 마케팅을 참고하겠습니다.
협의의 마케팅
- 마케팅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세스 생성 및 정립론이다.
- 마케팅은 고객과 관계를 맺기 위한 수단이다.
광의의 마케팅
- 마케팅은 우리의 고객과 시장을 향하고 있다.
- 마케팅은 우리의 ‘존재 가치’를 말하고 있다.
- 마케팅은 우리의 ‘비즈니스 존재감’을 말하고 있다.
- 마케팅은 우리의 ‘목표에 따른 속도’를 말하고 있다.
종합해보면 마케팅 정의는 마케팅 대상의 존재감을 발견 또는 개발하여 적절히 전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 마케팅의 대상은 제한이 없고 기브앤테이크 또는 거래적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또 마케팅 활동은 일시적이기보다는 Market+ing인 지속성의 개념을 동반합니다. 만약 전달을 위한 일회성 성격이 짙거나 전달만 전문적으로 한다면 커뮤니케이션 또는 브랜딩 액티비티라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마케팅이 매출 또는 이익에 효과가 있다며 몇 가지 기법만 배우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마케팅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4P, STP가 가지는 가치를 실제 적용하고 성공시킨 사례를 설명하라고 하면 아마 아무도 쉽게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마케팅을 글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마케팅은 ①비즈니스 설계 및 구축의 마케팅(STP), ②전략 구축 및 실행을 위한 마케팅(STP), ③고객과 커뮤니케이션(STP)을 위한 마케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마케팅이다 보니 실제 필드에서 일하는 사람들조차 그냥 습관처럼 마케팅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마케팅은 커뮤니케이션 단계의 마케팅입니다. 각종 SNS 또는 웹, 모바일 등의 채널에 최적화된 마케팅 교육을 한다는 곳에 들어가 보면 정작 마케팅이나 밸류에이션 이야기보다는 각각의 채널과 채널 속 대중의 움직임, 그들에게 대응하기 위한 각종 ‘잘 먹히는’ 디자인 또는 템플릿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가적으로 최적화된 다양한 마케팅 소스 또는 정보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부분도 필요합니다. 해당 교육을 팔기 위해 최적화 된 마케팅 기획이 과연 거기에 온 모든 사람에게 과거의 만능 키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마케팅은 기술이 아닙니다. 마케팅은 마케팅 대상 본연의 가치를 발견 또는 개발할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을 사람들이 알만한 형태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가치와 고객이 원하는 가치 사이에서 진정으로 고객과 거래하고 싶은 가치의 발견이나 개발이 수반된 것이 ‘진짜 마케팅’입니다. 그렇게 마케터라는 타이틀은 무겁게 다가옵니다.
마케터, 브랜더, 커뮤니케이터
마케터, 브랜더, 커뮤니케이터… 그렇게 구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마케터 혹은 마케터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는 오히려 잘못된 이름을 불러주는 꼴이 됩니다. 제 이름인 ‘Eden Kim’을 누군가 ‘Edeen Kime’이라고 부르면 절대 반응할 수 없습니다.
결국 세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하거나 일부를 수행한다고 모두 마케터라고 한다면 마케터의 역할이나 책임의 범위가 모호해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한정된 예산으로 최대의 효과 또는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책임을 진 마케터에게는 이를 위한 다양한 방법론의 실제 실행에만 초점을 두어 결국 성공적 마케팅 활동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 마케터(Marketer): (거래 가능한) 고객 가치를 발굴·발견·개발하여 전략 기획 및 실행하는 사람
- 브랜더(Brand+er): 생성된 가치를 고객이 인지·기억할 수 있도록 고객을 위한 콘텐츠를 기획 및 디자인하는 사람
- 커뮤니케이터(Commucator): 고객 관계 창출 및 고객과의 관계 유치를 위한 가치를 기획 및 디자인하여 소통하는 사람
기업의 규모, 업태, 업종 그리고 기업의 타깃 고객에 따라 마케터는 브랜더 또는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모두를 마케터라고 부를 수 있으나, 비즈니스 또는 전략에 가까운 일을 하는 마케터가 제대로 된 가치를 발굴·발견·개발하지 못하면 아무리 전문적인 (마케팅)커뮤니케이터를 만나도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기 때문이고, 좋은 제품 및 서비스만큼 좋은 마케팅은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마케터, 너의 이름은… 커다란 의미의 ‘기업의 전략 및 실행을 담당하는 마케터‘이거나 ‘고객에게 쉽게 접근 가능한 브랜드의 가치를 만드는 브랜더‘ 또는 ‘고객과의 관계 구축 및 유지에 전문적인 커뮤니케이터‘ 이렇게 세 개의 이름으로 나뉘고 위 그림과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기업에서 마케팅 혹은 기획을 담당하시는 분들은 내가 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21세기, 진짜 마케터는
21세기 마케터는 크리에이티브와 데이터 과학 두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밸류 크리에이터(Value Creator)라고 합니다. 이러한 사고를 통해 구체화 된 콘텐츠를 만들어내어 고객과 소통하는 콘텐츠 밸류 크리에이터일지도 모릅니다. 꾸준히 가치를 만들고 전달하는 행위가 기업의 마케팅으로 자리매김하면 고객과의 관계 창출 및 유지를 통한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마케터라면 지금 하는 마케팅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나는 과연 어떤 마케팅을 하고 있으며 어느 영역에 있는지, 범용적 단어가 아니라 나를 정확히 표현할 차별화된 가치가 담긴 키워드가 무엇인지 말입니다. 마케터라면 적어도 다른 마케터와 차별화된 자신만의 가치는 있으시죠? 혹시 없어서 지금부터 가지려 한다면 몇 가지 마케팅 도구가 아니라 마케팅적 사고 또는 그러한 경험을 하려는 의지가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원문: Eden Kim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