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그 유령은 바로 트럼프 미국에 아부하기 개드립.
시작은 1월말 즈음 네덜란드에서 비롯되었다. VPRO방송국의 토크쇼 ‘Zondag met Lubach’에서 제작한, 흔한 국가 관광홍보물 형식을 패러디한 클립.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최우선으로 America First”라는 대놓고 골목대장스러운 표어를 내걸자, 그걸 조롱하는 의미에서 마치 그 뒤에 줄이라도 서는 것처럼 “그럼 네덜란드를 차선으로 Netherlands Second”라고 개그를 친 것이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트럼프와 친하게 지내고 싶으니 그가 좋아할 방식으로 이야기를 건네겠다고 표방하고는, 전체 클립을 정말로 트럼프의 거칠고 과장된 시비조 말투와 빈약한 어휘 수준과 반복적인 문장력을 그대로 패러디한다. 클립의 내용은 우리 나라는 당신이 좋아할 만한 것들 투성이니까 우리를 잘 봐달라는 것인데, 좋아할만한 것이란게 인종차별, 경제비리, 국수주의, 커다란 장벽(멕시코 국경장벽 계획을 빗댄 것), 황당한 풍습 뭐 그런 것들이다. 트럼프 정권의 졸렬함을 조롱하는 과정에서 자기 사회의 문제점들을 까발리는, 실로 고품격 개그라고 평할 수 밖에 없다.
비슷하게 스위스도 참전했다. SRF의 심야쑈 Deville에서 제작. 여성들의 투표권이 20세기 후반에야 주어졌다는 역사를, 여성혐오의 화신 같은 트럼프에게 어필한다. 아 그리고 스위스 은행들의 비리 친화적 행태를 까발리며 열심히 친하게 지내자고 한다. 아 그리고 우리는 산 많다고 네덜란드를 디스(…).
당초 시작인 네덜란드의 컨셉이 ‘작은 나라의 어필’이라는 점에서, 포르투갈도 나섰다. 우리 총리도 트럼프처럼 선거에서 총투표수로 승리한 적이 없다고 동질감 강조.
이 시리즈가 바이럴 히트로 발전할수록, 현지 방송사들은 물론이고 온갖 개인들도 참전, 나라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독일과 스위스가 했는데 오스트리아가 빠지면 뭐가 되겠는가.
알프스 산맥을 남하하여 이태리도 가보자. 파시즘이라는 단어자체부터가 이태리어에서 유래했다고!
독일이 했는데 프랑스가 뒤쳐지면 자존심 상한다. 개인 제작.
트럼프가 브뤼셀을 지옥구덩이라고 불렀는데 벨기에가 여기 참여하지 않을리가.
네덜란드와 비슷한데 더 우수하다 자부하는 덴마크 입장. 자국의 반이민 우익정치 바람을 좀 더 자학해주었으면 재밌었을텐데 아쉽다.
돈 많은 룩셈부르크.
트럼프의 러시아 사랑에 대해, 구소련 독립국인 리투아니아가 할 말이 좀 있다.
구소련 말고 구유고, 크로아티아도 끼워주자.
유럽에서 살짝 물 하나만 건너자.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뭐 물을 건너는 김에 좀 더 큰 물도 건너자. 망명자 사안으로 트럼프가 총리에게 전화로 강한 모욕을 주었다고 전해지는 호주.
이젠 뭐가 뭔지도 모르겠다. 에라잇, 이젠 화성이다.
원문 : capcold님의 블로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