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FINANCIAL TIMES의 「The devil and Roger Federer」를 번역한 글입니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러스가 문학 집필을 잠시 멈추고 페더러의 ‘신비하고 형이상학적인’ 테니스에 대해 글을 쓴지 10년이 지났습니다. 윌리엄 스키델스키도 페더러의 테니스에 관해 책을 한 권 집필했습니다.
리오넬 메시는 훨씬 큰 스포츠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입니다. 우사인 볼트는 더 카리스마가 넘칩니다. 하지만 페더러에게는 무언가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페더러는 왠지 모르게 더 삶을 우아하게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세련된 스타일, 아내에 대한 극진한 사랑,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능력, 풍부한 감정표현, 극도로 남성적이지만 중성적인 매력도 보입니다. 페더러는 산업화 이후 세대에게 새로운 남자다움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그를 신성화하는 실수를 하면 안 됩니다. 많은 사람이 스포츠 선수의 개인적인 성격과 생활이 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점에서 페더러는 흠잡을 곳 없는 사생활로 극찬을 받습니다. 그러나 페더러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성격이 날카롭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페더러는 본받을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페더러의 지난 발언과 행동을 한번 살펴볼까요. 페더러는 불같은 성격 때문에 첫 두 시즌 정도 성적이 좋지 못했습니다. 그는 그 성격을 어느 정도 극복했으나 이후에도 가시 돋친 말을 자주 했습니다. (“그 같은 사람에게 지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 페더러는 노박 조코비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었습니다. ) 그의 우아한 움직임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거만하게 보입니다. 전성기를 무수한 우승 트로피와 함께 보낸 그는 대단히 자만합니다. 몇몇은 페더러가 2017년 호주오픈 결승전에서 전략적으로 교묘한 타이밍에 메디컬 브레이크(medical break)를 썼다고 비난합니다.
페더러가 마치 전기톱 살인마 같은 성격을 가졌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페더러가 마치 수도승 같은 성향이 있지도 않습니다. 성공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공격성, 허세, 속임수에 가까운 무자비함, 다른 사람을 방해하는 능력과 같은 악마의 기질도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지나치게 이런 성질을 추구하면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로 몰리겠지만, 너무 이런 성질이 없으면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 중간 즈음에 최적의 지점이 있고 그 지점은 0이 아닙니다. 이 지점을 ‘페더러 지점(Federer Quotient)’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악마적 기질이 0인 사람들이 어떤지 잘 알고 있습니다. 위대한 학자이지만 절대 세상에 알려지려 하지 않거나, 학창 시절에는 나보다 분명히 잘할 수 있는 친구였지만 그런 상상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허영심이 없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페더러의 좋은 성격, 친절함을 과대평가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좋기만 한 성격 자체를 과대평가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좋은 성격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내면의 도덕적인 깊이를 경시합니다. 아이들에게 겉으로 보이는 예절만 가르치는 것은 아이들을 충분히 교육하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스포츠에서 배울 수 있는 여러 가지 중 팀워크, 패배를 받아들이는 태도와 같은 스포츠맨십을 다소 과장합니다. 내적인 측면들, 예를 들어 정신적 강인함, 비록 본심은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감을 유지하는 것, 교활하게 미묘한 우위를 점하는 능력 등이 오히려 스포츠에서 배울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일 것입니다.
‘(사적으로도 본받을 만한) 멋진 사람’과 ‘롤모델’은 거의 동의어가 되었습니다만, 사실 롤모델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 두 단어를 혼동하다 보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경우, 그가 어려운 가정환경과 부모님과 사별한 것을 잘 극복하고 매우 성공적인 스포츠 선수가 되었음에도 몇몇 사람들은 그의 사생활을 지적하며 그를 싫어합니다. 호날두는 존경받아야 마땅한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몇 가지 실수와 교묘한 언행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롤모델이 될 가치가 전혀 없는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둘은 사실 비슷합니다. 단지 페더러가 상대적으로 악마적인 기질을 잘 조절할 뿐입니다. 이 두 선수로부터 삶에 대한 교훈을 얻고자 한다면, 왜곡된 시각으로 그들을 보는 실수를 먼저 바로잡아야 합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