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한 시국에 퇴근해서 트와이스 보는 낙으로 하루를 마무리 하네요… ㅎㅎㅎ
– 커뮤니티 ‘클리앙’ 댓글
1. 본격 트와이스 ‘입문’ 한달 차
지난 3주 가까이 글쓴이는 트와이스 관련 영상을 집중적으로 탐닉하며 보냈다. 지하철, 사무실, 집에서 하루에 PC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약 6~7 시간(주말엔 올인). 그러니까 200여 시간 이상을 트와이스와 지낸 셈이다. 주로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를 통해서였다.
미처 몰랐지만, 유튜브에는 거의 모든 방송의 편집본이 올라온다(금방 삭제되기도 한다). 저작권 분쟁을 피하려는 방식인데 바쁜 직장인에겐 유용한 콘텐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일단 마음을 빼앗기고 보니 더 좋은 화질, 원본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솟구쳤다. 결국 원스(트와이스의 공식 팬클럽 이름) 선배들이 갔던 길을 뒤따랐다.
<SIXTEEN>, <트와이스의 우아한 사생활> 정주행, <트와이스 TV> 및 3대 음악방송 및 연예뉴스 역주행, V앱 강제 설치… 그야말로 과거 아이돌에게선 찾아볼 수 없던 콘텐츠의 폭탄 세례를 거쳤다. 그리곤 자연스레 9명의 소녀를 가상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 글을 쓰는 11월 셋째 주에 ‘우아하게’와 ‘Cheer up’ 뮤직비디오 2편이 모두 조회수 1억 회를 넘어섰다. 여러 차례 언급된 얘기지만 ‘유튜브 조회수 1억’은 글로벌 히트의 대표적인 가늠자다. 국내 팬덤의 열정만으로 이룰 수 없는 거대한 산이다(K-pop 전체에서 불과 23곡이다). 케이팝이 갖고 있는 글로벌 코드와 대담하고 정교한 기획력 그리고 멤버들의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켰다는 증거다.
이에 공감해 트와이스 관련 글을 서둘러 쓰고 싶었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수없이 많은 마니아의 존재를 알기에 섣불리 쓰기 두려웠다. 유튜브 영상을 확인하고 다시 확인하며 새벽을 맞이하기를 수차례, 오늘은 꼭 글을 마치고 편안한 잠을 이루고자 다짐해 본다(어차피 팬보다 더 많이 알 수는 없는 일).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트와이스는 ‘케이팝 역사상 전례 없는 성공방정식을 써내려갈 기적의 걸그룹’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 바탕에는 SM 소녀시대 등의 수많은 선배들이 거둔 찬란한 금자탑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결정적으로는 JYP의 독특한 고집과 경영철학이 더해졌기 때문일 것으로 본다. 이 얘기는 차차 설명한다.
참고로 인용과 주석은 모두 뺐다. 어차피 ‘실물 트와이스’ 혹은 ‘숨은 기획자’를 만나보지 못할 것이 뻔한 필자의 모든 참고서는 유튜브와 나무위키였다.
2. 발화점은 SNL ‘톰보이 정연’
모든 일에는 계기가 필요하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특히 그렇다. 100번을 스쳐 만나더라도 특이점에 도달하지 못한 인연은 아무 의미 없는 병풍일 뿐.
그간 트와이스가 출연한 뮤직비디오와 여러 예능 프로그램(‘1박2일’,’복면가왕’ 등) 을 우연하게 접했지만 10월 24일 <TT>가 공개되기 전까진 그저 수많은 인기 아이돌 가운데 하나로 인식할 뿐이었다. 아, 비교적 예쁜 걸그룹이구나, JYP 소속이네? 쯔위란 얘가 ‘대만 국기’ 논란을 불러왔지? 일본인 멤버가 몇 있다던데? 알고 있는 것은 이렇게 4가지 팩트가 전부였다. 하나의 브랜드가 혓바닥 위에서 머무는 것과 심장에 도달하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는 셈이다.
2016년 10월 29일 <SNL> ‘3분 여사친’ 편이 내 마음이 살짝 움직인 계기였다. 트와이스란 단어를 ‘대명사’가 아닌 ‘고유명사’로 인식하기까지 단 3분이면 족했다.
“너, 내 옆으로 와.”
이때 내 마음도 정연 옆으로 향했다. 정연의 털털한 매력에 빠진 세윤은 속마음을 고백하려 한다. 그 순간 정연은 톰보이 여선배의 매력에 빠진 후배들에게 휩싸인다. 이 대목에서 정연은 여자 후배들과 다음과 같은 주옥같은 대사를 나눈다.
“언니, 저 언니 좋아해요. 제 고백 받아주세요. 아니면 저 죽어버릴 거예요.”(후배)”
“죽으면 안 되는데? 나중에 너 후회한다.” (정연)
글로는 상황 속에 녹여 드는 캐릭터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음에 절망한다. 굉장한 단순한 대사를 끄집어내는 미소년의 표정과 어투를 통해 가히 이전에 알지 못한 두근거림을 느꼈고,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그리고 이후 3일 동안 ‘3분 여사친’ 그 장면을 반복해서 돌려보고야 말았다.
특히 “죽으면 안 되는데”에 배어든 보이쉬한 매력이 좋았다. 정연이란 친구가 연기를 잘해서였을까? 마치 20년 전 영화 ‘러브레터’ 한 장면을 훔쳐본 느낌이 들면서 자연스레 ‘걸크러쉬’란 단어를 알게 됐고, 나아가 요즘 아이돌의 세계에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트와이스는 신세계였다.
3. 트와이스 매력의 원천은 ‘애교’
트와이스를 본격 접하고 바로 후회하기 시작했다.
트와이스가 <TT>로 활동을 재개한 시기는 10월 24일, ‘박근혜 탄핵 정국’과 정확히 일치했다(JTBC의 PC 입수 보도일이 10월 24일 바로 그날이다). 게다가 그 사이엔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사건도 있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뉴스가 쏟아졌고 자연스레 강력한 특종보도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뒤엎었다. 모든 이들이 좋든 싫든 최순실 관련 정보를 검색해야 했고 가끔은 광장에 나가야 했다. 심란하고 위중한 와중에도 나를 포함한 많은 아저씨들은 쉬지 않고 트와이스를 검색하고 또 검색했다.
죄스러운 마음이 왜 없었겠나? 놀랍게도 세상이 혼탁할수록 더 많은 대중들이 이 귀엽고 깜찍한 소녀들에게 더욱 집중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소녀들이 하는 이야기는 10대의 평범한 일상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런 순수함에서 오히려 더 청량감을 느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처음엔 그 매력이 무엇인지 알아챌 수 없었다. 섹시미나 청순미도 아닌 이 비글스럽고 시끄러운 아가씨들은 도대체 누구지?
흥미로운 점은 데뷔 후 이들이 등장한 거의 모든 방송의 핵심 키워드가 ‘애교’로 집약된다는 점이다. 처음 ‘톰보이 정연’을 검색할 때 기대한 매력과 전혀 다른 현실이 펼쳐진 것이다. 누군가 개인기를 요구해도 ‘애교스러운’ 장면을 보여달라는 주문이 자연스럽게 더해졌고, 자기들끼리 방송을 해도 항상 ‘애교’를 키워드로 가끔 오글거릴 정도임에도 대화를 주고받았다. 사나의 ‘다람쥐사람쥐’ 흉내 정도는 이들의 평상시 애교에 속하지도 않을 정도였다. 심지어 나연과 쯔위는 개소리로 대화를 나눌 정도였다. 이들의 나이가 10대 후반 20대 초반임을 감안하면 ‘애교’라는 컨셉은 얼핏 무리수로 비칠 수 있었지만 이들은 거절하지 않고 자신들의 개인기를 콧소리 들어간 ‘애교’ 버전으로 풀어냈다.
무척 독특한 특징이다. 이 ‘애교미’를 본격적으로 3세대 아이돌의 특징으로 삼아야 할지 혼란스러운 대목이기도 하다. 2015년 이후 데뷔한 레드벨벳이나 여자친구와 같은 동시대 아이돌들은 선배들과 엇비슷하게 ’10대스러운 밝음’ ‘청순미’ ‘세련됨’을 주 컨셉으로 내세운 데 반해 트와이스는 무대 바깥에서는 확연히 ‘애교’로 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비난 여론은 MC 측에게 집중됐다. 어째서 원치 않는 ‘애교’를 강요하냐는 비난이었다. 당시 강지영은 어리숙한 일본어로 일본 무대에서 나름의 ‘(찡그린) 애교’를 보였다고는 하지만, 이미 한국에선 어른 대접을 받는 대학생 연령대이기에 애교 강요는 무리수였다는 지적이다.
애교는 사전적 의미로 ‘귀엽게 보이는 (적극적) 태도’를 말한다. 동물 사회학적인 해석도 있다. ‘귀엽다’라는 행위는 ‘어린 생명체’가 생존을 위해 ‘어른 생명체’의 부성애와 모성애를 적절하게 자극하는 행위다. 달리 말하면, 성년에 이르지 못한 미숙한 행위이며 유교 문화가 비교적 강하게 자리 잡은 한국 사회에서는 그리 권장되지 못한 자세였다. “섹시하다”거나 “어른스럽다”는 분명 칭찬이지만 “귀엽다”라는 표현은 좀 애매모호한 칭찬으로 들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트와이스는 불과 3년 만에 정반대의 자세로 승승장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4. 일본인 3인방 ‘애교’의 원천은?
이 ‘애교’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본인 3인방(미나-사나-모모)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일본 오사카(사나)-고베(미나)- 교토(모모) 출신인 이들은 각각 2012년과 2014년 오디션을 통과해 JYP에 입사했다. 데뷔가 2015년이니 불과 2~4년 동안 한국어를 습득해 정글과도 같은 한국 연예계 데뷔에 성공한 것이다.
트와이스의 ‘애교’를 하나의 ‘전략’으로 보는 이유는 외국인 멤버가 한국어를 완벽하게 습득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K-pop 무대를 두드리는 외국인 멤버는 적지 않았다. 대개 준비 기간이 2년 이상이었지만 기획사의 역량 부족으로 외모와 춤 실력은 뛰어날지 몰라도 TV 예능에 출연하기에는 언어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데뷔하곤 했다. 특히 남자 아이돌의 경우에는 훨씬 뒤처진 경우가 많았다.
트와이스의 애교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일본인 3인방의 한국어 실력이 이제 막 말을 배우는 우리의 초등학생 언어를 닮았기 때문이다. 각종 예능을 통해 이들의 말실수를 지켜보는 모습도 흥미로운 컨텐츠가 됐다. 여기에 대만 출신의 쯔위까지 더하면 무려 절반에 가까운 멤버의 한국어가 어눌했다. 덕분에 여느 아이돌이라면 감히 시도조차 못 했을 ‘입으로 새와 강아지 시계 알람 소리’와 ‘슈퍼 마리오의 점프 소리’ 흉내를 시청자들은 받아들인 것이다.
언어가 완벽하게 자연스럽지 못하니 애교스러운 콧소리와 진짜 어린이스러운 단어 선정에 박장대소를 하면서도 아빠 미소로 보듬어 안 것이다. 말 그대로 무대 밖에선 ‘육성형 케이팝 스타’가 된 것이다.
이 점은 분명 여타 선배와 동료 걸그룹에 비해 ‘장점’일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인 멤버들의 적당한 맞장구도 ‘애교 시너지’를 배가시켰다. 트와이스 팬들 사이에 맏내(맏이+막내)로 불리는 21살의 나연이 대표적이다. 이미 대학교 3학년 나이지만 특유의 귀여운 외모와 어리숙한 행동으로 어른스러운 섹시미가 아닌 ‘잔망스러운 귀여움’으로 트와이스 전체 이미지를 밝고 어리게 만드는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 여기에 기획사 입사 10년 차로 현존하는 거의 모든 애교가 가능한 ‘지효’와 실제 10대 소녀인 ‘채영’과 ‘다현’이 더해지면, 애교와 거리가 먼 멤버는 사실상 보이쉬 역할을 맡은 ‘정연’ 하나만 남는다.
일본인 멤버(벚꽃라인)의 ‘어리광’은 뜻밖의 이중적 캐릭터를 선사하게 된다. ‘바레를 시빌년 동안’ 했다는 귀티 나는 미나의 경우 차가운 도도한 이미를 풍기지만 입을 열면 너무 어리숙해 ‘펭귄’이란 캐릭터다. 이에 팬들은 ‘명정남 씨'(한자 이름의 한국식 발음) 라는 괴이한 코믹 애칭을 부여한 것이다. 댄스와 퍼포먼스를 담당하는 모모의 경우도 무대 위의 당당한 모습과 무대 밖의 모습은 족발과 산낙지를 좋아하는 식탐 캐릭터가 됐다먹는 얘기가 제일 쉬워서 그럴 듯. 쯔위의 경우 대만이라면 굉장히 어른스럽고 다부진 성격의 처자였겠지만, 한국에선 과묵한 권력자와 은근히 엉뚱함을 선보이는 상반된 모습이 공존하는 독특한 캐릭터로 형상화됐다. 물론 팀내 서열 1위다
여기서 궁금한 점은, 트와이스가 선보이는 ‘애교’라는 컨셉이 일본 아이돌들의 ‘카와이(귀엽다)’한 문화의 영향을 받았는지 여부다. 얼핏 보면 이같은 가설은 상당 부분 설득력이 있다. 우선 케이팝 걸그룹 가운데 가장 외모 관점에서 완성도가 높은 구성을 택한 것이 그 증거다.
겉으로 볼때 트와이스는 일본스타일 ‘외모 지향형’ 아이돌이다. 현재 한국 남성들의 높은 지지를 받는 사나의 경우는 처음부터 ‘큐티섹시’를 표방했고, 쯔위는 여신 컨셉을 맡고 있다. 초창기 트와이스를 보고 “예쁜애 옆에 예쁜애, 그 뒤에 예쁜애”라고 설명할 정도로 보컬적인 능력보다 멤버들 특유의 길쭉하고 귀여운 외모가 시선을 끈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일본인 3인방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 일본 시장에 상당부분 기댄 JYP가 자연스럽게 일본의 아이돌 문화를 수입하거나 진출을 노린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K-pop이 글로벌 영향력을 확보한 2010년 이후 한국의 아이돌 문화와 일본의 그것은 자주 비교 대상에 오르내렸다. 소녀시대와 AKB48을 앞세워 비교한 평론가들의 글이 비교적 많은데, 결론적으로 한국 시스템의 우수성에 손을 들어줬다. 음악적 완성도에서도 차이가 나는 데다, 한국의 케이팝은 현재 한국 음악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일본의 아이돌 문화는 조금은 독특한 ‘하위문화’에 자리해 있다. 트와이스는 이 지점을 적절히 흡수했다. 그래서 ‘귀여운’ 매력을 선보이되 무대 위에서는 어리숙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케이팝 특유의 ‘칼군무’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지만, 오히려 보기에 좀 더 편해서 대중성을 갖추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편안함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확장에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도 있다.
다시 설명하자면, 트와이스의 ‘애교’는 시장의 진입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선택된 전략적 무기다. 이를 한국 3세대 아이돌의 공통점의 특징으로 칭하기에는 아직 성급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소비자들 또한 이 귀여운 매력에 일정 정도 동의하였다는 지점이 의의를 갖는다. 그동안 걸그룹 문화에서 10대 소녀들이 무작정 ‘섹시함’을 어필하던 시류에 대한 반발인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 할 것 같지만 말이다.
5. 케이팝의 독특한 실험 ‘한(5)-중(1)-일(3)’
벚꽃라인(3인방)과 대만인 1명, 미-사-모-쯔 라인 얘기가 나왔으니 이참에 케이팝이 이룩한 거대한 성과에 대해 언급할 필요성이 있겠다. ‘케이팝’의 강점으로 자리매김한 10대 보이그룹과 걸그룹의 경쟁력은 현재 세계 팝 시장에서도 상당부분 인정을 받는 대목이기도 하다. 특히 전 세계 인구의 40%을 차지하는 동아시아(중국 15억, 동남아 6억, 일본 2억) 시장에서, 가장 소비력이 왕성한 10대~30대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에 세계 언론들은 주목한다. 분명 일본의 J팝은 이루지 못했던 성과다.
따라하기 쉽고 흥겨운 댄스 뮤직과 10대 미소년-소녀들의 귀여운 외모, 그리고 서양 청소년들이 따라하기 힘든 아기자기한 안무로 무장한 케이팝의 등장은(대략 2000년 전후로 본다) 아시아 대중문화사를 새로 쓰는 계기가 됐다. 과거 아시아 팝시장을 휩쓸던 일본의 퇴조와 중국 컨텐츠 시장의 급부상과 맞물린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한국의 컨텐츠가 서구의 대중문화를 아시아인들의 입맛에 가장 적절하게 해석해 냈다는 평가인 것.
케이팝의 성공은 자연스레 여러 아시아 대도시의 수많은 스타 지망생들을 이곳 서울로 불러들이는 계기가 됐다. 현재까지 중국인, 태국인, 일본인 정도가 한국 무대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그러나 절대적인 사례가 많다고 할 수는 없다. 연예인의 데뷔는 갈수록 빨라지는데 대개 케이팝에 관심을 보일 나이는 15살 사춘기 전후로, 이 나이에 한국으로 생활 거점을 옮긴다는 것은 큰 도박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에서 ‘한국’의 문화적 코드를 따라잡을 만한 지역은 중국의 대도시와 일본과 대만 정도가 고작이다.
여러 우려들을 고려했을 때 JYP가 일본인 3명과 대만인 1명은 ‘트와이스 9명’ 구도에 끼어 넣은 것은 대단한 모험이자 발군의 감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나아가 그 누구도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지만 9명을 불화없이 하나의 팀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점은 어린 나이에 한국 시장에 도전한 10대 일본 소녀 3명이다. 쯔위의 경우는 연예 시장이 워낙 작은 대만 출인인데다, 그곳의 Kpop의 인기가 상당한 덕에 JYP 캐스팅팀이 비교적 수월하게 섭외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순수 일본인 10대 소녀가 한국에서 연예인으로 데뷔한다는 점은 변화한 케이팝의 위상을 반영하는 일대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과거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지만, 최근 일본계 예능인들의 잦은 방문(주로 교포들이 많지만)으로 시청자들도 꽤나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게 문제일 정도.
아무리 케이팝 스타가 돈을 벌고 아시아에서 유명세를 탄다지만 멀쩡한 고등학교 정규학력을 포기하고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10대 후반 3~4년을 타국에서 보낸다는 것은 선진국 소녀들에게 절대 간단한 결정이 아니다. 한국의 3대 연예기획사의 브랜드 네임이 어찌 됐건 일본의 40대 부모들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증거이자 ‘한류’가 ‘혐한’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작동한다는 희망적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한국어를 가장 빨리 습득한 사나의 경우 지난해 5월 Mnet ‘식스틴’에서의 인터뷰에서 “케이팝이 아시아에서 인기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성공하는 편이 더 좋다”는 취지로 자신의 한국행 목표를 밝힌 적 있다(사나의 오디션 곡은 소녀시대의 <MR.TAXI>였다). 미나 역시 2010년 일본을 강타한 드라마 ‘미남이세요’와 보이밴드 CNBlue의 팬이었던 점이 한국행의 결정적 이유가 된 것으로 보인다. 오사카 스트릿 댄서 출신인 모모의 경우도 2NE1의 춤을 따라 춘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셋의 거주지가 서울과 도쿄의 사이에 있는 오사카(간사이) 지방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도 있다. 한때 아시아 연예 시장의 중심은 당연히 도쿄였다. 하지만 그 사이 적어도 오사카 10대 소녀들을 끌어들일 만한 자기장을 서울의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갖췄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이는 중국의 여러 대도시와 대만까지도 포함하는 영역을 확보한 셈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케이팝 중심 언어가 ‘한국어’라는 점이고, 걸(보이)그룹의 특성상 합숙생활을 통해 팀워크를 다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들 10대 외국인 소녀 4명이 한국어를 배우며 자연스럽게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 모바일 영상 컨텐츠를 통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나아가 이들이 경쟁(<SIXTEEN>)이라는 틀과 더불어 협력하고 상호보완하는 과정에서 전례없이 굉장히 훌륭한 콘텐츠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트와이스 기획의 위대함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끼어맞추기 멤버 구성이라는 측면보다는, 최고의 팀을 이루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선택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마땅히 대형 기획사의 시스템의 위력에 감사할 수밖에 없다. 한국서 데뷔해 줘서 아리가또.
6. 트와이스는 3세대 아이돌인가?
아이돌의 세대 구분은 지나치게 작위적으로 보이지만, 반대로 왜 이 시점에 ‘트와이스’의 대세가 가능했는지를 입증하는 근거로 쓸 수도 있다. 널리 알려지다시피 트와이스 직전까지 걸그룹 시장은 조금 지리한 춘추전국 시대가 계속되어 왔다. 2010년을 전후로 폭발했던 2세대 걸그룹인 소녀시대-2NE1의 기세가 주춤해 지면서 뚜렷한 대세 그룹이 튀어나오지 못한 상황이 몇 년간 이어져 온 것이다.
대표적 케이팝 걸그룹 (데뷔 시점)
- 1세대 : SES(1997년)핑클(1998)
- 2세대 : 소녀시대,카라(2007년) 2ne1(2009년)
- 3세대: 레드벨벳, 여자친구, 트와이스(2015년)
대략 문화계의 세대 구분은 10년 정도다. 하지만 아이돌의 경우 보다 빨리진 트렌드를 감안하면 7~8년 정도가 한계치다. 케이팝 역사에 전례 없는 성공신화를 써내려간 ‘소녀시대’의 데뷔가 올해로 10년 차가 된다. 자연스레 3세대 논의가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적절하게 등장한 기획이 다름 아닌 ‘트와이스’ 였다.
2.5세대(2011년 전후 등장)로 불리는 걸스데이, 에이핑크 등 수많은 걸그룹들은 필연적으로 소녀시대의 거대한 그림자와 싸워야 했다. 소비자들의 기준은 소녀시대에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2015년이 되자 그 그림자가 사실상 말끔하게 사라져 버린다. 제3세대가 시작될 공간이 열린 셈이다. 그 틈을 가장 성공적으로 뚫은 기획이 케이블 채널의 오디션 열풍과 적절히 조화된 트와이스(식스틴)과 아이오아이(101) 등이 된 셈이다.
트와이스가 3세대 아이돌의 대표라고 확언할 수 있는 계기는, 음반판매량과 음원 매출도 있겠지만 현재의 글로벌 마켓의 표준인 ‘유튜브 조회수’가 언제나 기대치 이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유튜브 조회수는 현재 가장 신뢰할만한 글로벌 인기의 척도가 된다. 특히 마케팅 플랫폼 구글 특유의 정교함으로 허수 조회수를 거의 완벽하게 걸러내기 때문에 (팬덤에 의한) 부풀리기가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지난해 10월 24일 공개한 <우아하게>와 올해 4월 25일 공개한 <Cheer up>이 모두 1억 뷰를 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걸그룹 최고 조회수는 7년 전에 발표한 소녀시대의 <Gee>로 1억 7천만 조회수. 1년이 조금 넘어 1억 회를 돌파한 우아하게는 다음의 기록을 갖게 됐다.
<우아하게> 뮤비가 유튜브서 세운 기록
- 22th 100M(1억) views K-pop mv
- Fourth 100M views female K-pop group
- Second fastest 100M views K-pop group mv
- First JYP 100M views mv
- First K-pop group 100M views debut mv
<Cheer up>과 <TT> 역시 순차적으로 우아하게 기록을 깰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사실상 트와이스는 2016년을 기점으로 성공적으로 3세대 아이돌의 전성시대를 열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수준이 됐다.
7. 왜 트와이스는 매력적인가 “엄청난 케미” + “끝 모를 컨텐츠”
긴 글이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된다 (…)
“걸그룹의 성패는 ‘캐릭터’에 달렸다?” – 업계 격언
“스타 시스템의 핵심은 반복적 미디어 노출이다. 그게 전부다.” – 문화평론가 강헌
아이돌 비즈니스의 역사가 쌓이며 성공방정식도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다. 그러나 걸그룹 대전으로 불릴 정도로 1년에 40여 팀이 쏟아져 나왔던 2012년 이후 상황을 돌이켜 보면 경쟁의 강도는 단숨에 ‘성공의 법칙’을 무력화시켰다. 살아남는 그룹보다 나가떨어지는 쪽이 훨씬 더 많아졌고 대중들은 멤버의 이름 하나 각인하기 버거울 정도가 됐다.
게다가 2008, 2012년 연이은 보수 정권의 등장으로 사회의 분위기가 경직되다 보니 TV 방송 시장의 흐름은 예상치 못한 걸그룹 섹시 대전으로 흐르기도 했다. 섹시 컨셉이 뜨는 순간 잃는 것은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이고, 자연스레 걸그룹의 파이 전체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청순미와 예능미를 갖춘 걸그룹이 데뷔를 하더라도 어느 순간이면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특유의 여성미를 강조하고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일단 트와이스는 섹시로 승부하는 악순환은 확실히 끊었다. 대신 ‘애교’라는 당의정으로 섹시를 가린 셈이 됐지만, 그 덕에 대중들은 9명 멤버들의 캐릭터를 하나하나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다.
- 귀엽고 깜찍하지만 허당미를 갖춘 ‘나연’
- 사랑스러운 걸크러쉬 잔소리꾼 ‘정연’
- 10년 차 연습생의 위엄을 지닌 넉넉한 갓‘지효’
- 춤으로는 어느 걸그룹 멤버에 위지지 않는 ‘모모’
- 도저히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심장에 나쁜 ‘사나’
- 인간계 최고의 미모와 전례 없는 우아미를 갖춘 ‘미나’
- 대만의 빛을 넘어 아시아의 차세대 스타 자리를 예약한 ‘쯔위’
- 거부할 수 없는 순진무구함과 야무진 랩 실력을 갖춘 아기맹수 ‘채영’
- 그리고 이 모든 조합의 한국적 아름다움과 흥을 더하는 두부 ‘다현’
이들 9명의 캐릭터를 인지한 순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멤버 간 조합에서 엿보이는 케미는 가히 역대급 재미라고 많은 팬들이 입을 모아 증언한다.
이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 바로 달라진 JYP의 운영 전략이 아닌가 싶다. 이른바 ‘전면적 공개’ 방식을 택한 것이다. 신비주의를 거부하고 멤버들의 사생활을 속속들이 가감 없이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팀원에 대한 인성과 신뢰 바탕이 되어야 했을 것이다.
과거 소녀시대 시절, 우리가 사랑하는 소녀를 보기 위해서는 뮤직비디오와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이 거의 유이한 통로였다. 때문에 아무리 관심이 있더라도 멤버들의 캐릭터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했다. 그런데 세대가 바뀌면서 TV 플랫폼이 다채널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으로 완벽하게 바뀌어 버렸다. 끝이 모를 정도의 방대한 컨텐츠가 이들의 데뷔 전부터 각종 미디어 플랫폼에 차곡차곡 쌓인 것이다.
사실상 이들 멤버들은 데뷔 이후 하루 전체가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가 된다고 보면 된다. 어떤 계기로 ‘트와이스’란 검색어를 입력하는 순간 시청자는 그들의 ‘세계’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거대한 ‘개미지옥’을 플랫폼과 기획자는 준비해 놓은 셈이다.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간파한 기획사는 아예 <SIXTEEN>이란 자체 오디션 사실상 사전 프로모션을 통해 데뷔 과정부터 스토리를 입히기 시작했다. 그 절정이 바로 ‘모모의 탈락과 부활’이 아닌가 싶다.
평범한 시청자들의 눈에는 이처럼 평범한 소녀들이 빛나는 백조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수차례 모의 테스트와 사전 조합실험을 통해 대략적인 틀은 구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그 대목은 너무 극적이었다. 아직도 필자는 모모의 탈락 영상과 부활 영상을 보면 눈가에 촉촉한 이슬이 맺힌다. 기획자가 의도했던 바라면 그는 ‘천재’일 것이고, 우연에 의한 결과였다면 ‘행운아’라고 표현하고 싶다.
게다가 JYP가 오디션 내내 강조했던 ‘성품론’ 역시 전체 팀웍을 다지는 데 큰 기여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의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비교적 고른 인기를 가진 9명의 소녀들의 만들어 내는 ‘케미’는 과거 특정 1~2명에게 인기가 쏠렸던 걸그룹과는 전혀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그런 선순환 구조가 팬덤 현상을 키우는 지렛대가 된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정도 성공 이유를 더 추가한다면, 노래와 뮤직비디오 컨텐츠 자체의 확고한 ‘대중성’이다. 이 대중성은 글로벌 확장성까지 갖췄다. 예를 들어 <우아하게> 뮤직비디오의 배경은 슬럼이 된 기괴한(팬시한) 학교와 공원, 그리고 좀비다. 좀비는 명백한 서양의 서브컬처지만 영화 ‘부산행’의 사례서 보듯 동양에서도 서서히 소화되고 있는 컨텐츠다.
<Cheer up> 뮤직비디오의 경우는 한국인들(30~40대)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의 명장면을 담았다. 개인적으로 <중경삼림>이나 <킥애스>가 담긴 대목을 보고 기획자의 탁월한 안목에 감탄한 적이 있다. 이건 완전 아재 컨셉이야!
신곡 <TT> 뮤직비디오의 경우 전 세계 남녀노소가 어릴 적 꿈꿨던 기괴한 등장인물과 ‘할로윈’이라는 문화코드를 담았다. 단순히 트와이스를 동양의 대표 걸그룹으로 키우려는 정도의 배포가 아니라는 점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블랙아이드필승’이 선보인 대중성 있고 자체로 아름다운 노래 3곡의 선정 역시 빼어난 선택으로 비친다. <우아하게(1단계)>, <Cheer up(2단계)>, <TT(3단계)> 이 세 곡 어느 하나만이라도 빠졌다면 이 정도의 성공이 가능했을까 싶을 정도로 연결성과 멤버들의 캐릭터를 잘 살렸다. 케이팝의 결정적 특징은 눈으로 보는 노래(뮤직비디오)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칭찬을 쓰자면 1박2일의 시간도 부족하다.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트와이스란)큰 그림을 박진영 PD가 그리면서도 사상 최초로 곡 선정과 기타 여러 대목에서 자신의 욕심을 줄이고 양보했다. 이 같은 결정이 이같은 성공의 밑거름”이라고 지목하기도 한다. JYP 컴퍼니 사상 최초로 자사 아이돌 데뷔곡을 외부에서 가져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평범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뒤늦게나마 JYP의 역사적 선택에 존경을 보낸다.
8. 아재의 마음을 빼앗은 명장면
그냥 끝내기 애매해 사족을 하나 붙인다면 바로 ‘명장면’ 열전이다. 트와이스에 입문해 이들의 영상을 감상하다 보니 특정 포인트에서 자꾸 되돌려 보게 되는 구간이 생기게 된다. 필자의 경우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일본 멤버들의 부모님 상봉 장면 : 딸 키우는 삼촌 팬이다 보니 멤버들의 부모님에 관심이 가더라. 어떤 부모님이 이처럼 훌륭한 딸들을 키웠는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 멤버들도 궁금했지만 요리사 아빠를 둔 정연 외에는 찾지 못했다. 대신 일본 K-con 공연에 갔을 때 미-사-모 부모님이 등장한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라 지금도 가끔 돌려 보게 된다. 아, 부모님 마음은 저거로구나. 아, 내 딸이 잘 성장했으면 좋겠다. 사나 부모님이 나보다 젊다니 ㅠㅠ, 사나는 포기다.
- 식스틴 명장면 : 지난해 5월 방영된 Mnet 의 식스틴은 전편이 ‘전설’이 되어가는 중. 다만 유료라 유튜브에선 일부 편집본만 가능하다. 채영 완소!
- 식스틴의 추억 : 승강식이 끝나고 데뷔한 직후 멤버들이 식스틴 1화를 자체 패러디한 모습. 요즘 아이들의 긍정적인 태도를 확인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고, 미친듯이 웃겼다. “볼펜이 너의 발목을 잡았다”
- 모모의 눈물 : 지금도 눈물 날 정도로 슬픈 장면. 김동률의 노래가 덧붙여진 버전으로 감상하면 더욱 좋다.
- 주간아이돌 : 특히 희철+모모 ‘오하욧 !’ 이 대목.
- MBC 아육대 씨름편 + 리듬체조 편 : 설명이 불필요한 정도로 명장면들이 많다.
- 연세대 아카라카 축제 ‘떼창’ : 올해 5월에 만들어진 명장면
- 각종 멤버별 유튜브 편집 장면 : 필견. 멤버별 직캠이 좋다.
결론. 그들은 어디까지 성장할까?
대중문화나 아이돌 관련 글이 쓰기 어려운 이유는 글을 쓰기 위해 연구를 하면서 ‘애정’이 생기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 맞는 말이다. 문제는 애정이 없다면 글을 시작조차 할 수 없다는 것. 즉, 편견으로 시작하는 탓에 객관적인 글을 쓰기 어렵다는 변명이다.
때문에 많은 대중문화 기자들은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수치(음반판매량, 유튜브 조회수 등)을 강조하고 명망있는 대중문화평론가의 코멘트를 붙이곤 한다. 그렇다고 팬심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과거 소녀시대와 2NE1의 팬이었다고 자부하며, 단콘 관람은 물론이고 C모 커뮤니티의 ‘소시당’ 오프모임에도 몇 차례 참석해 소녀들의 생일을 동료 아재들과 함께 축하한 경험을 갖고 있다.
30대를 줄곧 함께했던 소녀시대 이후, 조카뻘을 넘어선 아이들 노래를 들을 가능성엔 무척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한 달간의 우연하지만 아주 특별한 경험을 통해서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또 여전히 대중은 소녀들의 생기발랄한 ‘밝은 모습’을 갈구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에너지는 스타시스템이 존속과 무관하게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데뷔 2년 차 트와이스는 이미 너무 많은 성과를 거뒀다. 남은 숙제는 대략 두 가지 정도일 것이다. 첫째, 어떻게 성년이 될 것인가? 둘째, 멤버들간의 케미를 유지하면서 5~6년 이상 롱런할 수 있을까?
첫 번째 문제는 별 걱정이 들지 않는다. 이들은 처절한 식스틴을 거치며 이미 충분히 어른이 됐다고 믿는다. 성공에 대한 열정을 너무나도 절실히 느꼈다. 오히려 과해서 걱정스러울 정도다.
어찌 됐건 소녀들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며 나이를 먹어갈 것이며, 또 사랑도 할 것이고, 10대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시기와 질투도 생겨날지 모른다. 혹은 우연치 않은 시련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의 삶은 계속될 것이고 팬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이들이 더 큰 세계에서 자신들의 매력을 충분히 표출하기를 바라 마지않을 것이다. 단순히 유튜브 조회수의 폭증이 아니라 더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거참, 스타의 의무는 시간이 갈수록 ‘미션 임파서블’ 수준으로 진화해 나가는구나.
PS. 일부 오역과 편견은 적절히 용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