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 리승환. ㅍㅍㅅㅅ 잡부. 커피와 책을 즐긴다. 좌우명은 “인터넷은 인생의 낭비다. 그 시간에 책을 읽어라.”
대 : 이대희. 프레시안 기자. 음악 매니아이자 필자로 활동하기도 했고, 경제지에서 일하며 증권 관련 지식도 박식하다. 현재는 프레시안에서 강도 높은 저임금 노동 중.
봉 : 김봉규. 프레시안 기자. 뭔가 이것저것 취향을 들었는데 까먹었으니 생략한다. 현재는 이대희 기자와 함께 프레시안에서 무급인턴을 부러워할 정도의 노동 중.
리 : 여기, 흡연 안에서 가능한가?
대 : 아니.
리 : 이런 잘못된 장소를 고르다니. 마음대로 왜곡하겠다.
대 : ……
리 : 자기 소개라도 해봐라.
대 : 인터뷰만 하다가, 인터뷰 따이니까 엄청 어색한데…
리 : 나도 여자에게 번호 따이면 그럴 삘일 것 같다.
대 : ……
리 : 아무튼 자기 소개.
대 :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서 일한 이대희 기자다. 여기 오기 전에는 모 경제지에서 잠깐 일했고…
리 : 그 경제지… 돈 잘 버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왜 프레시안 와서 고생인가?
대 : 그러게… 어쩌다가 좋은 뜻으로 와서… 인생 망치고…
리 : 이렇게 써도 되나 -_-?
대 : 쓰지 마라. 우리 회사 사람들 예민해서 상처받는다…
리 : 이미 썼으니까 어쩔 수 없다. 김봉규 기자도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봉 : 2009년부터 프레시안에서 일한 김봉규 기자다. 난 여기가 첫 직장이다. 평범한 언론사 지망생이었고… 당시 모 경제지랑 같이 붙었는데, 이쪽이 더 일하고 싶어서… 왔는데…
리 : 왔는데…?
봉 : 회사 사람들 상처 받을까봐 더 말하지 않겠다.
리 : 아무튼 다들 잘못된 선택을 해서 돈도 많이 못 벌고 고생이다. 프레시안에서 일해 보니까 어떤가?
대 : 그래도 경제지보다 삶의 질은 높다. 경제지 정말 빡세다. 증권부에 있었는데, 새벽 6시 반부터 일했다. 장서기 전부터 정말 머리에 김이 난다. 마감 기사 때리면 오후 5시인데, 그제서야 취재가 시작된다. 여의도 증권 바닥은 24시간 돌아간다. 그래서 경제지라고 해도, 실제 시간당 급여는 그리 많지도 않다.
리 : 그래도 시간당 급여 따지면 프레시안보다는 높을 것 같다 -_-;
대 : 사람이 밥만 먹고 사냐…
리 : 어떻게 보면 진보지가 사람을 잘 못 조진다는 생각도 든다. 조선은 애들 죽도록 돌리지 않나?
대 : 그렇지는 않다. 프레시안은 인력 쪽수가 부족하니까, 업무량은 만만찮게 많다. 그래도 조직문화는 좋은 편이다. 일제시대부터 내려오던 잘못된 언론 관행은 확실히 적다. 아마 선후배 사이에 존댓말 일상적으로 쓰는 곳은 별로 없을 거다.
리 : 헛소리 하지 마라. 얼마 전에 블로터 기자 만났는데, 여기도 존댓말 쓰더라.
대 : ……
리 : 여하튼 프레시안이 그간 참 힘들었다고 들었는데, 혹시 임금 체불 문제는 없었나?
대 : 창간 초기 한 번 밀렸다고 들었다. 그 뒤로 그런 일은 없었다.
봉 : 사실 임금이 오른 게 최근 몇 년 전 일이라서…
리 : ……
봉 : 우울한 이야기 그만하고 제대로 된 이야기 좀 하자.
뉴스스탠드의 충격, 뭇 언론사를 멘붕시키다.
리 : 뉴스캐스트가 뉴스스탠드로 개편되면서 참 힘들다 들었다.
대 : 모든 언론사들이 패닉에 빠진 상황이다.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면 현재 언론사들은 네이버 하청 업체나 다른 없다. 얼마 전 관훈클럽이 NHN 김상헌 대표를 초청해 기자회견을 가진 적 있다. 그런데 기자회견 분위기가 거의 성토장이었다. 뉴스스탠드 없애라… 왜 연합만 특별 대우하냐… 네이버 뉴스 안 없애냐… 이쯤 되면 노골적으로 죽겠으니 살려달라는 말이다. 어찌 보면 하청업체라는 걸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순간이기도 했고…
리 : 그만큼 뉴스캐스트의 트래픽 비중이 꽤 높았던 것 같다?
봉 : 높은 정도가 아니라 절대적이었다.
대 : 캐스트 때는 일 평균 100만 찍었다. 촛불 때는 단일 기사 100만 찍을 때도 있었다.
봉 : 2009년, 프레시안이 문을 연지 9년만에 처음으로 트래픽으로 유의미한 수익이 나왔다. 정말 네이버 킹왕짱이라고밖에는.
리 : 행복한 시기였겠다.
대 : 그게 길게 보면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네이버에 의존한 트래픽이 높아지면서 회사 내에서 광고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기사 읽기도 힘들어지고, 사이트는 지저분해지고…
리 : 사내에서의 반발은 없었나?
대 : 물론 사내 갈등도 있었다. 기자들은 이런 식으로 트래픽에 집착하면 안된다는 입장이었지만, 광고팀 입장은 달랐다. 일단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 말이 분명 맞았고.
리 : 광고팀 덕택에 먹고 사는 주제에, 시건방지게 기사의 질을 신경 쓰다니!!!
대 : 그러게… 원래, 기자라는 직업이 그렇다. 은근 세상 물정 잘 모른다. 네이버 덕택에 살아 숨쉬면서, 그저 우리가 잘하는지 알았지…
봉 : 부끄럽지만 기자들이 고민이 없었다. 뉴스캐스트를 그저 트래픽 창출 수단으로만 생각했다. 제목 낚시, 소재 연성화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뉴스캐스트라는 기회를 활용해 프레시안이라는 브랜드 자체의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내부에서 그런 목소리가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고민의 길이가 길지 못했다. 하루 단위로 돌아가는 시스템 때문인지.
리 : 뉴스캐스트 사라지니까 어떻던가?
봉 : 뭐, 이제서야 주제를 알았다. 냄비 안 개구리랄까…
대 : 뉴스스탠드 개편 이전, 네이버에서 언론사 담당자들을 모아 두고 스탠드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될지 그림은 진작에 그려졌다. 딱 봐도 독자들이 귀찮아서 클릭 안 하고, 낚시 제목도 줄어들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리 : 낚시질 전혀 안 줄어들었는데?
봉 : 그래도 그때는 자기 제호 걸고 낚시 제목 달겠냐는 생각이 있었다.
대 : 솔직히 브랜드 가치를 키울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인력이 안 받쳐주는 상태라 어떻게 대응할 상황도 아니었다. 기자인 내가 지금 협동조합 홍보한다고 정신 없지 않나? 우리는 네이버 요구하는 데 맞는 그림 구축하는 데만도 허겁지겁했다. 어느 정도 변화를 예측하고, 다음 스텝을 생각했어야 하는데… 그걸 할 인력도 없었다. 당장 먹고 살기에 급급했다.
리 : 그리고 뉴스스탠드 이후 결과는 어떠했나?
대 : 처음 예상은 40% 정도 빠질 거라 생각했다. 보수적으로도 절반 빠질 거란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80% 정도가 빠져버렸다.
봉 : 어쩌면 상상하는 게 두려웠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리 : 듣고 보니 쓰라린 현실이기는 하다.
대 : 정말이지, 차마 생각하기 힘든 시나리오였으니…
봉 : 그리고 프레시안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종이신문에 개길 정도는 아니지만, 영향력 있는 언론 중 하나가 됐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또 정당하게 가질만한 자부심이라 생각했고. 그런데 그렇게 크게 빠졌으니, 충격이 컸다.
리 : 트래픽 분석이 좀 부족하지 않았을까?
봉 : 하긴 분석도 했고, 실제 그 분석이 맞았다. 뉴스캐스트가 언론사를 40여 개에서, 50개 이상으로 늘린 적이 있다. 그때 수학적으로 트래픽과 수익이 딱 정비례해 깎였다.
리 : 뉴스스탠드 이후 소비자들 성향은 좀 어떻던가?
봉 : 뉴스캐스트 시절 우리는 신기하게 이슈가 터져도 트래픽이 그리 많이 오르는 편은 아니었다. 반대로 이슈가 없어도 트래픽이 팍 떨어지지도 않고…뉴스스탠드가 들어서도 그런 기조는 유지될 줄 알았다. 사실 지금도 그나마 타 언론사에 비하면 트래픽 변화 폭은 크지 않다. 워낙 다들 심하게 떨어져서 그렇지.
대 : 우리 사이트가 다른 언론에 비해 체류시간도 긴 편이다.
봉 :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뉴스스탠드 개편 이후 트래픽이 더 충격적이다.
대 : 그러나 보니 제목에 넣기 위해 딱히 필요한 부분이 아니었지만 변희재 코멘트까지 인용하게 되고.
봉 : 변희재 제목에 멘트 넣기 싫은데 어쩔 수 없다.
리 : 그래서 뉴스스탠드 오니까 어떻냐고(…)
대 : 결국 뉴스스탠드에서도 사람들이 선호하는 뉴스 소비형태는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자극적인 뉴스가 팔린다.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면 네이버 검색 순위에 등장할 그런 뉴스를 써야 한다. 이런 환경이 기존 모델로는 안 된다는 확신을 낳았다. 그런 사정이 협동조합 전환 일정 서두르게 했다.
언론사 프레시안의 협동조합 전환으로 인한 변화
리 : 그래서 협동조합으로 간 건가?
대 : 원래 협동조합 전환 계획은 있었다. 주식회사 체제 한계를 분명히 느꼈기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이미 준비에 들어갔고, 최종적으로 그림이 그려진 건 올해 4월이다. 다만 서둘러 간 건 맞다. 뉴스스탠드로 인해 생각보다 상황이 훨씬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리 : 그래도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 전환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대 : 당연히 어려웠다. 내부적 논의가 꽤 길었다. 최대주주라 해봐야 30% 이상 지분을 가진 사람이 없어서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다. 회사가 워낙 어려울 때 매각 이야기도 나왔고, 인수 논의가 꽤 구체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내부구성원, 필자들이 다 반대했다. 사주 시스템을 계속 유지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리 : 하긴 최근 한국일보를 보면 사주 시스템이 좀 골치 아프기는 하다.
봉 : 한국일보가 잘 알려졌을 뿐이지, 망가진 언론들 꽤 많다.
리 : 협동조합 이야기는 어떻게 이루어졌나?
대 : 매각은 싫다고 하지만, 그러지 않으면 망할 판이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협동조합이었다. 작년 말 나름 이명박 정부 최대업적(?)이라 할 수 있는 협동조합법이 통과됐다. 2년간 기존 주식회사도 협동조합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게 됐다. 덕택에 전환이 쉬워졌다.
리 : 사주들이 반발하지 않던가?
대 : 반발하는 사람 있지. 사주가 아니라 주주가 정확한 표현이긴 한데… 어려운 상황이라 만나서 이야기할 때 반발이 꽤나 많았다. 그래도 5개월 간 논의한 결과 어느 정도 로드맵이 그려졌고, 5월 3일 주주총회에서 최종적으로 전환 찬성을 얻었다. 주주들에게는 그저 감사할 뿐이다. 자기 회사를 공공 불특정 다수에게 넘기는 큰 결단을 한 셈이니.
리 : 협동조합의 장단점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대 : 이상적으로 보면 주주모델보다는 훨씬 더 민주적이다. 협동조합은 1인 1표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조합원 중에서도 대의원 뽑고, 매년 총회를 열어야 한다. 다만 민주적 조직이란 게 나쁘게 보면 행정 비용 늘고 비효율적이다. 이전에는 직원들이 결정해서, 사주가 컨펌하면 끝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걸 선거로 해야 하니, 일은 늘어날 것 같다.
리 : 언론사 중 협동조합 사례가 있나?
봉 : 있긴 한데, 전환사례는 없다. 외국만 해도 애초에 전략적으로 협동조합 형태로 시작한 경우가 다수다.
대 : AP통신이 신문사가 조합으로 굴러가고는 있다. 그런데 이건 직원들이 일정액 출자한 형태이지, 소비자까지 들어온 소비자 협동조합이 아니다. 영국의 좌파월간지 뉴인터내셔널리스트도 협동조합이다. 스위스에서 가장 공정한 언론으로 꼽히는 WOZ도 협동조합이다. 여기도 직원협동조합이라 우리처럼 소비자까지 조합원으로 들어오진 않는다. 선례가 없다 보니, 우리가 시범 케이스 격이다..
리 : 얼마나 조합원이 모여야 먹고 살만 하겠는가?
대 : 현재 프레시안 후원자가 3천 여 명이다. 조합원이 1만 명이 되면 이른바 ‘정력’ ‘다이어트’ 나오는 검색 광고 다 빼도 유지 가능하다는 게 내부적 판단이다. 또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조합원 3만 명이 모이면 나름 성장모델을 찾아갈 수 있다고 본다.
리 : 그래도 조합원이 내는 돈만으로 힘들지 않겠나?
봉 : 처음 협동조합 나올 때 우리도 별의별 생각 다 했다.. 유기농 야채라도 팔아야 하나… 이런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 이전에 협동조합이라면, 조합원에게 무엇을 제공하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프레시안은 좋은 기사를 주는 게 기본이다.
리 : 조합원의 관여가 그리 좋아보이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편집 방향이 흔들릴 수 있지 않을까?
대 : 내부적으로도 그런 우려가 있다. 소비자조합원이 늘어나면 편집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극단적으로 그들이 합쳐서 친민주당 가자고, 대의원총회에서 결정하면 그렇게 가야 한다.
리 : 정말 극단적으로 가면 프레시안이 일베시안이 될 수도 있다.
대 : 일베에서 진지하게 그런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프레시안 협동조합 관련 글이 2연속 일베 게시판에 올랐다. 박원순이 협동조합법 통과 시키면서, 종북좌파를 키운다는 것이다. 사실 이명박이 통과시킨 건데(…) 아무튼 일베가 프레시안 접수하자고 하더라. 근데… 민주주의 하면 알겠지만 특정 목소리 있다 해서, 그리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다. 프레시안 역사와 구조가 있는데 쉽게 바꾸겠나? 우리가 여태껏 걸어온 길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리라는 믿음이 있고, 우리의 방향성이 급격하게 바뀔 일은 없으리라고 본다. 그런 확신이 내부적으로 있으니 전환이 편했다.
여기에 부족했던 부분을 조합원들이 채워 주리라는 기대도 있다. 나아가 정관에 그런 일을 방지할 장치도 만들었다. 진보적 목소리를 내자는 프레시안의 목적에 동참하는 사람만 조합원으로 받게 돼 있다. 편집권 독립을 위해 편집위원회는 별도로 움직이고, 조합원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간섭할 수 없게 했다.
리 : 혹시 꼭 이 사람은 조합원으로 참여했으면 하는 사람 있는가?
대 : 이슈 만들게 변희재도 좀 왔으면…
봉 : 일베 사람들이라도 우리한테 조합비 내겠다면 환영한다.
리 : ……
대 : 아, 개인적으로 강용석 팬인데 좀 가입하셨으면 한다.
리 : 강용석은 왜?
대 : 나름 좋은 맛집 블로거다(…)
봉 : 요즘도 동네 자주 출몰한다. 국회의원 때 유일하게 맘에 들던 게 맛집 포스팅이었는데, 요즘 자주 보지 못해 아쉽다.
리 : ……
대 : 이왕이면 이효리씨도 좀 와줬으면… 녹색평론 후원하시는 걸로 아는데, 우리도 앞으로 생태 쪽을 강화하는 언론이 될 겁니다. 꼭 와주세요.
리 : 어차피 보지도 않을 거, 너무 진솔하게 마음 담아 이야기하지 마라;;;
대 : ……
광고가 아닌 기사를 파는 참언론 프레시안으로…
리 : 아… 아무튼 협동조합 전환으로 고생이 많을 것 같다.
대 : 인력이 없다 보니 기자건, 편집진이건, 광고팀이건 다들 고생하고 있다. 기자 3명이 열심히 뺑이 치는 중이다. 사실 이거 하면서 기자가 참 다른 일 못하는구나 싶더라. 게다가 처음 있는 일이다 보니, 행정에서 걸림이 되게 많았다. 기재부 자료도 설명이 불분명하거나, 부처간 설명이 좀 다른 경우도 많다. 행정 당사자들도 많이 어려워하더라.
리 : 협동조합 전환 일정은 어떻게 잡혀 있는가?
대 : 3단계다. 이미 기존 주주들이 협동조합 전환에 의결권을 행사했다. 다음으로 출자조합원을 모으고, 창립총회를 통해 협동조합 전환을 결의한다. 이후 서울시에 설립인가 신청하고 통과되면, 등기하면 된다. 그러면 협동조합이 된다.
리 : 기존 후원회원들을 옮기는 것도 일이겠다.
대 : 안 그래도 요즘 콜센터 직원 모드다. 매일같이 전화하며 “안녕하세요. 고객님~”을 연발하고 있다.
리 : 전화는 잘 받나?
대 : 대부분 안 받는다. 스팸 전화로 생각하나 보다(…)
리 :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대 : 걱정보다는 좋은 편이다. 5월 24일 오전부로 벌써 3천명을 넘겼다.
리 : 괜히 전화하다가, 후원한다는 사실 까먹고 있는 사람들이 후원 취소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대 : 기존 후원하는 분들은 대개 흔쾌히 조합원으로 가입하겠다고 하더라. 아닌 경우에도 프레시안 후원은 계속 하겠다는 분들이 많다.
리 : 1만 원이란 월 조합원 회비는 어떻게 책정된 것인가?
대 : 출자금 3만 원에, 월 조합비 1만 원 이상 납부로 조합원 자격을 설정했는데… 여기에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다. 그때 생각한 게 종이신문 구독료다. 요즘 종이신문 구독료가 1만 5천 원 정도 한다. 우리 컨텐츠도 그만큼의 가치는 있을 거고, 종이값은 나가지 않으니 1만 원이 합당하다고 생각했다. 그 기회비용으로 1만 원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리 : 그저 협동조합으로 현재 상태를 유지할 돈을 벌어보자고 하는 일이 아니라, 무언가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을 텐데, 그 주된 생각은 무엇인가?
대 : 지금 프레시안 내부에서의 가장 큰 문제의식은, 기사를 파는 언론사가 없다는 거다. 삼성은 TV와 휴대폰을 팔고, 현대는 배와 자동차를 판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기사를 파는 신문사는 드물다. 협동조합은 이런 측면에서 또 하나의 유료화이자, 언론 정상화의 길이라 생각한다. 이게 성공한다면 포털을 넘은 인터넷 언론의 새로운 대안이 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협동조합 모델이 모든 언론사에게 맞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공공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사명을 가진 언론사에게는 더 적합한 모델이라 생각한다.
리 : 굳이 일베시안으로 가지 않는다고 해도, 중우적으로 흐를 수도 있지 않을까?
대 : 나꼼수가 인기일 때 내부적으로 고민을 엄청 했다. 신드롬이 일었을 때 한동안 기사를 못 썼다. 함부로 현상보도를 할 수도 없는 사건이었다. 개인적으로 좀 지나고 나꼼수에 대해서 생각해 보니, 나꼼수는 좋은 ‘정치 입문서’더라. 정치의 ‘정’자도 모르던 애들이 나꼼수에서 들은 이야기를 하더라. 나꼼수 통해서 백만 명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는 유의미한 숫자다. 아마 나꼼수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경험을 다들 했을 거다. 다만 그 사람들이 나꼼수류의 특정 세력에 대한 혐오, 조롱, 음모론으로 빠지는 건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 중 소수라도 진지하게 정치를 고민하게 했다면, 그것은 나꼼수의 업적이라고 본다. 그리고 프레시안이라면 아마 그런 소수를 위한 매체가 아닐까?
리 : 하긴 프레시안 기사는 나도 길어서 잘 안 읽는다. ㅋㅋ
대 : 프레시안은 확실히 현재까지 쌓아온 건 입문서 수준은 아니라 본다. 오히려 너무 헤비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이를 원하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그 사람들과 함께 프레시안을 만들어 가고 싶다. 그분들은 우리의 중요한 목소리가 될 거고, 그분들이 같이 만들고, 같이 생각 넓혀 가고 싶다. 거기에 협동조합은 좋은 토양이 될 것이고. 다만 확실한 건, 우리도 길이와 무게감에 대한 고민은 크게 하고 있다는 거다. 우리 주말 지면 보면 배트맨 얘기 하고, 정력에 대해 얘기하고 TV 프로그램 얘기하고, 아무도 안 보지만.. 대중음악 얘기도 한다.
리 : 그 좋은 기조가 협동조합의 평등성으로 무너질 가능성은 없을까?
대 : 아까 조합원을 믿는다고 했는데, 솔직히 애초에 소비자 조합원의 의견을 100% 따라가는 모델이 아니니 그런 일이 생길 수도 없다. 이사회의 절반은 무조건 직원이고, 나머지 절반이 소비자조합원이다. 소비자조합원이 한목소리를 낸다고 해도, 결국 엄재경이 좋아하는 5:5다. 소비자 조합원에 일방적 휘둘리지 않겠다는, 일종의 안전빵이랄까?
봉 : 미국은 지역언론 중에서, 지역 주민이 회사 재정 후원금 내면서 궁금해하는 지역 이슈를 파주는 곳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모델은 아니지만, 뭔가 조합원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다양한 시도가 가능할 것 같다.
리 : 반대의 문제도 지적 가능하다. 그래도 ‘협동조합’인데, 너무 직원들 의견이 크다고 볼 수도 있는데?
대 : 그래서 소비자조합원은 출자비가 3만 원인데, 우리 직원들은 최소 300만 원을 출자해야 한다. 그 정도 목소리 내려면 책임감도 그만큼 크게 가져가겠다는 거다. 소비자 100명 당 직원 1명인 셈이다.
봉 : 대신 직원 한사람, 한사람의 지분은 같다. 어쨌든 이런 사례가 없으니, 언론사 운영에 있어 그런 의결권이 얼마나 잘 작동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대 : 우리도 이 모델은 계속 만들어 갈 수밖에 없다. 어떤 조직이든 경영, 편집권 분리되는 게 맞다고 본다. 협동조합 정신에 따르면 언론의 경영 참여하면, 편집도 기본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여기서 기존 협동조합과 언론 모델은 충돌할 수밖에 없고, 고민 중이다. 소비자 편집이사회를 따로 구상하여, 간접적으로 편집부에 반영하게 만들 수도, 순수하게 소비자조합원으로 옴부즈만을 만들 수도 있다. 이런 고민은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인터뷰] 진보 언론 프레시안, 생존을 넘어 대안으로 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