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레시안, 광고가 아닌 기사를 팔기 위해 회사를 접다 에서 이어집니다.
리 : 리승환. ㅍㅍㅅㅅ 잡부. 커피와 책을 즐긴다. 좌우명은 “인터넷은 인생의 낭비다. 그 시간에 책을 읽어라.”
대 : 이대희. 프레시안 기자. 음악 매니아이자 필자로 활동하기도 했고, 경제지에서 일하며 증권 관련 지식도 박식하다. 현재는 프레시안에서 강도 높은 저임금 노동 중.
봉 : 김봉규. 프레시안 기자. 뭔가 이것저것 취향을 들었는데 까먹었으니 생략한다. 현재는 이대희 기자와 함께 프레시안에서 무급인턴을 부러워할 정도의 노동 중.
리 : 요즘 광고시장도 구린 걸로 알고 있다.
대 : 요즘 힘든 게, 작년 하반기에 미디어 광고 시장 경기가 안 좋은 영향도 있다. 경영, 마케팅 쪽에서 영업 뛰는 애들 말로 역사상 이런 수준이 없다고 하더라. 올해 신문사 영업 시장이 사상 최악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특정 언론사 이야기 못하지만 모 메이저 신문사는 협찬 요구하고, 상 준다고 달라붙었는데도 광고주한테 광고를 못 딴 일도 있다. 결국 광고비를 1/4까지 깎아서 겨우 받아냈다고 하더라.
리 : 참으로 암울한 상황이로다.
대 : 우리는 원래 대기업 광고 못 받으니까, 대기업 광고 시장 악영향을 크게 받은 건 아니다. PV 빠진 게 크지.
봉 : 안 받았다 하면 안돼요?
대 : 못 받은 거죠.
봉 : ㅋㅋㅋ
대 : 우리가 비판적이니까, 정부에서도 안 좋아하고… 노무현 정부 때 정부광고 끊겨서 크게 흔들렸으니까.
봉 : 어차피 처음 겪는 위기는 아니다. 우리는 항상 힘들었으니까.
대 : 특히 노무현 정부 말기에 크게 휘청했다. 당시 FTA 등의 문제로, 정부 광고를 끊었고, 회사가 어려워진 적이 있다.. 그 때 정부에서 평균 광고 단가 2배를 준다고까지 하며 압박했다. 그거 거부하면서 지금의 후원회원인 프레시앙이 있게 됐다. 그 때 이후 정부광고는 계속 끊긴 상태다.
리 : 그 때 “굶길 수는 있어도 눈물을 흘리게 할 수는 없다.”는 말이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나?
대 : 그래도 굶기지는 말아야지.
리 : …..
대 : 어쨌든 굶기지는 않았다. 월급이 작을 뿐이지.
리 : 그래도 잘 버텼다고 생각한다.
대 : 못 버텼지. 그러니까 협동조합 전환하는 거지…
리 : 울! 지! 마! 울! 지! 마!
대 : ……
프로퍼블리카, 조선일보, 그리고 프레시안 : 결국은 자본
리 : 미국에서는 프로퍼블리카가 엄청나게 떴다. 어떻게 보는지?
대 : 여기는 미국 금융위기 났을 때 퓰리처상까지 받았으니, 정말 대단한 언론이기는 하다. 인터넷 언론이 퓰리처 상을 받은 건 프로퍼블리카가 최초이고, 진정한 인터넷 언론 모델이라 극찬 받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능한 모델 같지는 않다. 프로퍼블리카는 6개월 내내 오직 금융위기만 팠다. 그동안 자료조사와 취재만 계속할 수 있을 정도의 자본력 없이는 성립 가능하지 않다. 6개월 동안 아무 것도 안 하고 취재만 하는 언론사에 한국의 누가 관심 가지겠나? 더구나 이 자본력은 엔젤투자자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했다. 어떤 한국 재벌이 자기 비리 캐겠다는 언론사에 묻지마 투자 하겠나?
봉 : 기사도 반권짜리… 무슨 논문인 줄 알았다. 그런데 프로퍼블리카 멤버가 다 파이낸셜 타임즈, 뉴욕 타임즈 출신의 베테랑 기자들이다. 이런 능력자들이 탐사보도의 꿈을 안고 참여했으니 가능한 일이지, 아직 우리 언론 환경은 좀 척박하다.
대 : 우리뿐 아니라 돈 많은 언론사도, 한 건에 대해 일주일 취재하고 싶다고 하면 당연히 컷 당한다.
봉 : 방송사는 할 수 있겠지만…
대 : 우리는 안된다. 자본력, 인력이 필요한 일인데… 데일리 굴리기도 바쁜 마당에… 사실 그런다고 좋은 기사 나온다는 확신도 없다… 노골적으로 말하면 좋은 기사보다 클릭 수를 보장 못한다. 모두가 그런 언론사 꿈꾸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리 : 그런 측면에서 요즘 조선일보는 좀 놀랍기는 하지 말이다.
대 : 그만큼 기자 많은 곳도 없다.
봉 : 아침마다 조간 보면 다 똑같은데 조선은 제목부터 다르다. 프레임 잡는 것도 장난 아니다.
대 : 망가졌다고는 해도 동아도 기사 밀도가 다르다. 요즘 중앙일보와 jtbc 보면 자본의 힘을 보여주는 것 같아 무섭다. 확실히 먹히는 젊은 필진 모아서 문화콘텐츠 만들려 하고, 한겨레와 콘텐츠 공유한다. 썰전 봤나? 종편 중 유일하게 극우 논조에서 자유로운 분위기다. 그리고 그 분위기에 힘입어 보수의 정당성을 획득한다. 정말 무서운 움직임이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자본력 덕분에 가능하다.
봉 : 조선은 판을 늦게 찍어서 더 잘나오는 것도 있다. 덕택에 야밤에 터진 사건도, 조간에 잘 들어간다. 이것도 결국 윤전기 이렇게 돌릴 수 있는 자본력 아니면 못 안한다.
대 : 로봇이 기사 쓰는 시대지만. 아직까지 사람이 중요하다. 언론은 기본적으로 인건비가 젤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그 비용이 유지돼야만 좋은 생산품이 나오는 거다. 기본 투입 자본력이 많지 않은 인상 좋은 기사 나오기 상당히 힘들다. 예를 들면 지산 록 페스티벌이 안산으로 옮긴다는 것을 조선에서 단독 보도했다. 그거, 음악 담당이 아니라 지자체 담당 기자가 단독 때린 걸로 알고 있다. 워낙 깔아둔 게 많으니 정보 수집이 되는 거다.
리 : 이 인터뷰의 결론은 조선 만세가 될 것 같다.
대 : 갈수록 그 차이는 더 커질 수밖에… 누가 자본력 안되는 매체서 일하고 싶겠나? 진보 매체에서 일하는 게 꿈인 사람도 많지만, 생활인으로, 그리고 기자로, 당연히 돈 많이 주고 지원 빵빵한 매체에서 일하고 싶지. 매체 파워, 월급, 접대, 취재 환경 다 다른데….
봉 : 그런 기사 생산 시스템에 편입돼서 할 것인가… 그게 언론의 본령이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우리의 협동조합 전환처럼 다른 길로 가야 하는데, 그걸 현재 뭐라고 단적으로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그냥 힘드니까 일단 도와주세요, 잘해볼게요는 아니다. 그렇게 하면 지금처럼 돕겠다고 나서는 분들도 없을 거고.
리 : 그래서 당신들이 생각하는 프레시안은 어떤 매체인가?
대 : 보통 진보 언론이라면 좀 묶이는데… 프레시안은 그 중에서도 좀 독특하다고 생각한다.
리 : 확실히 타 진보 언론에 비하면, 오피니언 깊이가 있다. 그래서 나도 한 달에 5천 원씩 쏘는 거고.
봉 : 나는 입사 전부터 프레시안 팬이었다. 대부분의 신문은 스트레이트 위주니까 팩트는 잘 전달하는데, 여기에 대한 해설은 부족했으니까. 그럴 때 한 발 늦더라도 프레시안은 내부 기사건, 외고건 관점을 제시해줬다. 솔직히 지금은 예전 수준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아직 이러한 특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대 : 확실히 요즘 예전만하지 않은 걸 느끼고 반성하고 있다. 그래도 나름 프레시안 기자들은 같은 형태 기사를 써도, 그나마 다른 언론보다 한 줄은 더 넣으려고 한다. 그게 언론 소비자에게 필요한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리 : 이런 프레시안의 강점은 외고의 힘에서 나오는 것 같다. 프레시안은 외고 비율이 꽤 높지 않나?
봉 : 확실히 강점으로 작용했다. 기존 대표 인터뷰 했던 거 보면 알겠지만, 사안에 대해서 좀 복잡한 맥락 이해할 수 있는 전문가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창간 때부터 그런 마음이었다고 한다. 뉴스캐스트 시절에 그런 게 많이 어필하기도 했다. 특히 현장 몸담고 있는 사람이 쓰는 사람의 글이 평가가 좋았다. 삼성도 그랬고, 노동, 정치 관련 글도 그랬고…
리 : 외고 원고비도 꽤 부담될 것 같다.
봉 : 그게… 규모의 경제라 봐야 하나… 일종의 그런 오피니언 영향력을 가지게 되니, 필자 분들이 고료를 따지는 경우는 적다. 또 애초에 고료에 생계가 걸린 전문 필자의 비율은 낮은 편이다. 그보다는 그 분야에 있는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우리 편집 방향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글을 쓰게 되는 것이고. 그래도 우리 나름 필자 등용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꽤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리 : 외고 필자 선정하고 손보는 것도 일일 것 같다.
대 : 우리는 담당 기자 목소리가 센 편이다. 기자가 데스크 지시가 무조건 따르기보다, 기자들이 데스크에 목소리를 낸다. 필자도 기자가 추천하고, 대개 통과된다. 예로 딴지일보 정력에 관한 연재를 한 최내현 씨도 외고를 받은 적이 있다. 프레시안의 매체 성격 보면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 기자를 존중한다.
리 : 그런데 기자 입김이 너무 세면 에디터십에도 문제가 생길 것 같다.
봉 : 그런 것보다 일이 너무 많아져서 문제다. 보통 기자 한 명당 필자가 몇 명씩 달리니 라이팅과 에디팅을 함께 하기가 빠듯하다.
협동조합 프레시안에서 펼쳐질 사업모델
리 : 사업 모델이야기나 해보자.
봉 : 아… 제일 어려운 거 떴다.
대 : 이제 큰 그림 그리고 구체적인 안을 구상하는 단계다. 우리도 하루하루 기자가 얼마나 띨빵한지 실감하고 있다.
봉 : 진짜 바보야. 아무 것도 몰라. ㅋㅋㅋ
대 : 기자들이 실무 들어가면 하나도 모른다. 다 아는 척 하는데 실무에 대한 거 아무 것도 몰라. 내가 맨날 홍보 담당자 만나다가, 협동조합 전환의 홍보 담당이 됐다. 각종 관련 사업을 알리려니 정말 힘들다. 안 해본 일 하니까, 실무적으로 계속 걸린다. 한 스텝 한 스텝 마다 정말 멘붕이다. 내가 이렇게 무능한가… 지난 주에는 엄청난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다. 별별 상상도 못한 게 다 걸린다. 어떻게 해야 할지 하나도 몰라. 그것 처리하는데 바빠서 홍보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리 : 사실 시키는 게 이상한 거다. 기자는 기사 써야지…
봉 : 처음에는 나름 의무심과 자부심으로 했는데, 요즘은 도살장 끌려온 기분이긴 하다.
대 :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서둘러 할 수 밖에 없다. 우리도 더 준비하고 싶지만, 준비 안 되는 상태에서 시간표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 자칫 이대로 더 버티다가는 회사가 무너질 상황이니……
리 : 정말 사업 모델이 없기는 한가보다. 계속 딴소리 하는 거 보니.
대 : 아… 모델 하나 확정한 거 있다. 뉴스 큐레이팅 서비스다.
리 : 그거 우리가 “어머! 이건 봐야 해!”에서 써먹는 거 아닌가? 골목상권 침해 좀 하지 마라.
봉 : 예전에 연성칼럼 코너 만들었을 때 딴지일보 관계자 트윗에서도 똑같은 소리 들었는데; ㅋㅋㅋ
대 : 근데 안할 수도 없다. 법적 문제도 걸리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은 수익 상품 내야하고, 조합원-비조합원 간의 차별을 줘야 한다. 그래서 다양한 상품도 만들어야 한다. 조합원 아니면 사보는 쪽으로 차별을 줘야 한다. 또 프레시안 몰도 만들려고 한다. 가디언 좀 흉내 내서 프레시안 캐릭터 상품 만들려 한다. 그 밖에 다른 협동조합과 협업해서 공정무역 상품 판매망도 구축할 계획이다. 서평 섹션 중에 경쟁력이 있는 콘텐츠는 유료화가 가능할지 검토도 하고 있다.
리 : 뭔가 억지로 짜낸다는 느낌이다.
봉 : 사실 우리도 별로 안 땡기는 것도 많다…
대 : 그래도 계속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뉴스를 잘 만든다는 건 기본이다. 그 밖에 우리가 뭘 해줄 수 있을지 계속 고민 중이다.
리 : 도서 섹션 유료화는 좀 황당해 보인다.
봉 :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 도서 섹션 평가가 엄청 좋다.
대 : 다른 언론사처럼 컨트롤 씨브이 하지 않는다. 제대로 읽어보고 글 쓰는 몇 안 되는 언론이라 자부한다.
봉 : 그러다 보니 신간 나가면 타이밍이 좀 늦기는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책으로 해볼 수 있는 다양한 것을 해보고 있다.
대 : 어차피 책 사보는 사람도 적은데 2차 소비 얼마나 적겠나? 그럼에도 언론사 중에 우리만큼도서를 제대로 다루는 곳 없다고 본다.
리 : 나름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대 : 정말 죽겠다. 쇼핑몰도 열어야 하는데 당장 결재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리 :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메이크샵이라는 국내 1위 쇼핑몰 솔루션을 제공한다. 전화해라. 원샷에 처리해 줄거다. ㅋㅋ
대 : (손을 잡으며) 잘 부탁 드립니다.
리 : 고객님. 제 이름 대면 2개월 할인 쿠폰도 드릴 거에요. ^^
대 : (손을 꽉 잡으며) 더욱 잘 부탁 드립니다.
리 : 요즘 종이신문사도 기자들이 영업 뛸만큼 힘들다던데, 이런 고통쯤 알아서 감수해라.
대 : 대형 종이신문사 다니는 동료들한테 물어보면 그다지 가고 싶다는 생각 안 든다. 적잖은 매체에서 어느 정도 직급이 올라가면 결국 영업 문제에 부딪히게 되는 것 같더라. 기사 쓰려고 기자됐지, 영업하려고 기자되는 건 아니잖나. 물론 나도 지금은 딴 일을 하고 있지만…
봉 : 요즘 종이신문이 그러는 것도 이해는 간다. 다들 영업 뛰고 기사는 안 쓰고 그런건 아니겠지만, 그만큼 힘드니까…
대 : 뭐, 영업이 적성인 기자도 종종 있다고는 하더라. 모 매체 기자는 1년 동안 기사는 전혀 안 쓰고 광고만 따왔는데, 광고를 너무 잘 따와서 위에서 별 이야기도 없었다고… 부동산과 통신에 이런 기자들 은근 많다. 정부 정책으로 결정되고, 기업은 로비 위주니까.
리 : 니들도 힘들다 보니 영업이라도 하고 싶을 때 있지 않나?
대 : 배가 고파도 그런 생각은 안 해봤다. 프레시안의 자존심이 출입처 논리를 따라가지 않는다는 거다. 어차피 독자층이 견고하기에, 따라가고 싶어도 못 따라가기도 한다. 우리가 은근 경계에 걸쳐 있는 매체다. 완전 대안도 아니고 기성언론도 아니고…
리 : 그래도 출입처와 친하게 지내지 않으면 좀 곤란하지 않나?
대 : 그렇지. 그러니까 관계 좋게 하려고 나름 애는 쓴다. 우리는 출입처 있어도 관계가 안좋아서 정보 못 얻을 때가 있다. 그렇다고 연합만 베껴 쓸 수도 없고 나름 힘이 든다. 우리는 정치팀 빼면 고정 출입처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기본적으로 출입처에 기자 한명씩 박아서는 기사 생산이 안 된다. 기자수는 적고 커버할 곳은 워낙 넓어서… 더구나 앞서 말했듯 에디터 역할까지 해야 하니 한 출입처만 바라볼 수 없다. 그래서 대형 언론에 비해 들어오는 정보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또 자본 문제 나오네…
정부에 허벌나게 치욕받고 협동조합으로 갑니다. 프레시안을 살.
리 :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내건 기치는 무엇이 있는가?
대 : 생명, 생태, 평화, 협동 등을 내세우려 한다.
봉 : 사실 개인적으로는 너무 광의의 콘셉트라는 느낌도 든다. 저런 기치에 반하는 기사를 써 왔던 건 아니었지만.
리 : 좀 위험해 보인다. 녹색당과 좌파가 이들 문제를 자주 제기하는데, 문제의식에는 동의하지만 엄밀성이 떨어지지 않나?
봉 : ‘퇴행적 낭만주의’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거라면,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기치는 아니다. 오히려 그간 부족했던 부분은 더욱 엄밀하게 접근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리 : 아무튼 긴 시간 고생 많았다. 마무리 짓기 전, 하고 싶은 말 좀 해봐라.
대 : 조합원 가입 많이 해 주세요. 굽신굽신…
리 : -_- 마지막인데 좀 멋있게 이야기해 봐라.
대 : 사실 프레시안 개별 기자들 면면을 보면 ㅍㅍㅅㅅ와 많이 통하는 면이 있다고 본다. 우리 컨텐츠가 기자들 보기에도 헤비한 컨텐츠인데, 개별 기자 면면만 보면 덕후들이 상당히 많다. 홍대 인디씬에서도 가장 마니악한 집단에 깊게 발 담근 사람도 있고, 일본드라마 덕후, 마블/DC 덕후도 있다. 나도 덕후라고 말할 수준까진 아니지만, 팝 음악 마니아라곤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리 : 그런데 왜 이렇게 무거운 글 위주인가?
대 : 요즘 프레시안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덕후성을 충분히 발현 못하고 있을 뿐, 옛날 거 찾아보면 마니아적인 기사들이 꽤 많다. 프레시안 기자들도 굉장히 젊다. 편집장이 올해 마흔이다. 연소하고 실상은 대중문화 폭발기의 세례를 누린 기자들이 모여있음에도 지면에는 그런 개성이 잘 반영 안 되는 안타까움이 있다. 이런 고민들은 우리 내부적으로도 오랜 기간 계속 했다. 협동조합 전환을 계기로 삼아 우리 내부적으로도 지면 혁신을 위한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우리 주 독자층 연령대가 좀 높은 편이라 기사도 그런 연령층을 쫓아가는 면이 있는데, 조금 더 젊은 매체로 가기 위한 시도가 이어질 것이다.
봉 : 그러게… 좀 우리를 되게 정형적인, 딱딱하게 보는 시각이 아쉽다. 하지만 프레시안 사람들, 정말로 젊고 개성이 강하다. 그러니까 조합원 가입으로 우리에게 약을 좀 빨게 해주면 좋겠다.
리 : 너무 그러지는 마라. 골목상권 침해는 둘째 치고, 약을 빨면 어그로가 생긴다.
봉 : 기자 생활 좀 하다보면 어그로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다들 생각한다.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인 건 연예인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리 : 개인적으로 조합원이 잘 모이고 있는지 좀 걱정된다.
대 : 나흘만에 1천 명. 일주일만에 2천 명, 그리고 얼마 전에는 3천 명을 넘었다. 정말 기대 이상이다. 국민TV는 이제 1만을 갓 넘었는데, 거기는 방송이다 보니 목표가 10만 명이다. 이에 반해 우리는 1만 명만 모이면 정말 좋은 언론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리 : 자, 그럼 진짜 마지막으로 왜 우리가 프레시안을 후원해야 하는지 간단하게 설명해봐라.
대 : 결의문에서 드러나듯, 우리의 한계를 인지하고 있고,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다. 결국, 언론이 제 기능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직원들에게 줄 월급이다. 어차피 지금도 우리는 언론사 최저 수준이고, 돈을 긁어 모을 생각도 없다. 우리 정말 개성 강한 사람들이다. 기존 언론의 시각에서 보기에는 기자 같지도 않은 놈들이 모인 매체다. 1만명의 조합원이 있다면, 그 개성, 가능성을 펼칠 수 있다. 월급은 못 올려도 유지는 가능하다. 어차피 우리가 돈 바라고 온 놈들도 아니고.
리 : 플러스로 ㅍㅍㅅㅅ 독자들에게도 한 마디.
대 : 사실 모든 언론이 소통을 외치지만, 정작 독자에 앞서서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에서 시작하고 싶다. 여기에서부터 저변을 넓혀 나가고 싶다. ㅍㅍㅅㅅ의 젊은 독자들도 좋아할 만큼 젊고 재미있는 언론으로 거듭나고 싶다.
리 : 수고 많았다. 맥주 계산해라.
대 : ……
봉 : ……
이렇게 인터뷰가 끝났다. 원래 인터뷰만 올리는데 개인적 생각 몇 마디. 프레시안은 내가 현재 후원 중인 유일한 언론이다. 물론 프레시안이 다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가끔은 ‘이런 구린 글이 왜 올라오지?’라는 생각도 들고, ‘예전만큼 퀄이 안 나오는데.’라는 생각도 한다. 그럼에도 프레시안은 여전히 깊이와 전문성을 가진 좋은 언론이다.
하지만 언론을 만드는 건 기자도, 편집자도, 영업팀도 아닌 소비자이다. 여러분도 함께 고민해 줬으면 하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