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엄청난 물건을 하나 들고 왔습니다. 바로 체크카드죠. 스마트 체크카드요? 아닙니다. 그냥 플라스틱 카드입니다.
1. 오프라인 데이터가 목마른 온라인 기업
요즘 O2O로 핫한 기업, 바로 카카오입니다. 다양한 오프라인 서비스들을 온라인으로 즉시 찾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온디맨드 서비스를 중심으로 O2O 비즈니스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O2O는 어떤 기술명이라기보다는 비즈니스의 흐름에 가깝습니다. 오프라인의 커머스기업은 온라인으로, 온라인의 커머스기업은 오프라인으로 진출하여 융합하는 흐름을 지칭하기 때문이죠. 우버로 시작된 O2O의 이야기는 택시와 미용실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온라인 기업이 오프라인으로 진출할까요? 특히 카카오 같은 대기업(?)이 택시기사와 미용실처럼 영세한 네트워크 시장에 말입니다. 그리고, 거기다가 이 시장에 진출하는 순간 상생 문제는 필연적으로 터지게 되어 있습니다. 큰 기업에게는 이만저만 부담이 아닌 시장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데이터입니다. 저도 모 포탈에 있어 봤지만, 온라인에서 사용자의 거의 모든 행동을 추적(가두리)하는 입장에서 정말 궁금한 건 오프라인의 사용자 데이터입니다. 이 사용자가 맛집 리뷰를 작성한 게 정말로 제대로 된 데이터인지, 실제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인지, 이 블로그를 보고 정말로 그 맛집에 가는 것인지. 이런 것 말이죠. 온라인 업체의 입장에서 사용자란 URL과 쿼리와 계정으로만 존재합니다. 오프라인에서 하는 행동을 추적할 방법은 없는 것이죠.
그런데 모바일이 짠하고 등장했습니다. 모바일은 온라인의 정보기기이기는 하지만 야외에 들고 다닙니다. 밥 먹을 때 사진도 찍고, 심지어는 운동할 때도 음악을 플레이하죠. 거기다 결제까지! 당연히 온라인 업체에서는 눈이 번쩍 뜨이는 일에 가깝습니다. 그동안 오프라인 업체들이 아무렇게나 쌓아왔던 데이터는 데이터를 주식으로 먹고사는 온라인 업체에게는 그냥 돈입니다.
따라서 카카오든 네이버든, 혹은 이베이나 아마존, 혹은 구글, 페이스북이 O2O를 내버려둘 수 없는 것입니다.
2. 의외로 긴 네이버 O2O의 역사
O2O 하면 다들 카카오만 떠올리지만, 네이버도 O2O를 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이 여전히 하고 있는 QR코드 서비스는 사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매개체 기술 중 하나였고, NFC는 그 연장선 즈음에 있는 기술입니다. 상생 문제로 꼬리 내린 부동산 서비스, 윙스푼, 그리고, 싸이월드의 브랜드 미니홈피를 오프라인에 적용할 생각을 했던 업소용 미투데이는 이후 24시를 만들었고, 쿠폰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네이버의 O2O 역사는 나름대로 꽤 숙성이 됐습니다. 이를 두고 실력 없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그만큼 실패에 대한 지식이 내재화되었다고도 평가할 수 있죠. 그중 결제는 온라인에서는 일단 네이버페이의 전신인 체크아웃으로 시작했습니다.
체크아웃은 다양한 온라인 가맹점 간의 신뢰문제를 PG의 PG 역할을 해서 해결해주는 방식이었죠. 덕분에 소규모 소호점들이 네이버의 신뢰할만한 결제 인프라를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것은 아마 당연한 수순이었고, 이미 오래전에 그런 그림을 그려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한국 핀테크·결제 시스템의 최대 난제
O2O 이야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핀테크 얘기를 하냐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O2O와 핀테크의 교차지점에 있는 것이 바로 결제 시스템, 즉 카카오페이, 페이코, 네이버페이 같은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이 분야의 한국시장에는 난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몇 년 전의 일입니다. 안드로이드에 NFC 탑제가 확실시되고 아이폰에도 떡밥이 돌던 시절, 블로거들과 몇몇 전문가라고 불리는 분들을 모아놓고 비공식적으로 모 은행에서 아이폰에 NFC를 탑재할 예정이며, 우리 은행과 진행할지도 모르는데, 이러한 사업모델이 괜찮겠냐라고 물었죠. 일명 얼리어답터들이 모였지만 하나같이 “안 될 걸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유인즉슨, 한국의 카드 결제가 지나치게 편하다는 겁니다. 즉시 이루어지는 데다가 혜택은 몬스터급에 소비자가 느끼는 수수료 불평등은 미미하고, 소득공제와 한국의 카드가 가지고 있는 프리미엄 이미지까지… 천하의 아이폰도 어찌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에 NFC 탑제가 일반화된 현재까지도 유효합니다. 스마트폰 핀테크의 최대 적은 바로 플라스틱 카드입니다.
4. 그런데, 네이버페이 체크카드가 등장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해버리려는 물건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네이버페이 체크카드입니다. 현재 체크카드의 적립률은 0.1~0.5% 수준입니다. 일반적인 신용 카드는 1~2% 수준이죠.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는 1% 보장에, 올해 한정이긴 하지만 2%를 적립합니다.
그리고 NFC가 떡밥으로 돌던 시대와는 또 바뀐 점이 있습니다. 체크카드의 소득공제율이 신용카드보다 좋아졌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이 점 때문에 카드사에서는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죠.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를 통해 네이버는 앞서 말한 오랜 고민, 즉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이 뭘 하고 다니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용 내역이 데이터로 저장될 테니까요.
이는 또 한편으론 당신의 네이버 게임 인벤토리에 AK47이 있으면 오프라인에서도 총을 사서 무고한 시민을 사살할 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과학적으로도 증명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카카오의 하트 전달 개수와 환각제 구매의 상관 관계도 밝힐 수 있겠네요. 물론, 타겟처럼 소녀의 임신 여부나 판별해서 아버지에게 귀띔을 해주는 만행을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5. 카드사와의 관계는 괜찮을까?
오히려 이번 상품의 등장으로 제가 놀란 건, 네이버가 어떻게 카드사와 이런 파격적인 체크카드를 내놓았는지입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체크카드의 증가는 곧 신용카드의 감소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고, 네이버에서 오프라인 결제 정보를 갖는다는 것은 곧 카드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인 마케팅 플랫폼으로서의 지위도 다소 감소시킬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건 순전히 네이버의 사업 수완으로 봐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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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카카오가 대기업이니 아니니 하는 논란에 휘말리고 인터넷은행도 규제의 늪에서 헤맬 때 네이버는 조용히, 하지만 강력하게 뒤통수를 쳤습니다. 물론, 카카오와 여타의 기업들 역시 다른 포지션에서 O2O 시장을 잡아가고 있으므로 완벽히 누구의 승리를 점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원문: 숲속얘기의 조용한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