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SCIENTIFIC AMERICAN에 게재된 Daniel Yudkin의 글 ‘People Are More Likely to Cheat at the End’을 번역한 것입니다.
인생은 끝들의 연속
어쨌든 인생은 마무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를 마쳐야 하고, 직장을 옮겨야 하고, 집을 팔아야 하며, 연인과의 관계를 끝내야 합니다. 어떤 일의 끝이 다가올수록, 인간은 지나간 실수를 덮고 훗날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는 오래 같이 일했던 동료가 떠나게 되었을 때 그와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덕담을 주고받으며 좋은 기억을 남기려 합니다.
어떤 실험
그러나 최근 발표된 한 연구는 어떤 일이 끝나갈 때 사람들은 착한 면이 아니라 악한 면을 더 두드러지게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였습니다. 곧, 어떤 활동의 끝이 다가올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고의로 무언가를 속일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남을 속일 기회를 놓치고 훗날 이를 아쉬워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독특한 실험을 고안했습니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동전 던지기 실험에 참가할 다수의 사람들을 모집했습니다. 이 실험은 그저 동전을 던지기 전에 어떤 면이 나올지를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동전을 던졌습니다. 매번 그들은 자신이 맞추었는지 틀렸는지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이 결과를 맞혔을 때 작은 상금을 받았습니다.
실험 중에 사람들은 결과를 속여서는 안 된다는 지시를 명시적으로 받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이 실험에서 누가 구체적으로 결과를 속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충분히 많은 사람들의 답을 모을 경우, 사람들이 언제 거짓말을 하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누구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 이들이 답을 맞힐 확률은 50% 근처에 머물러야 합니다. 그 값이 50%와 큰 차이가 날 때 우리는 통계적으로 이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초기에는 그 값이 50% 근처에 머물렀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결과를 속이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인간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을 안심하게 할 것 같군요. 곧, 사람들은 꼭 정직해야 할 의무가 없을 때도 종종 정직한 답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니까요.) 또한 ‘동전을 지금까지 몇 번 던졌는가’가 사람들의 거짓말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다섯 번째 던졌을 때도 그 값은 첫 번째 던질 때와 비슷했습니다.
마지막을 인지하면 사람은 달라진다
그러나 결과에 영향을 준 것은 ‘몇 번의 던지기가 남았느냐’였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실험에서 어떤 참가자들에게는 7번을 던지게 했고 또 다른 어떤 참가자들에게는 10번을 던지라고 지시했습니다. 7번 던지라는 지시를 받은 이들은 6번째까지는 매우 정직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7번째 시도에서 이들 중 거의 2/3가 자신이 결과를 맞혔다고 기록했습니다. 한편, 10번을 던지라는 지시를 받은 이들 역시 9번째까지는 매우 정직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시도에서 그들 중 상당수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곧, 사람들을 거짓말하게 하는 것은 모두 몇 번의 기회가 주어졌느냐가 아니라, 몇 번의 기회가 남았느냐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실제 현실에서도 이런 효과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려 했습니다. 그들은 수백 명을 다시 모집해 다른 심리학 실험결과처럼 만든 에세이를 채점하도록 했습니다. 동전 던지기 실험과 유사하게, 이들은 각각 7편의 에세이, 혹은 10편의 에세이를 읽고 점수를 매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한 각 에세이를 읽는 데 걸리는 시간에 따라 수당을 주기로 했습니다. 각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참가자들은 스스로 그 에세이를 읽는데 걸린 시간을 기록해야 했습니다.
한편, 연구자들은 이들이 글을 읽는 데 걸린 진짜 시간을 참가자들 몰래 기록했습니다. 즉, 이들이 글을 읽는 데 실제 걸린 시간과 스스로 기록하는 시간의 차이가 바로 이들의 정직성의 지표가 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는 앞의 실험과 같았습니다. 7편의 에세이를 읽어야 했던 이들은 마지막 7번째 에세이를 읽는데 걸린 시간을 최소 25% 이상 길게 기록했습니다. 10편의 에세이를 읽어야 했던 이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즉, 사람들은 남을 속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끝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자세
이 연구는 많은 것을 알려줍니다. 정치인의 임기, 직장인의 이직, 학생의 졸업, 골프 게임의 마지막 홀 등 인생의 수많은 일들은 모두 끝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임기 말의 정치인, 졸업 직전 학기의 학생, 그리고 18홀에서의 상대방을 특별히 유심히 지켜보아야 합니다.
한편, 이 실험은 인간이 가진 미래에 대한 감각의 또 다른 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즉, 끝을 예감한 인간은 조금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좀 더 발칙해지며, 좀 더 인생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데일리 쇼의 마지막 몇 달 동안 존 스튜어트는 특별히 발랄하게 행동했지요.)
이 결과는 쥐가 미로의 끝에 도달했을 때 쾌락과 위험추구와 관련된 도파민의 수치가 더 올라간다는 연구를 떠올리게 합니다. 마치 치약의 마지막을 짜내는 것처럼, 마지막을 예감했을 때, 그 찰나의 순간이라도 얻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뽑아내려 한다는―설사 그것이 내게 속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말이지요―것입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