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Atlantic에 Alana Meassey가 기고한 「Women Don’t Need to Have Periods」를 번역한 글이다. 2015년 9월의 기사인데 트위터에 공유했더니 무려 2,500번이 넘게 리트윗이 됐다. 본문을 편히 읽고자 하는 사람을 위해 전문을 번역했다.
두통이든, 발가락이 부러졌든, 무슨 이유로 의사를 만나러 가든 여성은 상담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지막 생리가 언제였냐는 질문을 받게 된다. “2012년 5월이요.”라는 내 대답에 혼란스러워하는 모습들을 보고 난 후, 대답에 앞서 생리양을 줄여주거나 생리를 완전히 없애준다는 자궁 내 피임 장치 ‘미레나 IUD’를 하고 있다는 설명을 먼저 한다.
나는 장치가 생리를 완전히 없애주는 후자에 속했다. 대부분의 간호사와 의사들은 대답을 듣고 넘어가지만, 최근에 내가 본 간호사는 명백한 반대의 기색을 보이며 질문했다.
“그렇지만 아이가 갖고 싶을 땐 어떻게 하나요?”
아이를 원하면 IUD를 빼버리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리를 안 한다는 게 자연스럽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진 않나요?”
그녀가 물었다. 나는 생리를 안 하는 게 대단히 좋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그냥 몸 안에 그런 이물이 있다는 건 이상한 느낌일 것 같아서요.”라고 말했다. 나는 “뭐, 아기랑 비슷한 거죠.”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거기서 질문을 멈췄다.
비록 내가 만난 간호사가 특히 껄끄럽기는 했지만 매달 생리하는 것을 막아주는 피임법에 대해 의혹을 품고 있는 게 그녀 하나만은 아니다. 친구들은 임신한 게 아닌지 끊임없이 걱정하고 있지는 않냐고 질문한다. 잠깐 만났던 남자는 불임을 걱정하고 있지는 않은지 궁금해했다.
‘인위적(unnatural)’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게 된다. 월경에 관해 사용하는 단어들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월경이 여성의 정체성과 얼마나 밀접하게 묶여있는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초경을 한 아이에게 ‘이제 여자가 됐구나!’라고 말한다. ‘여성용 제품’은 약국에서 생리대와 탐폰을 완곡하게 지칭하는 말이다. 한 면 전체가 여성이 쓸 수 있는 제품으로 전시되었어도 말이다.
면도기, 화장품 등 ‘여성스럽게’ 보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여성 대상으로 마케팅하는 샴푸 같은 것들이 있다. (생리의 ‘여성성’에 집중하는 것은 생리하는 트랜스 남성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해버린다.) 이 모든 제품은 체모가 자라거나 땀을 흘리는 것처럼 ‘여성스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신체 기능을 없애버리거나 감추는 목적을 갖는다. 흡사 생리 제품이 생리를 발견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생리는 고통스럽고 불쾌할 수 있다. 그리고 생리는 여성 정체성의 특징이라고 간주되면서도 그것의 ‘지저분한(ick)’ 측면은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압력이 있다. 그래서 최선의 선택으로 생리를 완전히 없애버리려는 사람들이 있다. 뉴욕 마운트 시나이 의과 대학의 산부인과 임상 조교수인 알리사 드웩(Alyssa Dweck)은 다음처럼 말했다.
“여자들이 매달 생리를 할 의학적인 이유가 없습니다. 생리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이 있다면 시스템을 변경하는 게 무슨 잘못이 있는 건 아닙니다.”
조지아주 매리에타에 사는 경영자 코치 체리 콜리에(Cherry Collier)는 그런 여성이다. 그녀의 의사는 그녀가 다량 출혈한 후 자궁에서 세 개의 자궁근종을 발견했고 자궁절제술을 제안했다. 아직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나이였기에 대안을 찾으려 했다. 그리고 피임약을 먹다가 도중에 생리하기 위해 위약을 먹는 플라세보 주간을 건너뛰면 생리를 없애고 고통을 편안하게 해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너무 자유로웠고, 기분이 좋았어요. 생리가 가벼워졌고, 덜 고통스러워졌죠. 제가 어떻게 다룰지를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달라진 거예요.”
미국 산부인과대학의 펠로우인 캐럴린 톰슨(Carolyn Thompson)은 이메일로 이 방법은 안전하고 시즈날레, 시즈니크, 큐아테트 같은 ‘장기 사이클’의 피임약이 나오기 전엔 매우 흔했다고 말했다. 다른 피임약과 동일한 호르몬 효과를 보이지만 생리를 건너뛸 수 있게 특별히 포장된 것들이다.
“생리를 건너뛰는 게 나은 여성들이 있습니다. 편두통이 있거나 심한 출혈 및 경련, 자궁내막증이 있는 사람들이죠. 또한 매달 생리하길 원하지 않아서 계속 약을 먹는 여성도 많습니다. 단기적으로 장기적으로나 아무 해가 없습니다.”
집에서 하는 자가 임신 테스트가 있기 전엔 여성들이 임신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생리를 하고자 했다. 존스홉킨스대학 산부인과 생식 및 여성 건강 연구 부서의 감독인 제임스 시거스(James Segars)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람들이 약을 만들 때 여성들에게 무엇을 원하느냐고 질문했습니다. 자신들이 임신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생리하길 원한다고 말했죠. 피임약을 복용하는 중에 하는 생리는 완전히 약리학적인 겁니다.”
약은 생식 능력뿐 아니라 생리까지도 여성들이 통제하게 된 시작점이었다. ‘그 날(that time of the month)’이라는 약칭이 있지만 많은 사람은 불규칙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생리를 했고, 약의 등장은 이를 통제하는 데 도움을 줬다.
특별히 출혈량이 많은 사람이나 자궁내막증 같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약을 이용해 좀 더 상태를 다루기 쉬워졌다. 생리는 ‘자연스러운’ 만큼이나 고통이나 과도한 출혈을 동반할 경우 한 사람의 일상생활을 완전히 망가뜨렸다. 생리 때문에 시간을 뺏기고 에너지를 소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뉴욕의 PR 전문가인 크리스틴 빈센조(Kristin Vincenzo)는 마이크로놀이라는 피임약의 시험적 복용 이후 1999년부터 데포-프로베라 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피임하기 전에 그녀의 생리는 불규칙했다. 이게 10년 전의 일이고 IUD처럼 장기간 지속되는 최근의 가역적 피임법이 재등장하기 전이라는 점을 생각해보자. 그 효과는 많은 회의적인 반응을 맞닥뜨려야 했다.
“저는 저를 여자로 만들어주는 것들이 많다고 느낍니다만 생리는 그중 하나가 아닙니다.”
그녀의 말이다. 비록 빈센조는 생리를 안 하는 게 좋은 경험이라고 확신하지만 그 당시엔 IUD가 여전히 매우 위험한 것으로 간주됐다. 그 때문에 자신이 주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제가 어렸던 1970년대에 IUD에 관한 끔찍한 얘기들을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아예 생각조차 안 했죠.”
2013년 뉴 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실린 한 획기적인 연구는 호르몬을 방출하는 자궁 내 장치가 비정상적으로 출혈이 많은 여성에게 호르몬 피임제제를 복용하는 전통적인 방식보다 건강상 더 나은 성과를 보인다는 걸 발견했다.
다니엘 부스(Danielle Boose)는 31세로 두 아이의 엄마다. 그녀는 그녀를 학교에 가지 못하게 한 막대한 출혈과 그녀의 삶을 ‘감정적, 물리적’으로 멈추게 만든 심각한 격통이 있은 후 미레나 IUD를 시술했다. 그녀 또한 회의적 반응을 맞닥뜨려야 했다.
“제 동성 친구들은 여전히 ‘나는 결코 내 몸에 이물을 넣지 않겠어. 니가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IUD의 안정성을 의심하는 동료들에게 “하지만 피임약에도 위험이 있고, 주사에도 위험이 있잖아. 나한테는 그 결정이 옳았어.”라고 대답한다.
여성이 점점 실질적으로 출혈을 줄여주거나 완전히 없애주는, 장기적이고 가역적인 피임법을 선택하면서 많은 이가 이 피임법들의 잠재적인 부작용(negative)이나 ‘자연스럽지 않은’ 결과에 관해서 궁금해한다. 미레나는 가장 유명한 IUD 중 하나다. 미레나는 5년 동안 호르몬을 방출하면서 임신을 막아준다. 톰슨은 자신이 미레나 같은 호르몬성 IUD를 여성들에게 거의 매일 시술한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생리하지 않는 게 자연스럽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거나 생리를 하지 않으면 자궁 내에 무언가 ‘쌓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호르몬 없이 생리하지 않을 때의 위험은 자궁벽에 확인되지 않은 축적물이 생기는 것이고, 그건 잠재적으로 전암 단계로 진행되거나 암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호르몬을 이용한 피임법을 쓰지 않는 경우 자궁 내 무언가 쌓일 가능성이 더 크다. 생리를 없애는 것과 관련된 많은 논의는 생리를 경감시킨 여성에게 집중되어 있다.
단순히 생리가 불편해서 없애려는 사람도 있다. 29살의 여행 작가인 수잔 샤인(Susan Shain)은 IUD를 시술받았다. 복잡한 여행 스케줄 때문에 시간대가 계속 바뀌었고 약을 매일 똑같은 시간에 먹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한때 누바링을 사용했지만 그 약은 저온에 보관해야 했고 자신이 가는 곳의 냉장고가 시원찮을까 봐 늘 걱정했다.
“저는 여행을 가는 게 좋아요.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하죠. 생리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좋습니다.”
제니퍼 핸콕(Jennifer Hancook)이라는 또 다른 여성은 플로리다에 있는 마나티 카운티에 산다. 그녀는 오직 생리를 없애려는 목적으로 미레나를 시술했다고 말했다.
“생리가 삶의 정기적인 일부가 되었을 때, 그게 당신에게서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빼앗아가는지 모를 겁니다.”
나는 그렇게 할 의학적인 필요가 없는데 내가 한 달에 3일에서 7일가량 피를 흘려야 한다는 사실이 불편하고, 솔직히 화나는 사람 중에 하나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생리통 완화약 판매 회사인 미돌(Midol)의 유명한 슬로건은 ‘당신의 생리는 고통 이상이기 때문입니다’이다. 생리대 가격이 부담되거나 흰옷 입는 걸 피하고 싶지 않은 여성 모두에게 사실이다.
화장실에 갈 수 없는 교대 근무자도 있고, 남초 직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더 소외당하지 않기 위해 여성 위생용품을 숨겨야 한다고 느끼는 여성도 있다. 생리가 단순한 소동 이상인 성 노동자도 있고, 아이가 있거나 정확한 수면 스케줄을 가질 수 없는 이유 등으로 매일 똑같은 시간에 피임약을 먹어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길 원하지 않는 여성도 있다. 다음은 시거스의 말이다.
“매달 생리한다는 건 안심 되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그리고 장기간 작용하는 가역적 피임법을 쓰면, 실패율이 정말 크게 낮아서 여성들이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것들은 이 모든 치료법이 가장 먼저 내세우는 주요 판매 포인트다. 무엇보다도 그것들은 임신을 막아주는 피임법이다. 주사나 장치의 형태로 나오기에 호르몬 약에 비해서 사람의 실수가 개입할 경향이 적고 더 효과적으로 임신을 막아준다. 생리를 없애주는 건 그저 보너스인 셈이다.
알려진 의학적인 문제 없이 시간과 돈을 아껴주고 고통과 스트레스를 경감시켜 주는 보너스다. 다시 생리하고자 한다면 IUD나 임플란트를 제거해버리기만 하면 된다.
여자다움을 위해 생리를 견디는 동시에, 눈에 띄지 않게 생리를 숨겨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게도 많은 이로 하여금 생리를 축하받을 만한 일로 옹호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이 경험에 관해 다시 말하고 우리를 하나로 만드는 피 속의 힘을 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에브리데이 페미니즘(Everyday Femisim)》의 기사 「비록 우리가 들은 말에도 생리가 멋진 5가지 이유」에서 사라 오그던 트로타(Sarah Ogden Trotta)가 외친 함성이다. 사이클 하모니(Cycle Harmoney)의 치프 하모니 오퍼(Chief Harmony Officer)인 징 진(Jing Jin)은 생리 주기를 자랑으로 만들 몇 가지 방법을 추천했다.
“생리할 때면 높아진 의식과 창의성을 자랑으로 삼으세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춤을 추고, 축하하세요. 당신 안의 빛나는 여신성과 이어지고, 그 신성을 이해하는 공간을 만드세요.”
그 방법에는 생리 일기를 쓰고, 여성의 힘을 연결하라는 팁이 있다. 여성의 선택을 제한하기보다는 지지하길 원하니 생리로 하나 될 때 빛나는 여신성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생리를 없애야 한다고 제안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매달 돌아오는 생리를 다른 단어, 즉 저주와 일반적으로 연관 짓는 사람에게는 생리를 없애는 선택이 있다고 상기시켜 주고자 한다. 나는 마법에 걸린 날보다는 부자연스러운 것을 택할 것이다.
원문: Yoon Ji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