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이 끝났다. 이번 대국민 담화는 취임 후 5번째고, 기자회견은 3번째로,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함께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흥미로운 건 지난 2번의 기자회견이 모두 사전에 질문과 답변이 정해진 상태로 진행됐다는 건데, 이번 기자회견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끄러운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 대해 트위터에서 재밌는 대화가 있었다. 워싱턴 포스트의 도쿄 지부장으로 일본을 비롯해 한국과 뉴질랜드를 커버하는 Anna Fifield(@annafifield)와 로이터 통신 기자로 남한과 북한에 대해 취재하는 James Pearson(@pearswick)의 트위터 대화다. 트윗을 그대로 옮기고 간단한 번역을 캡션으로 달았다.
I won’t be there. Guess how many Blue House notifications I’ve had in the 18m I’ve been covering S.Korea? Yes, zero https://t.co/De5r8unOy1
— Anna Fifield (@annafifield) 2016년 1월 13일
For months I’ve been asking S.Korea’s Blue House to send me notifications about events like press confs, trips to the US. Result: nothing.
— Anna Fifield (@annafifield) 2016년 1월 13일
박근혜가 새해 첫 기자회견을 한다는 트윗을 인용 RT하면서…
“난 저기 없을 겁니다. 제가 남한을 취재하는 지난 18개월 동안 청와대에서 얼마나 많은 알림을 받았을 것 같습니까? 맞아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저는 수 개월 동안, 청와대에 기자회견이나 방미 같은 이벤트가 있을 때면 알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돌아온 대답은 아무것도 없었죠.”
잠깐 샛길로 새서 월스트리트저널의 한국 지국장, Alastair Gale(@AlastairGale)의 트윗을 하나 보자.
@JohnDelury @annafifield @elisewho @pearswick @APklug Korean foreign media guidance = read Yonhap, watch Arirang TV
— Alastair Gale (@AlastairGale) 2016년 1월 13일
“한국의 외신 가이던스 = 연합을 읽고, 아리랑 TV를 보세요.”
다음은 기자회견이 대본을 두고 진행됐다는 James Pearson의 트윗이다.
Pre-approved questions for today’s press conference with South Korean president Park Geun-hye. https://t.co/PmjOg05kXJ
— James Pearson (@pearswick) 2016년 1월 13일
기자회견 대본을 공유한 트윗을 인용하며, “오늘, 대통령 박근혜의 기자회견에서 사전 승인된 질문들”라고 트윗을 남겼다. 이 트윗에 대해 Anna Fifield는…
@pearswick @SubinBKim once Don Kirk asked a spontaneous question to Roh Moo-hyun – like a real journalist at a real press conference. Magic
— Anna Fifield (@annafifield) 2016년 1월 13일
“한때 Don Kirk는 노무현에게 자연스럽게 질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 진짜 기자회견에서 진짜 저널리스트처럼 말이죠. 마법 같은 일입니다.”
Don Kirk는 아마도 한국 통신원이었던 도널드 커크를 얘기하는듯 싶다.
Anna Fifield는 청와대 공식 계정에 직접적으로 공개 멘션을 보낸다.
.@bluehousekorea – can you explain why I was excluded from @GH_PARK‘s press conference today? Don’t you care about @washingtonpost readers?
— Anna Fifield (@annafifield) 2016년 1월 13일
“.@bluehousekorea – 제가 왜 오늘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배제됐는지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워싱턴 포스트의 독자들은 신경쓰지 않는 건가요?”
청와대가 답변해야 할 문제이지만, James Pearson이 먼저 답했다.
.@annafifield had you been included, would you have been comfortable asking a pre-approved question that prompted a scripted answer?
— James Pearson (@pearswick) 2016년 1월 13일
“.@annafifield 혹시라도 포함되었다고 해도, 사전 승인된 질문과 대본에 적혀진 대답하는 방식에 만족하실 수 있었을까요?”
@pearswick of course not. That’s not the point. these events are rare and I would’ve liked the opportunity to attend – and I’m even in Seoul
— Anna Fifield (@annafifield) 2016년 1월 13일
@pearswick how many opportunities does the press get to see @GH_Park in action? Very few. The foreign press even fewer.
— Anna Fifield (@annafifield) 2016년 1월 13일
“물론 아닙니다. 그건 포인트가 아니에요. 이런 이벤트는 흔한 게 아니고,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하는 겁니다 – 심지어 전 서울에 있다고요.”
“@GH_Park이 나서는 걸 언론이 볼 기회가 얼마나 많겠습니까? 아주 적습니다. 심지어 외신들은 그보다 더 적고요.”
이어지는 James Pearson의 답이다.
@annafifield indeed – and every time it is a carefully scripted and staged event, sadly.
— James Pearson (@pearswick) 2016년 1월 13일
“@annafifield 정말 그렇죠 – 그리고 안타깝게도 매번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매우 신중하게 짜여진 대본과 연출된 이벤트가 이뤄집니다.”
@pearswick the point isn’t that it’s theater (though it is) but that I wasn’t given the chance to see the theater
— Anna Fifield (@annafifield) 2016년 1월 13일
“@pearswick 핵심은 그게 연극(theater)이라는 게 아닙니다. (연극은 맞지만요) 그보다는 그 연극을 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죠.”
@annafifield yeah, I know, it’s unacceptable. This administration has a very funny way of handling foreign press. It was better under 2MB.
— James Pearson (@pearswick) 2016년 1월 13일
“@annafifield 맞아요. 저도 압니다.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죠. 이 정부는 외신을 다루는 아주 웃기는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명박 시절이 더 나았죠.”
대화 중간, 똑같은 논리가 평양에도 적용될 거라는 말도 있었다. Anna Fifield의 트윗인데, 이에 대한 Jaems Pearson의 대답을 보자.
@annafifield actually that’s one of the amusing ironies of this – I was fairly free to ask questions without prior approval last time in PY.
— James Pearson (@pearswick) 2016년 1월 13일
“@annafifield 실제로 그게 이번 일이 재밌는 아이러니 중 하나입니다 – 제가 마지막으로 평양에 방문했을 때는 사전 승인 없이 자유롭게 질문을 할 수 있었거든요.”[1]
화룡점정은 이 트윗이다 😛
“내가 머리가 좋으니까 기억을 다 하지” ㅋㅋㅋ 아휴
— James Pearson (@pearswick) 2016년 1월 13일
굳이 외신 기자들의 이런 대화를 보지 않더라도, 우리 또한 안다. 이게 굉장히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