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초나라에 창과 방패를 파는 사람이 있었다.
“이 창은 못 뚫는 방패가 없어요.”
“이 방패는 못 막는 창이 없어요.”
어떤 사람이 물었다.
“당신의 창으로 당신의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나요?”
그랬더니 장사꾼이 피식 웃는다.
“아. ㅋㅋㅋ 이게 이제야 걸렸네. 그거 ‘모순’이지? 여기선 장사 못 하겠네. 그전까진 이렇게 해서 다 팔고 다녔는데…”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똑바로 장사하시오.”
“어휴, 지금까지 팔아먹은 게 얼만데. 다른 데 가서 이렇게 말하면 장사 잘 돼요. 사람들이 ‘모순’을 기억할 거 같지? 자기가 갖고 싶은 거 사면 되는 거야. 만약 내가 산 창이 방패를 못 뚫잖아? 그럼 물어내라고 할 거 같지? 그 방패는 불량이라서 그거 하나밖에 없다고 믿어. 나중에 또 막히잖아? 그래도 생각 안 바꿔. 그 창은 그 사람의 믿음이거든. 방패도 마찬가지야. 당신한테 걸렸다고 내가 안 팔 거 같아? 당신이 미친놈 취급받는 게 빠를 걸 아마?”
“사기꾼은 언젠간 망해.”
“당신한테 모순을 들켰다고 망할 거 같아? 지금까지 다 이렇게 팔아 왔거든. 내 창을 산 사람들은 당신을 찌르려 할 거고, 방패를 산 사람들은 찍으려 할걸? 당신이 진실을 말해서 사기를 당하고도 사기를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믿음을 깨서 심적 물적으로 피해를 주는 게 사기야. 그러니까 사기꾼은 결국 당신이지. 망하는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인 거야. 바보 같은 인간아.”
원문: 김재욱 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