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모닝. 재치있는 이름이지만, 맛은 없었나 보다. 수준 이하의 요리라는 혹평을 받으면서 셰프의 자질 논란을 가져왔다. 비린내가 너무 심했다는 것이다. 조리법에서 정확히 어떤 단계가 문제였던 것일까? 요리는 화학이라는데, 비린내의 이면에는 어떤 화학이 숨어있을까? 궁금증 해결을 위해 우선 <냉장고를 부탁해> 홈페이지에서 조리법을 찾아봤다.
조리방법
- 꽁치 통조림의 국물과 건더기를 분리한다.
- 꽁치를 반으로 자르고 오렌지즙을 뿌려 재워둔다.
- 꽁치에 레몬 식초를 뿌린다.
- 재워둔 꽁치를 팬에 넣고 끓인다.
- 4에 다진 양파와 소금을 넣고 볶는다.
- 식빵을 토스트기에 넣어 굽는다.
- 토마토를 얇게 썬다.
- 꽁치 국물에 양송이 수프 통조림을 넣고 끓인다.
- 8에 청양고추를 넣고, 우유를 부어 끓인다.
- 식빵의 가장자리를 자른 후, 수프에 넣어 적신다.
- 꽁치에 소금, 후추 간을 한다.
- 꽁치에 다진 마늘을 넣는다.
- 배추김치와 열무김치를 물에 헹군 후, 잘게 썬다.
- 김치에 옥수수 통조림, 채 썬 당근, 마요네즈를 함께 넣어 버무린다.
- 그릇에 김치 콘슬로우를 담고 다진 잣을 올린다.
- 식빵에 볶은 꽁치를 올린 후, 수프에 적신 식빵을 올린다.
- 16에 슬라이스 치즈, 토마토, 다진 피클을 얹고 식빵으로 덮는다.
- 접시에 토스트와 김치 콘슬로우를 함께 낸다.
생선 비린내는 왜 생기는 걸까?
맹모닝의 조리법을 따져보기 전에, 먼저 생선의 비린내는 왜 생기는 것일까? 짠 바다에서 뛰놀던 물고기가 이제는 죽었기 때문이다. 바다는 짜다. 물고기가 생존하려면 체액의 삼투압을 바닷물과 맞춰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물이 빠져나가고, 물고기는 쪼그라들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물고기가 사용하는 물질이 TMAO이다.
TMAO는 무색 무미이다. 살아있는 꽁치에는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비린내는 죽은 생선의 특징이다. 생선 속의 TMAO 성분이 미생물이나 생선의 효소에 의해 환원되어 휘발성 아민 성분인 TMA로 변하면서 비린내가 진동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싱싱할수록 비린내가 덜하고, 오래된 생선일수록 TMA 농도가 짙어지면서 이취가 강해진다.
TMA는 사람의 장내 미생물에 의해서도 만들어지는데, 달걀, 육류, 생선, 콩류 등을 먹고 소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TMA를 인체가 제대로 없애지 못하면 몸에서 이취가 날 수 있다. 트리메틸아민뇨증(Trimethylaminuria)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게 되면 TMA를 처리하는 효소에 문제가 생겨서 땀과 소변에서 생선 비린내 같은 냄새를 풍긴다. (TMAO는 trimethylamine oxide, TMA는 trimethylamine의 약어)
열을 가하면 TMAO가 TMA로 변화한다. 통조림에는 그래서 TMAO보다 TMA 함량이 높다. 하지만 꽁치 통조림을 열자마자 비린내가 느껴지진 않는다. 꽁치와 같은 등푸른 생선에는 오메가-3 지방산도 많이 들어있는데, 이들 지방산이 TMA나 TMAO와 반응하면 고약한 냄새의 휘발성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다.
통조림을 열고 공기와 접촉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지방산이 산패되어 과산화물(peroxide)을 만들어내는데, 이들 과산화물은 매우 불안정하여 휘발성 아민과 반응하기가 더 쉽다. 그 결과로 생성되는 일단의 휘발성 분자들은 비린내의 원인이 된다. 이런 이유로 통조림을 열어두고 며칠이 지나서 먹으면 비린 맛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비린내는 생선 특유의 휘발성 아민이 지방과 만나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냄새를 제거할 것인가? 산성을 띤 식재료를 쓰는 게 한 방법이다. 산과 염기가 반응하면 물에 잘 녹는 염이 된다. TMA와 같은 비린내의 원인물질들은 모두 휘발성 아민, 즉 염기성 물질이므로 이들이 식초나 레몬즙의 산과 만나면 물에 잘 녹는 염으로 변하고, 이로 인해 공기 중으로 날아가기 어려워지니까 냄새를 덜 느끼게 되는 것이다. (냄새는 코에서 맡게 되는 것이므로 향기 물질이 물속에 녹아있을 때가 아니라 공기 중으로 휘발했을 때 느껴진다.)
맹모닝은 2, 3번에서 오렌지즙과 레몬식초를 사용했는데, 오렌지즙의 산도가 비린내를 잡기엔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실제 오렌지즙과 레몬식초를 넣어서 맛을 보면 비린내가 덜한 것을 알 수 있다. 비린 맛이 줄면 줄지 늘지 않는다. 결정적인 실수는 가열하기 전에 꽁치를 씻어서 물에 녹은 냄새 물질을 제거하지 않은 것이다.
비린내를 잡아라!
아래는 실제 실험해 본 사진.
경고: 꽁치 통조림의 특성상 비주얼이 식욕을 떨어뜨릴 수 있음.
조리 방법 가운데 의심이 가는 부분은 4, 5, 7, 8, 9번이다. 4, 5번에서 가열로 인해 냄새 물질들이 더 많이 생겨나고 공기 중에 퍼진다. 공기 중으로 퍼져서 실외로 나갔더라면 좋았겠지만, 조리를 진행한 곳이 밀폐된 스튜디오였으니 냄새로 실내를 가득 채웠을 것이다. 해럴드 맥기는 자신의 책에서 팬 뚜껑을 닫고 조리할 것과 꺼내기 전에 조금 식혀서 냄새 성분이 휘발할 가능성을 줄이도록 권한다.
이 부분에서 맹모 셰프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집에서 생선을 구울 때도 신문지나 덮개를 써서 냄새가 날리는 걸 막는데, 최소한의 방지책도 없이 팬에서 꽁치를 가열했다는 건 그의 경험 부족을 드러내 놓고 말해준다.
7번에서 토마토를 얇게 썰어서 넣었는데, 토마토는 두 가지 면에서 문제가 된다. 우선 생토마토에는 특유의 향을 내는 알데히드와 알코올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토마토의 방향성 물질은 가열조리하는 과정에서 날아가니 익힌 토마토는 별 문제가 없으나 생토마토는 다르다. 생토마토의 방향성 물질이 꽁치의 아민과 함께 어우러져 비린내를 더 진하게 풍길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문제는 토마토에 들어있는 철분이다.[1] 레드와인을 생선과 함께 먹지 말라는 말이 있다. 생선과 함께 레드와인을 마시면 뒷맛이 비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2009년 일본의 연구팀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원인은 레드와인의 철분이다. 소량의 철분이라도 지방산을 산화 반응을 촉진시킬 수 있다. 연구팀은 생선의 불포화지방산이 레드와인의 철분과 만나서 산화되면 비린내가 나는 것으로 추측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철분의 농도이다. 레드와인 1L당 2mg 이상으로 철분 함량이 높아질 때 이렇게 비린 맛이 난다고 한다.
품종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토마토에는 1kg당 2.7mg 정도로 철분이 제법 많이 들어있다. 레드와인과 마찬가지로 토마토 역시 철분 때문에 생선과 함께 먹으면 비린 뒷맛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꽁치를 한 조각 먹고 나서, 토마토를 먹으면 상당한 비린 맛이 느껴진다. 결국 토마토 슬라이스는 맹모닝을 먹고 나서 비린 뒷맛을 남기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 슬라이스해서 빵조각 사이에 넣은 토마토는 분명 잘못된 조합이었다.
패착은 8번으로 이어진다. 이번에는 꽁치 국물에 양송이 수프 통조림을 넣고 끓였다. 꽁치 통조림 국물 그대로였다. 오렌지즙도 레몬식초도 넣지 않았다. 거기에 지방 가득한 양송이 수프를 넣고 끓였으니 TMA, TMAO가 지방과 반응하여 비린내 물질을 만들어내기 딱 좋은 조건이다. 여기에 다시 9번 청양고추를 넣고, 우유를 부어 끓이는 과정을 더했으니 혹시라도 남아있는 TMA, TMAO까지 우유의 지방과 반응시켜 비린내를 더 진하게 해준 셈이다.
반대로 생선을 미리 우유에 담갔다가 꺼낸 다음 표면에 적셔진 우유를 제거하는 방법을 쓰면 비린 맛 성분을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다. 우유의 카제인 단백질이 생선의 비린내 성분과 결합하므로 적신 후 닦아내면 우유와 함께 제거되는 원리이다. 이 방법은 아직 조리하지 않은 생선에 해당하는 것으로, 공기 중에 노출된 표면에 생겨난 비린내 성분을 제거하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겠으나 이미 통조림 생산과정에서 가열된 꽁치에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아래는 연어를 가지고 시연한 America’s Test Kitchen 동영상이다.
요리는 실로 복잡한 화학 반응이다. 각각의 식재료에 들어있는 화학물질들이 수천 가지이고, 이들이 뒤섞여 일으키는 반응은 셀 수 없이 다양할 것이다. 요리사의 의도에 따라서 또는 본인의 의도와는 관계 없이, 수많은 물질들이 서로 반응하고 변화한다.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데는 화학에 대한 지식보다는 경험이 더 중요하겠지만, 그 이면에 담긴 화학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원문: 쿠키보어의 연습장
<참고문헌>
- 해럴드 맥기, 『음식과 요리』, 이희건 옮김 (백년후, 2011)
- 최낙언, <과학으로 풀어본 커피 향의 비밀> (서울꼬뮨, 2014)
- 최낙언, <맛의 원리> (예문당, 2015)
- Harold McGee, (Penguin Books, 2012)
- Da-Wen Sun, (CRC Press, 2012)
- Christopher G J Baker, et al. (Springer Science & Business Media, 2012)
- 토마토로 인한 비린맛 증폭의 원인은 철분보다는 불포화지방산과 방향성 물질 때문일 수도 있다. 생토마토 속의 휘발성 정유 성분은 가열하면 날아가버리지만 철분은 가열해도 대부분 남아있다. 철분이 문제라면 익힌 토마토도 생선 비린내를 증폭시키겠지만, 위에 언급한 것처럼 익힌 토마토는 생선요리에 쓰여도 별 문제가 없다. 이 문제에 대한 해럴드 맥기의 생각이 궁금하여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생토마토에 들어있는 효소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꽁치의 지방산을 토마토의 효소가 분해해서 비린내 물질을 만들어냈을 거라는 설명이다. 어떤 추측이 맞는지 보려면 추가 실험을 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