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loomberg에 올라온 William Pesek의 글을 전문 번역했다 — 이번 합병을 해외에서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글이다.
반대자들에 대한 비열한 반유대주의─민족주의적 공격
한국의 언론이 반유대주의를 마음껏 드러내기 한참 전부터, 자사 투자자들을 기만하려는 삼성의 노력은 확실히 모욕의 수준까지 와 있었다. 삼성의 무례한 언동은 주주들에서부터 한국 대중들에게까지 모두 뻗쳐 있다.
사실상 삼성의 지주회사인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합병하기 위해 시장 가격보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낮은 가격에 제시한 합병안은 삼성을 창업한 이씨 가족의 적나라한 기업 권력 장악(power grab)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한국을 지배하고 있기에, 지난 금요일, 그럭저럭 자회사의 주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간과하도록 확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합병은 한국의 대통령 박근혜에게 패배를 남겼다. 박근혜는 2012년 말, 한국의 혁신을 경직시키는 가족 소유 기업들을 견제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선거에 승리했다. 금요일의 투표는 경제면에서 박근혜의 대패(Park’s economic Waterloo)다. 그녀의 정권이 또 다른 재벌들(oligarchs)과의 싸움에서 확실하게 패배한 순간이었다.
이는 또한 활동가이자 투자자인 Paul Elliott Singer의 패배이기도 했다. 지난달, Singer는 그룹의 건설 자회사인 삼성물산의 지분을 7.12% 가지고 있다고 선전하기 시작했다. 삼성 그룹이 꾀하는 거래를 막기 위해서였다. 외국의 헤지 펀드들은 언제나 한국에서 논란거리였다. 한국에서 그들은 종종 “탐욕스러운 이들(vultures)”이나 단기 수익을 위해 한국이 애써 일한 것을 앗아가는 “기생충”으로 조롱받곤 했다.
Singer는 삼성의 지지자들이 자행하는 비열한 공격과 마주해야만 했다. 언론들은 그가 “월스트리트 유대인”의 얼굴이라고 하며, “무자비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그를 그려냈다.
이런 공격은 1997년을 떠올리게 한다. 그 당시 말레이시아의 총리인 Mahathir Mohamad는 말레이시아의 경제가 파탄 난 것에 대해 George Soros가 이끄는 실체 없는 유대인 집단을 비난했었다. 말레이시아는 국제 투자자들과의 관계에서 지금도 여전히 당시의 추했던 때를 넘어서려 노력하고 있다. 삼성의 후계자인 이재용과 박근혜 대통령이 이렇듯 Singer에 대한 비열한 공격을 비판하지 않는다면, 한국이라는 기업 또한 이번 일로부터 쉽게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재벌이 한국을 망치고 있다
확실히 하자면, 모든 헤지 펀드 매니저와 마찬가지로 Singer는 이익에 의해 움직일 뿐, 이타주의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삼성의 짜고 치는 합병(cozy merger)에 대한 그의 비판적인 평가는 딱 맞는 얘기다.
이제 이 합병은 (재벌이라고 알려진) 한국의 다른 가족 기업체들이 더 대담하게 이전보다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또한 상대적으로 다른 선진 시장들에 비해 주식 가치가 저평가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를 영속시킬 것임이 틀림없다. 그것이 종종 삼성, 현대, 그리고 다른 한국 기업들에 의해 자행되는 사기꾼스러운(dodgy) 기업 지배 방식의 대가다.
주식회사 한국은 주주들의 회의적인 태도가 실존적인 위협이 아닌, 비즈니스의 정상적인 부분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기업들은 종종 재빠르게 외국 혐오를 즐기는 한국 언론들의 도움을 받는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회장인 정몽구는 새로운 사옥 부지 매입을 위해 평가 가치의 세 배에 달하는 100억 달러를 사용했다. 주주들이 이를 비난하자—비난한 주주 중에는 현대 우선주의 최대 주주인 노르웨이의 스카겐 펀드도 있었다— 한국 언론들은 비난하는 주주들을 쓸데없이 간섭하는 외국인들로 매도했었다.
이 이슈들은 혁신을 하지 못하는 문제를 포함해, 한국의 다른 경제 문제의 원인이기도 하다. 최근 몇 달간, 뉴욕타임스의 기사를 포함한 많은 글들이 강남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최신 스타트업 붐에 대해 다뤘다. 그것들은 과장이 아니었다. 실리콘 밸리의 벤처 캐피탈리스트들은 실제로 한국의 새로운 모바일과 인터넷 비즈니스들을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그 스타트업들은 거의 모두 반드시 한국의 재벌이라는 천장에 부딪치고 만다. 많은 돈과 그보다 더 대단한 정치적 유착(political connection)으로 한국의 왕 같은 기업들(the country’s dynastic companies)은 업계에 진입한 잠재적인 파괴적 혁신기업(disruptor)들을 쉽게 내쫓아버릴 수 있다.
게임을 바꾸는 아이디어들은 한국 경제를 지배하는 융통성 없는 하향식 위험 회피 기업들 안에서 어김없이 사라져버린다. 기업의 자기 인식의 의미도 사라진다. 이씨 가족은 삼성 주주들이나 삼성 그룹에서 일하는 500,000명의 직원들의 이익이 아니라, 가족의 이익 때문에 합병을 저질렀다. 한국의 문제는 외국인이나 유대인이 아니다. 한국의 문제는 사람들의 지성을 모욕하는 경제 시스템이다.
덧. 개인적으로 합병에 대해 다룬 여러 가지 글 중에서 가장 재밌게 읽었던 글은 조진서 님의 글이었는데, 생각해볼 만한 질문들이 있으니 한 번쯤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