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가 엇비슷하다. 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나름대로의 불행을 안고 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이렇게 시작한다. 하지만 기업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Gilt와 Fab, 이 두 기업은 금융 위기 시절에 반짝한 반짝 세일(Flash Sale) 쇼핑몰이었다. 그리고 이 두 기업은 IPO가 확실시되었으나 현재는 주춤한 상태다. 두 기업은 아주 비슷한 방식으로 무너졌다.
How startup Fab died
Fab은 자신만의 독특한 컨셉의 디자인의 집안 장식품들을 발품을 팔아 깜짝 세일로 팔아치우는 웹사이트였다. 자신들이 직접 만들지 않고 그저 큐레이션만 했음에도 Fab의 디자인은 독특해서 누구나 이 물건이 Fab의 물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Fab은 센세이션한 인기를 누렸다. 전성기에 Fab은 페이스북보다 빠른 성장을 했다. 3조 3천억 원을 투자받았다. 하지만 여기서 그는 결정적인 실수를 한다. 독특한 디자인 감각의 물건을 깜짝 세일로 파는 것이 아닌 모든 품목을 예약받아서 파는 식으로 사업을 넓힌 것이다. 그들은 Fab이 아마존을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만의 독특함을 없앤 결정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그들은 Amazon만큼 철저한 규율로 사업을 다스리지도 못했다. 독일에서 Fab의 아류 사이트가 등장하자 서둘러 직원을 뽑아 유럽에 진출했다. 확실한 BM 없이 회사를 무분별하게 키운 대가는 컸다.
Fab이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을 때는, 한때 9조 원의 가치평가를 받은 회사가 고작 총자산이 1조 원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절반 가까운 직원을 해고했고, 그중에는 “좋았던 과거로 돌아가자.”라며 반란을 꿈꿨던 공동 창업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결국 Fab의 대표 골드버그는 Fab을 고작(!) 몇백억 가치로 팔아치우고 Hem이라는 가구 사이트로 재기를 꿈꾸고 있다고 전해진다.
Gilt Groupe Story
Gilt 또한 반짝 세일 사이트였다. 특히 패션이 Gilt의 강점이었다. 처음에 Gilt는 ‘친구 소개 할인’이라는 바이럴 포인트를 잡아 빠르게 성장했다. 또한 월가 금융위기를 타 남아도는 고급 명품 재고를 빠른 세일로 팔아치울 수 있었다.
이후 이들은 Fab과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자신들의 독특함을 버리고 평범한 서비스가 될 때까지 지나치게 사업을 확장한 것이다. 세일 가격의 패션은 등한시하고 대신 매출이 되는 일이라면 여행, 음식, 혹은 어떤 물건이라도 팔았다. 그들은 Fab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Amazon이 될 수 있으리라 믿었다.
Fab과 마찬가지로, Gilt도 Amazon 같은 엄격한 규율이 없었다. (여기서 말하는 엄격한 규율이란 최소한의 인원, 자원을 투입해서 질 좋은 서비스와 BM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Uber 같은 압도적인 성장세가 있던 것도 아니다. 둘 중 하나는 있었어야 했다. 또한 미국이 금융 위기에서 서서히 회복하면서 기존 명품 업체들도 더 이상 세일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IPO를 넘봤던 회사는 1천 3백만 달러를 추가 투자받았다. 명백한 후퇴 선언이었다.
CS팀 등을 줄이고, 사진 스튜디오를 닫는 등 비용 절감을 실행했다. 해외, 특히 중국에도 진출했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 마케팅 비용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마케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전반적으로 Gilt에 대한 기사가 Fab보다 우호적이다. 이는 Gilt가 더 나은 상황이라서가 아니라 매체인 Business Insider의 투자자 중에는 Gilt의 창업자인 Kevin Tyan과 Dwight Merriman이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광고성 기사인 셈인데 Business Insider는 대신 자신들과 Gilt의 관계를 밝힘으로써 최소한의 신용을 지키려 했다.
두 회사는 무서울 정도로 비슷하게 무너졌다. 하나의 특별한 카테고리에서 자신만의 장점(Fab의 경우 ‘독특한 디자인 감각’ Gilt의 경우 ‘명품 파격 세일’)으로 성공했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시장 내에서 자신들을 특정지어주는 경쟁력을 잃어버렸다. 마지막으로 확실한 BM을 가지지 못한 채로 무리하게 (혹은 의미 없이) 인력을 늘렸다. 독특함이 있던가, 사업상 엄밀함이 있던가 둘 중 하나는 있었어야 했다. 효율과 색깔 중 한 가지도 없으니 Amazon 같은 기존 사업자를 이기지 못했다.
문어발 대기업, 이젠 알아서 거품 빼기?
한때 한국에서 대기업들이 문어발처럼 각종 분야에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비판하는 뉴스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기사의 댓글에 “애플 같은 미국 기업들은 소시민의 산업을 침해하지 않는다. 반성해라.”는 류의 말이 베스트 댓글로 선정되어 있었다. 한숨이 나왔다. 애플은 착해서 빵집을 경영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의 경영 전략임을 알기에 침범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산업의 경우 아이리버부터 블랙베리까지 무수히 많은 기업들을 무너뜨리는 것이 바로 애플이다.
만약 자신만의 엣지가 없다면 효율로라도 다른 기업들을 이겨야 한다. 최소한의 자본을 투입해서 최선의 결과물을 뽑아내는 것이다. 고통스럽지만 적어도 다른 기업보다 조금만 효율이 높다면 다른 기업을 누를 수는 있다. 과거의 삼성, 현재의 샤오미가 그 좋은 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거나, 사업이 커지면서도 철저하게 효율적인 조직을 타이트하게 운영하거나, 둘 다 되면 좋겠지만 적어도 하나는 해야 한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어렵다. 그게 쉽다면 모든 사업가가 성공했을 테다.
무엇을 할지 만큼이나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 스티브 잡스
원문 : 김은우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