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cial LG전자 웹사이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새해가 되면 금연이라든지 체중감량이라든지 새해 계획 많이들 세우시죠? 혹시 새해 목표를 책 읽기로 정하신 분 계신가요? ‘어떻게든 책을 많이 읽고 싶다’는 분이라면 제 지난 경험이 도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책과 함께 더 보람차고 행복한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저는 『1만 페이지 독서력』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1년 동안 1만 페이지의 독서를 해보자는 책이지요. 1만 페이지라고 하니 엄청난 것 같지만 하루 27페이지 정도만 꾸준히 읽으면 달성할 수 있는 목표입니다. 책 한 권을 대략 300페이지라고 하면 33권 정도입니다. 물론 하루 27페이지도 꾸준히 읽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책을 읽고 저도 1만 페이지 독서에 바로 도전을 해보았지만 첫 번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책 읽기 시간을 매일 꾸준히 마련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점심시간에 식사하고 남은 시간 책을 좀 읽었는데 나중에 업무가 바빠지고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그냥 웹서핑하거나 쉬게 돼버렸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가서도 아이와 놀고 집안일도 하다 보면 집에서 책 읽을 시간을 낸다는 것도 어렵고요. 직장인이고 기혼자에 어린아이까지 있다면 거의 다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첫 번째 시도에 실패한 뒤 다음 해에 또다시 ‘1만 페이지 독서’를 새해 목표로 잡고 도전해보았습니다. 그다음 해 새해가 되기 전에 1년 동안의 독서 일지를 정리해보니 접한 책 총 65권, 그중 다 읽지 못한 책 4권, 다 읽은 책 61권으로 페이지 수를 합하면 1만 9,051페이지였습니다. 애초 목표가 1만 페이지 독서였으니 목표 대비 거의 2배 정도를 달성한 셈이죠.
사실 읽은 책의 권수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어떤 책은 하루 만에 다 읽고 어떤 책은 거진 2주에 걸쳐 정성 들여 읽기도 했기 때문이죠. 책 좀 읽으시는 분들은 사실 읽은 책의 숫자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아실 거예요. 책을 읽고 스스로에게 어떤 변화를 만들었느냐가 더 중요하죠.
그래도 독서 성과에 의미를 두자면 하루 평균 2시간 이상씩은 책 읽는 시간을 마련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이게 가장 큰 수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2012년 저의 독서 목표는 어떻게 달성할 수 있었을까요? 제가 직접 써보고 효과를 봤던 ‘어떻게든 책을 읽는 방법’ 7가지를 소개 드립니다.
1. 책 읽기 시간을 자동이체하라
재테크에 대해 조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통장 분리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4개의 통장』이라는 유명한 책도 있지요. 돈의 용도에 맞게 통장을 분리하고, 저축하기 위해서는 저축 통장에 돈을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자동이체 시키는 거죠.
돈을 쓰고 나서 남은 걸 저축하는 게 아니고, 쓰기 전에 미리 자동이체 시켜버려야 저축하기 쉽다는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원리를 책 읽기에 적용합니다. 책 읽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하루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내 시간을 ‘독서 시간 통장’에 자동이체 시켜버리는 겁니다.
회사 업무를 시작하고 나서, 퇴근하고 나서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변동성이 너무 많습니다. 아무리 책을 읽고 싶어도 그날그날 바쁜 정도가 다르고, 약속이 갑자기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에 책 읽기 시간을 고정적으로 꾸준하게 확보하기가 힘들어요. 그날 일을 시작하기 전 시간을 자동이체 해버리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이 방법의 효과를 회사 덕분에 체험할 수 있었는데요. 회사 통근버스 시간이 일러서 통근버스 타고 출근하면 8시쯤 사무실에 도착합니다. 9시 업무 시작 전까지 항상 1시간 정도가 남고 그 시간을 책 읽기에 쓸 수 있었습니다. 이른 통근버스 시간 덕분에 하루의 시작을 무조건 책 읽기로 시작할 수 있었던 거죠. 처음에는 어려우시겠지만 올해 책 좀 읽어보시겠다는 분들께는 1시간 일찍 사무실에 출근하는 방법을 적극 추천 드립니다.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기 전에 집에서 1시간 읽고 오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사람마다 아침형이 있고 올빼미형이 있죠? 아침에 시간 내기가 어려우신 분은 저녁 식사 후나 밤, 새벽 등 자신에게 맞는 시간대로 책 읽기 시간을 정하셔도 됩니다. 이때도 항상 같은 시각에 고정적으로 책 읽기에 그 시간을 쓴다는 원칙을 세우셔야 합니다. 그런데 사무실에 더 일찍 출근해도 책 읽기가 잘 안 되는 경우 많죠? 저도 처음에 그랬거든요. 그래서 두 번째 방법이 필요합니다.
2. 환경을 통제하라
책을 읽으려고 사무실에 일찍 출근했습니다. 이제 어떤 일부터 시작하시나요? 노트북을 열어 킨 다음 부팅되기를 기다리겠죠? 컴퓨터가 켜지면 메일 체크부터 먼저하고, 웹서핑도 좀 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에도 한 번 들어가 보겠죠? 이러시면 안 됩니다!
사무실에 일찍 출근해서 책을 읽고 싶으시다면, 책 읽기에 맞게 환경을 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컴퓨터를 켜지 않는 것입니다. 자리에 앉아 책을 폈다고 하더라도, 모니터 화면에 웹브라우저가 열려 있으면 책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중간중간 자꾸 딴짓하고 싶어지거든요.
페이스북 뉴스피드도 좀 보고 싶고, 자주 가는 커뮤니티 사이트도 들어가고 싶고, 포탈 뉴스에 뭐 떴나 자꾸 클릭하죠. 이러면 어느 순간 책장은 덮이고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요. 책을 읽을 때는 책상을 깨끗이 정리하고, 오로지 책만!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세요.
3.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자
책 읽기 시간을 늘리는 데는 출퇴근 시간의 활용이 필수적입니다. 출퇴근 시간에 각각 30분씩만 책을 읽는다고 하면, 아침 1시간과 함해 하루 2시간의 책 읽기 시간이 확보됩니다. 하루 2시간 책을 읽는다면 1주일에 한 권이 아니라 두 권 이상도 읽을 수가 있어요.
그런데 아침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이 너무 붐벼서 책을 펼칠 공간도 없을 때가 많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게 되고요. 출퇴근 시간에 책을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하철이 붐비지 않는 시간에 출퇴근하시면 됩니다.
아침에 1시간 더 일찍 출근하면 지하철이 덜 붐비니 이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됩니다. 퇴근할 때도 그날 일을 일찍 다 마쳐 칼퇴근하더라도 그때 나오면 지하철 버스가 너무 붐비니 사무실에서 좀 더 있다 나오는 겁니다. 그 시간에 또 책을 읽으면 책 읽기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고요.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분들은 이런 혜택(?)을 입을 수가 없는데요. 그래서 제가 아는 분들 중에는 오디오북을 들으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출퇴근 시 스마트폰으로 하는 일, 생각해보면 그다지 생산적인 건 없어요. 지하철에서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여다보는 대신 책을 잡아 보시면 어떨까요.
4.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니자
책 읽기를 습관화하려면 틈이 날 때마다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니세요. 가방은 좀 무거워지겠지만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니면 출장 중이나 모임 전 대기 시간이 생길 때 하는 일 없이 낭비되는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려면 조용한 환경에서 충분한 시간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일 중간중간 5분이나 10분 짧은 틈 동안에도 충분히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고정된 책 읽기 시간 외에 틈이 날 때마다 짧게, 자주! 읽는 습관도 만들어 보세요. 이렇게 짬짬이 읽으면 글의 흐름이 끊어져 싫다는 분들도 있죠. 두 종류의 책을 가지고 다니면 좋아요.
시간이 충분할 때 정독할 책 한 권과 짬짬이 틈이 날 때마다 읽을 비교적 가벼운 책 한 권, 이렇게 두 권을 가지고 다니면 상황에 맞게 책을 읽을 수 있지요. 무거운 책은 회사에 놔두고 읽고, 얇은 책만 들고 다니면서 읽어도 좋고요.
5. 책과의 우연한 만남을 즐겨라
맨날 같은 사람들하고만 만나면 재미가 없죠. 처음 간 모임에서 우연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때 신선한 자극도 생기고 흥미가 생기죠. 책도 마찬가지예요. 자신이 좋아하는 쪽의 책만 찾아 읽으면 지겨울 때가 있어요.
이럴 때는 책과의 우연한 만남을 가지세요. 도서관이나 서점, 회사 자료실 같은 곳을 정기적으로 방문하세요. 그곳에서 우연히 눈에 띄는 제목이 있으면 그 책과 만나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자신이 평소 안 읽던 종류의 책은 물론 의외로 좋은 책을 많이 만날 거예요. 우연이 던져주는 책과의 인연을 즐겨보세요.
온라인 서점이나 출판사 등에서 운영하는 서평단 활동도 한 번 지원해 보시면 재밌을 거예요. 저는 알라딘 신간 평가단을 1년 동안 했었는데, 매달 어떤 책이 배달되어 올까 기다리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서평단을 하면 리뷰를 꼭 써서 제출해야 하니 활동하는 동안 의무로라도 책을 많이 읽게 되고, 서평 쓰는 연습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6. 책 읽기를 게임처럼 재밌게
2011년 8월, 다양한 정보기술에 관해 조사하는 리서치 자문회사 가트너(Gartner)가 주목할 만한 기술의 하나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이라는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의 개념이나 디자인 기법 등의 요소를 게임 이외의 사회적 활동이나 서비스에 적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데요.
쉽게 말하면 게임의 요소를 활용해서 게임이 아닌 것을 게임처럼 재밌게 만드는 일입니다. 게임이 우리를 재밌게 만들고, 계속하게 만드는 데는 몇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 피드백: 어떻게 잘 하고 있는지 현재 상태를 바로바로 알려줍니다.
- 성장: 주인공(플레이어)가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성취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 보상: 단계별로 적절한 보상을 주어 동기를 부여합니다.
- 경쟁: 게임 속의 캐릭터나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하게 함으로써 재미와 승부욕을 불러일으킵니다.
책 읽기를 게임화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책을 한 권 읽을 때마다 책 제목, 저자, 페이지 수, 별점 평가 등을 간단히 기록해 현재 몇 권, 총 몇 페이지를 읽었는지, 지금까지 어떤 책들을 읽어왔는지 언제라도 체크할 수 있게 합니다. 독서 생활의 발전 정도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거죠(피드백, 성장).
독서 일지 기록은 정말 꼭 하세요. 책 읽기 목표 달성에 정말 효과적이에요. 저는 『1만 페이지 독서력』에 나오는 표를 엑셀로 만들어 봤어요. 엑셀로 양식을 만들어 쓰면 페이지 수 합계가 자동으로 계산되니 편해요. 이후 읽은 책 수, 아니면 책 읽은 날 수에 따라 보상을 줄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자신에게 작은 선물을 해도 좋겠죠(보상)?
꼭 경쟁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유저스토리북 같은 소셜 책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신이 읽은 책 정보도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의 독서 생활도 참고하면서 독서 생활을 더 재미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 하나 남았어요. 마지막 방법은 정말 간단합니다.
7. 보기 싫은 책은 읽지 마라!
읽다가 더 보기가 왠지 싫은 책은 과감히 그만 읽으세요. 한 번 잡은 걸 꼭 끝까지 읽어야 된다고 생각하면 책 읽기가 고통이 돼요. 잘 읽히지 않는 책, 너무 어려운 책, 재미없는 책은 포기하세요. 그랬다가 나중에 인연이 되면 다시 읽게 될 수도 있고요. 그게 아니면 그냥 나와 인연이 아닌 책인 거지요.
만나서 기분 나빠지는 사람을 굳이 만날 필요가 없듯이, 읽히지 않는 책을 억지로 읽지 마세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만 읽어도 읽을 책은 정말 많거든요.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운 책을 읽으세요.
원문: 마인드와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