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서 만든 질서에 따라 타 인종 간 결혼을 허하지 않던 곳
1958년 7월 11일 이른 새벽이었다. 결혼한 지 한 달을 조금 넘긴 때였다. 익명의 제보를 받고 출동한 보안관과 동행 두 명이 신혼부부의 집을 급습했다. 보안관은 부부의 눈에 손전등을 비추며,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 여자랑 자고 있던 사람이 누구야?”
여자는 답했다.
“전 이 남자의 아내예요.”
그리고 남자는 벽에 걸린 결혼 증명서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보안관은 말했다.
“그건 여기서는 소용없어.”
이 여자의 이름은 밀드레드, 남자의 이름은 리처드였다. 둘은 결혼한 부부였다. 워싱턴 D.C.에서 결혼하여 고향 버지니아에서 신혼살림을 차렸다. 두 사람이 보안관에게 모욕을 당해야 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둘의 결혼이 버지니아 주에서는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버지니아는 서로 다른 인종의 결혼을 금지한 24개 주(states) 중 하나였다.
남편 리처드는 감옥에서 하루밤을 지새워야 했고, 아내 밀드레드는 몇일을 더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당시 밀드레드는 임신한 상태였다.
법원에 간청하여, 두 사람은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버지니아 주를 떠나 돌아오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이 판결을 보류시키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다. 결국 둘은 가족과 친구들이 있던 고향을 떠나야만 했다.
1959년 버지니아 법원의 예심
“전능하신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백인, 흑인, 황인, 말레이인, 적색인으로 창조하셨고, 이들을 서로 다른 대륙에 두셨다. 하나님께서 만드신 질서에 따라, 서로 다른 인종 간의 결혼은 용납되지 않는다. 하나님이 인류를 갈라놓으신 것은 인종이 섞이길 원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이 예심문은 다른 인종 간의 결혼을 금지하는갈 주된 논거로 사용되었다.
“놀랍게도 이런 판결이 당시엔 대다수가 공유하던 하나님, 창조질서에 대한 이해였다. 그리고 이것이 하나님의 통치를 실현하기 위한 질서였다.” (참조 링크)
밀드레드는 더 이상 추방된 신분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 고향에 있는 가족, 친지들과 함께 지내고 싶었다. 그녀는 1963년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로버트 케네디에게 자신을 도와달라며 편지를 썼고, 로버트 케네디는 답장을 보내며, 그녀를 미국 시민 자유 연맹 (ACLU)에 소개해 준다. 이곳에서 밀드레드, 리처드 부부는 두 사람을 도와줄 변호인을 만나게 되었고, 법적 투쟁도 시작할 수 있었다.
결국 1967년 연방 대법원의 판결로 다른 인종 간에 결혼을 금지했던 인종주의 정책은 폐지되었다. 두 사람은 고향 버지니아로 돌아가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The Loving Story
미국 HBO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 방영하였다. 제목은”The Loving Story” 다. 이 다큐 영화를 통한 밀드레드와 리처드의 사랑 이야기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The Loving Story” 공식 페이지에 소개된 것을 인용하자면 오늘의 미국에서도 여전히 현존하는 인종주의에 대한 성찰, 시민권의 확대란 연장선상위에 있는 결혼평등(동성결혼 법제화)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돌아보게 한다.
“The Loving Story” 가 방영된 후 몇 달 뒤, 연방 대법원은 다시 한번 역사적인 판결을 내린다.
전통적 결혼 보호법 (DOMA) 즉 결혼을 남성과 여성이 하는 것으로만 규정한 법안이 위헌이란 판결을 내리게 된다. 이는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밀드레드와 리처드의 결혼을 범죄로 규정지은 버지니아 케이스를 철폐한 이후, 결혼할 시민권리를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 두 사람(밀드레드와 리처드)은 시민권의 원리나, 투쟁 승리 같은 데에는 관심이 없는 매우 단순한 사람들입니다.”, “이 두 사람은 그저 서로 사랑에 빠진 커플입니다. 이 둘은 단지 관료집단의 간섭없이 버지니아에서 남편으로 그리고 아내로 살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 바나드 코웬 (밀드레드, 리처드 부부의 변호인)
언제나 사회개혁을 막아온 보수 크리스찬
역사적으로 창조질서는 노예제와 여성차별, 인종주의를 합리화하는 신학적 지원군이었다. 이는 성서적인 것이었고, 하느님의 뜻이었으며, 이에 거스르는 것은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죄악으로 간주되었다. 따라서 인종주의 철폐와 성평등을 외치는 이들은 사회를 어지럽히는 급진주의자들로 손가락질받았고, 종교적 그리고 사회적 처벌이 가해졌다.
노예제가 폐지되고, 여성들에게 참정권이 주어지고, 다른 인종 간의 결혼이 허용될 때, 이를 가장 극렬하게 반대했던 이들은 다름 아닌 보수 크리스천들이었다. 그들은 온갖 성서 구절을 문자적으로 적용해 인권신장과 시민권 확대를 저지하려 했다.
오늘날 동성 간의 결혼을 법적으로 보호하자는 시민권 운동에 가장 극렬하게 반대하는 이들은 과거와 변함없이 보수 크리스천들이다. 이들이 구사하는 논리 역시 과거 인종주의와 성차별을 합리화하던 그때와 동일하다. “성서가 죄라고 규정한다”, “창조질서를 거스르는 일이다”, “차별하는 게 아니다. 다만 죄 된 것을 종교적 신념에 따라 반대할 권리가 있다.”
일을 마치고 온 리처드에게 다가가 키스하는 밀드레드의 모습에서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파괴하는 어떤 악마적인 것도 찾아보기 어렵다. 전통적 결혼 보호법이 폐지되고 감격해 햐는 이디스 윈저 할머니의 모습에서 하느님을 거스르는 사악한 어떤 죄악도 발견할수 없었다.
자신의 나고 자란 고향(state)에서 동성결혼이 법제화될 때마다, 사랑하는 동성연인과 끌어안고 키스를 나누는 커플들을 보며,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이 주장하는 유황불 심판이나 아마겟돈, 지옥의 불구덩이가 연상되진 않는다. 내겐 바나드 코웬의 말처럼 “그저 서로 사랑에 빠진 커플”만 보일 뿐이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태어났다면, 서로를 향한 사랑도 평등해야 합니다. 동성애자 형제자매들이 법적으로 같은 대우를 받을 때까지 우리의 여정은 끝난 것이 아닙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연설문과 달리 여전히 현실에선 사랑에도 불평등이 존재한다.
“우리의 결혼도 불법이었습니다.”
New York Times / Loving film / 홍신해만의 블로그
원문: 홍신해만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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