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하면, ‘내 사랑 너의 사랑 김경진!’이란 유행어가 금붕어 똥처럼 따라다닌다. 각박한 대한민국에서 유행어 딸랑 하나 있는 개그맨으로 살아가는 것도 서러운데, ‘크레용팝’을 옹호하는 트윗 올렸다고 욕 먹고, 19금 프로그램 ‘노모쇼’에 출연했다고 욕 먹는다. 벽에 똥칠할 개그맨 1호 김경진을 만나봤다.
– 에디터 유지수, 포토그래퍼 유지수
강예빈 씨가 잣 닮았다고 할 때 어떤 느낌인지 몰랐는데, 실물을 보니 이제야 알겠다.
예빈이가 개그 욕심이 있는 것 같아. 예빈이랑은 친하게 지내고 있어. 예빈이가 음지에 있을 때, tvn에서 하는 소개팅 프로그램에서 데이트 한 적이 있거든. 그 때 내 리액션이 예빈이를 양지로 올려준 거야.
예빈 씨는 이제 완벽한 양지로 올라왔다. 이제 어서 본인을 추스를 때다. 혹시 연예인병 걸린 적은 없나?
방송 많이 하고 할 때는 거만했던 적도 있지. 외주PD들이랑 작업할 땐 까탈스럽게 했던 것 같아. 내가 동아방송대에 졸업해서 연출하면서 배운 게 있다 보니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어. 예를 들어 카메라 여러 대로 샷을 따면 되는데, 이렇게 찍고 또 옮겨서 같은 거 찍고 7-8시간씩 녹화가 계속되면 지치더라고.
우리나라에 경진 씨 이름은 몰라도, 얼굴 아는 사람은 많을 것 같다. 2007년 MBC공채 개그맨이었지만,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09년 무한도전 돌아이 콘테스트에서다. 2년의 공백 동안 뭐하고 지냈나?
그 시기는… 열심히 했는데도 안 되는 시기였지. MBC 건너편 고시원에서 생활했는데, 아침 9시에 코미디언실에 나가서 하루 종일 아이디어 회의하고, 노가리 까다가 밤 12시쯤 고시원에 들어가서 세시간 동안 인터넷에서 개그 자료 수집하고 잠들고 그랬지.
그렇게 2년을 보내면 지칠만 한데, 그럼에도 계속 했던 이유는?
주식이 대박났다, 로또가 터졌다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 이야기잖아. 근데 내 주변 사람들이 코너를 잘해서 CF를 찍는다든지, 차를 바꾸고, 집을 바꾸고 그런 일들을 바로 눈 앞에서 보니까 희망을 갖게 되는 거지. 나도 이 공간에서 나와 친했던 저 사람처럼 잘 될 수 있겠다는 희망.
아쉽게도, 무한도전 당시 큰 주목을 받고 상도 받았지만 이후 행보에 대해선 이슈 된 것이 없다. 어떤 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는가?
곽한구 형이랑 공항 갔던 게 네이트 메인에 떴는데 악플이 너무 많더라고, 과도한 개그 욕심이라고. 우리는 재미있는 것도 있지만 사회적인 이슈 같은 걸 풍자한 건데… 빙상연맹에서 아무 것도 안 하니까 곽한구 형이 훔쳐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간 거였어.
또 이슈 되었던 사건이 있다. 작년에 <돈의 맛>에 출연해서 욕을 된통 먹었던. “박명수가 나한테 해준 게 뭐냐.”, “회사에 대한 믿음이 없다.” 등 발언을 해서 네티즌들에게 엄청난 욕을 먹고, 이미지 타격도 많이 받았다. 방송가에서 순진한 김경진 씨가 PD에게 당한 것. 이란 뒷 이야기도 있더라.
80%는 연출이었다. 콩트형식으로 찍었으면 재미있었을 것 같은데, ‘몰카’라는 촬영 컨셉 때문에 의도와는 다르게 비춰진 것 같아서 아쉽다. 명수형은 나한테 가족 같은 사람이야. 지금은 회사에서 나왔지만,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달라 하셨어.
방송녹화 할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는가? 배우, 가수 보단 상대적으로 개그맨들이 디스 받는 역할이나, 업신여겨지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영화 배우는 신비주의, 가수는 회사의 마케팅에 의해서 브랜드가 되는 것 같고, 개그맨은 대중들이 이미지를 만들어 주시는 거 같아. 내가 기분 좋은 건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는 유재석 선배님이란 거지. 일본, 유럽 쪽은 코미디언이 웃음을 파는 광대가 아니고, 웃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더라고. 대중들의 인식이 바뀌려면 개그맨이 노력을 많이 해야지, 음주운전하고 차 훔치고 그런 거 하면 안돼.
근데, 곽한구 씨랑 친해여?
아니, 나 한 번 만났는데.
아, 개그맨은 항상 웃기고 밝을 것 같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실제로 개그맨들은 그렇지 않다면서? 일상생활에서 당신의 모습은 어떤가. 상수동 일대에선 김경진이 스타일리시하다는 말도 있다.
조용하고 내성적이야.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게 불편해. 나 혼자 있거나 정말 친한 사람들이랑 있는 게 좋아. 시끄러운 것도 싫어하고. 클럽은 가본 적도 없어, 나이트 클럽은 일하러 가본 적 있고. (찡긋) 그리고 누가 나 스타일리시 하다고 해? 나 코디도 없는데.
여러분, 김경진 씨가 스타일리시 하다는 건 루머래요, 7년 동안 몸 담은 MBC를 떠나 ‘코빅’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이적계기는?
언제부터 생겼는 지는 모르겠는데, 개그맨들은 한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만 출연해. 개콘 나오면 다른 곳 못 나가고 그런 시스템이야. MBC에서 있는 동안 내 스스로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 참 안일하게 있었던 것 같아. 무한도전 한 번 더 출연하고, 라디오 한 번 더 출연할까 싶어서 있었던 거야, 사실. 이런 안일한 태도가 나를 후퇴시킨 것 같아. 내가 MBC에 입사했지만 그곳을 떠나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유행어 하나밖에 없는 개그맨으로 살아가기란?
사실, 개그 프로그램에서 나온 유행어가 아니고, 2009년 무한도전에서 나온 유행어야. MBC 개그프로그램이 시청률이 저조하다 보니까 유행이 안돼. ‘쩜머쩜머양!’이라고 들어봤어? 내 유행어인데~
아니요.
이것 봐, 모르잖아. 시청률이 주는 의미는 되게 커, 사람들이 많이 본다는 의미뿐 만 아니라,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게 훨씬 큰 거야. MBC 개그프로그램에서 5분 개그 하는 것 보다, 개콘에서 5초 지나가는 게 더 낫다 이렇게 말하고 싶어.
개그맨들에게 개콘과 타 개그프로그램의 차이는?
개콘은 비닐하우스에 농작물이야. 정말 편하게 햇빛과 물과 좋은 토양에서 어떤 씨앗이든 뿌리면 다 난다고!!! MBC는 황무지야. 어떤 씨앗을 뿌려도 안 나. 날 수가 없어! 왜? 시청률이 낮기 때문에.
그래서 이적을 했지만, 통 편집을 당했더라.(웃음) 최근 출연하는 프로그램 중, 성인 오락채널 VIKI(비키)에서 방영하고 있는 ‘노모쇼 시즌2’에서 감초역할로 인기를 끌고 있다. 노모쇼에 출연하는데 망설임은 없었나?
곽한구 형 방송 하는 거 알지? 절도범이 방송하는 시대야. 시대는 바뀌었고 19금 방송도 바뀔 거라 생각했어. 누가 시작하느냐에 달린 거지. 방송 보면 과할 때도 있고 오바할 때도 있지만, 평소 술자리에서 커피숍에서 누구나 하는 야한 이야기야. 성 이야기를 너무 감추고 보물처럼 숨기면 썩는다고, 썩어.
유료 회원수가 수직 상승 중이고, 홍콩에도 수출한다고 들었다. 마지막으로 최근 근황에 대해서 짤막하게 이야기해 달라.
노모쇼를 하면서 남성 팬 분들이 많아졌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기분이 들어. 작년엔 되게 힘들었거든, 아는 작가들이 섭외해줘서 방송에 간간히 나갔지만 편집된 적이 많았거든. 예전엔 방송에서 “예~예예예”만 해도 기사가 뜨고 막 그랬는데, 이젠 기사도 안 뜨고 주위 사람도 몰라줘서 소외되는 느낌 때문에 힘들었는데 요즘은 좋아지는 단계야.
원문 : 오피스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