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은 게임업계에 ‘최악의 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여 개발한 온라인게임들이 추풍낙엽 마냥 대다수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사실 게임업계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산업위축은 썩 반가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포브스>나 <타임>처럼 실패담을 정리해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겠다 싶어 1위부터 10위까지 역순으로 기대에 못 미친 게임을 정리해봤다. 기준은 “개발비와 명성에 비해 얼마나 이용률이 저조했는가”로 삼았다.
10위 : 에이지오브스톰
에이지오브스톰은 유명게임 ‘킹덤언더파이어’의 지적재산권(IP)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공성대전액션(AOS) 장르이면서도 긴장감과 타격감을 강화하기 위해 3인칭 사격게임(TPS) 시점을 도입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8월 오픈 이후 급격히 트래픽이 줄어들면서 지금은 PC방 전체 순위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사이퍼즈와 리그오브레전드 사이에 껴있는 애매한 포지션과 영웅간 밸런스 조절 실패로 이용자들이 떠난 것이다.
9위 : 프로야구2K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야구열기가 뜨거웠다. 그래서 이를 타겟으로 하는 게임들이 꽤 나타났다. 이중 프로야구2K는 화려한 그래픽에, 방대한 DB, 감독과 선수 모두 플레이가 가능한 높은 자유도 등 그야말로 백화점식 구성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4월 오픈하자마자 관심 속에서 사라진 비운의 게임이 됐다. 다만 요새 들어 콘텐츠 업데이트와 더불어 적극적인 마케팅에 돌입한다고 하니 좀 더 지켜보자.
8위 : 마구더리얼
프로야구2K와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게임이다. 전작인 마구마구가 크게 히트했던 터라 꽤 부담감이 컸던 작품이기도 하다. 마구더리얼은 실사 야구게임을 표방하며 선수들의 몸짓, 얼굴표정 하나하나를 상세하게 담아냈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지만 점차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졌는데 프로야구2K와 묶어 왜 그런가 살펴보면 아마도 스마트폰 게임에 의한 직격타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넷마블과 애니파크 또한 같은 IP로 만든 ‘마구마구 2013’으로 모바일에서 꽤 재미를 봤으니 꼭 억울하다고 보긴 힘들 듯 하다.
7위 : 하운즈
하운즈는 ‘미들코어 게임의 강자’ 넷마블이 제 2의 서든어택, 스페셜포스를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나왔다. 흥미롭게도 RPS(RPG+FPS)라는 독특한 장르를 내세우며, “하나같이 다 똑같은 1인칭 슈팅게임(FPS)은 지겹다. ‘쏘는 재미’뿐 아니라 역할수행게임(RPG) 특유의 협업 및 캐릭터 육성의 재미를 주겠다”는 포부로 나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개발비 150억원, 제작기간 5년 등 나름 꽤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2월 출시했을 당시 20위권에 무난히 들어오며 나름 돌풍을 일으켰으나 서든어택의 벽을 넘지 못하고 서서히 미끄러졌다.
6위 : 마계촌
올해 넷마블이 모바일게임 성적표 A+, 온라인게임 성적표 C+를 받는 데 하운즈, 마구더리얼과 더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게임이다. 이 또한 100억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됐으며, 수십년 전 오락실에서 맹위를 떨치던 고전게임을 액션RPG로 만든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궁금증을 나타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각종 버그와 최적화 실패로 급속히 이용자 이탈이 일어났다. 지금은 서비스 존립을 걱정할 정도로 이용률이 떨어진 상태다.
5위 : 위닝일레븐 온라인
피피시리즈와 함께 세계 축구게임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위닝일레븐. 전자의 경우 PC에서의 강자라면 후자는 콘솔에서의 강자라고 볼 수 있다. 요새 들어 피파시리즈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콘솔마저 장악하는 모습이 눈에 띄는 가운데 개발사 코나미는 PC시장에 진출하며 대응에 나섰다. 위닝일레븐 온라인은 그 작업의 일환이라 볼 수 있는데 피파온라인3와 비슷한 시점에 나와 “누가 이길까” 사뭇 관심이 컸다. 하지만 결과는 피파온라인3의 완승. 마케팅부터 게임성, 운영 등 모든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위닝일레븐 온라인은 몇 번의 튜닝작업을 거쳤으나 결국 서비스 종료하기로 했다.
4위 : 던전스트라이커
올해 NHN엔터테인먼트가 가장 밀어줬던 게임. 여러 가지 테스트를 통해 가장 떡잎이 푸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기자기한 2등신 캐릭터가 화려한 액션을 펼치는 RPG로서 결제 없이 모든 게임기능 이용이 가능한 ‘착한 부분유료화’를 적용했다. 5월 출시했을 당시에는 PC방 전체 순위 TOP10에 들어오는 기염을 토했으나 8월을 기점으로 수직하락. 알고 보니 떡잎이 ‘옐로우’였던 것이다.
3위 : 아키에이지
선정하기까지 여러 모로 고민이 많았던 게임이다. 사실 아키에이지는 올해 최대의 기대작으로 꼽혀도 손색이 없다. 송재경이라는 전무후무한 레퍼런스를 가진 스타개발자 주도로 400억원의 개발비와 6년의 제작기간이 소요됐으며, 역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에서 가장 방대한 자유도와 콘텐츠를 자랑한다. 덕분에 올해 게임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친 반복작업(노가다) 시스템, 불법 프로그램 횡행, 밸런스 조절 실패, 직원 욕설논란 등 여러 악재 속에 이용률이 꾸준히 줄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진출 결과를 지켜봐야겠으나 이대로 가다간 개발비를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위 : 도타2
리그오브레전드는 ‘공공의 적’이다. 40%에 육박하는 말도 안 되는 시장점유율로 보유함으로써 국내 게임사들이 가져갈 파이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대표격인 넥슨이 10월 대응책으로 같은 장르의 게임을 내놓은 게 있으니 바로 도타2다. 넥슨은 대규모 마케팅과 동시에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프로팀을 육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상황은 썩 좋지 않다. PC방 전체 게임순위 30~40위를 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누구도 리그오브레전드를 잡을 것이라 예상하진 않았지만 참여가 저조해도 너무 저조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1위 : 열혈강호2
가장 가슴 아픈 게임이다. 개발비 300억원에, 제작기반 4년 등 아키에이지 못지 않은 리소스가 투입됐지만 찻잔의 태풍으로 끝난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키에이지는 절반의 성공이라도 거뒀지, 열혈강호2는 딱히 뭐 내세울 게 없다. 왜 잘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면 게임성 자체도 별로였지만 출시시점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1월은 아키에이지, 피파온라인3 등 대작게임이 나왔던 때이며, 모바일게임에 대한 관심도 가장 뜨거웠다. 앞으로 관건은 해외진출인데 안타깝게도 여전히 퍼블리셔를 찾지 못했을 정도로 바이어 사이 평가도 좋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