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하는 사람들은 종종 뉴스피드에 피키캐스트에서 올린 컨텐츠가 뜨는걸 본적이 있을것이다. 친구중 누군가 공유를 했을수도 있고, 좋아요를 눌렀을수도 있다.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100만명이라는 그 페이지가 지난 추석 페이스북 약관 위반을 이유로 하루아침에 삭제당한 일이 있었다.
이에 대해 피키캐스트 측에서 삭제 당한 일이 부당하다며 좋아요를 다시 눌러달라고 얘기[1]하기도 하고, beSUCCESS에서 페이스북이 부당하게 스타트업을 차별한다는 요지로 “100만명 보유 페이지가 하루아침에 삭제, 페이스북과의 상생의 길은 어떻게 열릴까?”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페이스북의 횡포에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는 벤쳐기업이 피해를 본듯 싶지만, 실제 본질은 조금 다르다. 정확히 말하면, 삭제 당할만 했다. 논란이 되는 저작권 문제부터 시작해보자.
피키캐스트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컨텐츠는 동영상이다. 이 동영상들은 주로 유튜브 같은 곳에 올라와 있는 것들을 다운로드 받아서 다시 피키캐스트 계정으로 페북에 재업로드하는 것들이다. 피키캐스트 측에서는 본인들이 “큐레이팅”을 한다고 하지만, 저건 큐레이팅이 아니라 그냥 저작권법 위반 불펌이다. 이러한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 지난 9월 7일 피키캐스트 박성민 컨텐츠 팀장이 인터뷰에서 얘기한 것이 있다.
– 게시물의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이용자들이 제보하는 영상과 유튜브에서 끌어오는 영상은 정확히 출처를 밝히기 때문에 법적 문제는 없다. 저작권 문제는 주요 방송사의 콘텐츠에서 발생한다. SBS 콘텐츠는 제휴를 맺어 자유로이 게시할 수 있는 일종의 독점권을 가졌다. KBS 역시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에 있어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CJ E&M 과는 영상들의 사전 바이럴부터 사후 바이럴까지 맡아 미디어 제휴의 형식을 통해 저작권 문제를 해결했다. 가장 아쉬운 것은 MBC다. 상당히 많은 콘텐츠가 있는 MBC는 이미 인기가 많은 상황이었기에 협약을 맺을 당위성을 찾지 못해 협상을 진행하지 못했다.”
정말 정확히 출처를 밝히고 있을까? 새로 만들어진 피키캐스트2 페이지에 올라온 영상 하나를 보자. 이 자료는 1999년도에 만들어진 자료다. 여기에 출처가 있나? 좋아요 눌러달라는 얘기 말고 출처에 대한 얘기는 없다. 피키캐스트에 올라오는 동영상 컨텐츠는 대부분이 이런식이다. 혹여 출처를 밝힌다 하더라도 유튜브 영상을 그대로 다운로드 받아서 재업로드를 하는 일은 페이스북의 약관[2]뿐만 아니라 유튜브의 약관도 위반하는 일이다. 유튜브의 약관을 보면 이런 말이 있다.
귀하는 해당 콘텐츠에 대하여 본 서비스에서 YouTube가 표시한 “다운로드” 또는 그와 유사한 링크를 발견하지 않는 한 콘텐츠를 다운로드 하면 안 됩니다. 귀하는 YouTube 또는 각 콘텐츠의 라이센서의 사전 서면 동의 없이는 어떠한 목적으로도 콘텐츠를 복사, 복제(reproduce), 온라인으로 제공하거나 전자적인 방법으로 전송하거나, 발표, 각색, 배포, 전송, 방송, 전시(display), 판매, 라이센스 허여하거나 달리 이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렇게 불법을 저질러놓고 페이지가 사라졌으니 억울함을 알아달라고 하는것은 웃기는 일이다. 혹시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피키캐스트에서 원저작권자와 전부 협의를 하진 않았을까?’라는 희박한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아보인다.
이런식으로 피키캐스트 측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는 한두개가 아니다. 대략 10개 정도의 페이지를 조금씩 다른 주제를 가지고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 페이지들은 서로 태깅을 해주면서 좋아요를 올려가고 있고 말이다.
페이스북의 15초 광고 때문에 삭제됐다는 피키캐스트의 주장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자.
페이스북은 올해 9월 뉴스피드에 ’자동재생’되는 15초 <광고 동영상> 시범 서비스 시작.
피키캐스트가 미디어로서 성장을 지속할수록 페이스북에겐 주요 수익원에 대한 도전이 됨.
기존 피키캐스트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은 100만명 정도다. 그럼 페이스북의 전체 가입자수는 얼마나 될까? 대략 12억명 정도 된다. 피키캐스트의 광고가 대충 1,000만명 정도에게 도달한다고 생각하자.[3] 페이스북 전체 사용자의 0.83% 정도 된다. 높게 쳐줘도 0.83%인데 페이스북이 그것때문에 광고 수익에 위협이 될까 우려해서 피키캐스트를 죽였다? 이 정도면 피해망상이다. 게다가 페이스북의 15초 광고는 피키캐스트의 동영상 포스트와는 상관이 없다. 사용자의 뉴스피드에 랜덤하게 뜨는 동영상 광고가 어째서 특정 페이지 관리자가 올린 동영상이랑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원저작권자와 컨텐츠 소비자 사이에서 불법으로 원작자의 컨텐츠를 올려놓고 컨텐츠 소비자와 원저작권자(방송사) 모두에게서 수익을 창출하는걸 보면 비슷한게 하나 떠오른다. 웹하드 업체들이다. 중간중간 광고를 삽입해서 구독자들을 수익화하고, 방송사들은 이미 독보적인 위치로 100만명에 달하는 구독자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협약을 맺는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것도 아니고, 그냥 눈치빠르게 불펌을 좀 더 빨리 시작한 덕분에 말이다.
이런 기업에게 KOTRA에서 우수 스타트업이라면서 상을 준 것도 웃기는 일이다.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어놓고, 밥상 주인이 숟가락 뺏어갔다고, 왜 뺏어갔냐며 소통을 해야하지 않냐고 하면 밥상 주인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