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Russel A. Carleton(aka Pizza Cutter)의 글을 번역한 글입니다.
“플라이 볼 혁명”(또는 air-ball 혁명, 발사 각도의 혁명이라고도 불리는)이 요즘 큰 화제다. 사실 지난 몇 년간 플라이볼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에 있었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그리 높은 수준이었다고 하긴 힘들다.
그리고 예전 내 사수가 트위터에 이런 말을 남겼다. (샘 밀러는 이전 BP의 Chief editor 였으며, 2016년 9월 1일 자로 ESPN으로 옮겼다)
I read all the launch angle articles, but it's hard for me to believe all these major leaguers just figured out hitting home runs is good
— Sam Miller (@SamMillerBB) May 24, 2017
” 발사각도 관련된 글을 다 읽어봤는데, 갑자기 타자들이 홈런이 좋은거란걸 알게된거야? 그건 아닐거 같은데.”
플라이볼 당 홈런 비율(HR/FB)가 증가했다는 것은, 타자들이 플라이볼을 칠 때 홈런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말이다. 하지만 분명히 하고 싶은 게 있다. 만약 타자들이 지난 몇 년간 성공적으로 발전한 부분이 있다면, 발사 각도에 대한 부분이 아니라 ‘타자들이 공을 더 강하게 치는 방법’을 알아냈다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것은 선수들의 체격이 예전보다 커지고 있다(링크)는 맥락을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시즌초의 성공 스토리들, 그리고 공을 띄우기 시작한 선수들의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음에도, 모두가 이 “발사각도”를 찬양해 온 것은 아니다. FiveThrityEight의 Rob Arthur는 플라이볼 혁명에 의해 득을 얻은 선수만큼이나 손해를 본 선수가 있었다는 분석(링크)을 내놓았고, ESPN의 버스터 올니 또한 발사 각도에 대하여 여러 의견들을 가진 구단 임원들을 인터뷰(링크) 했다.
물론, 기본적으로 로 파워(Raw Power : 타구에 힘을 싣는 능력이 아닌 선수 본인의 체격/근육에서 나오는 힘을 의미)가 좋은 선수 중에서 플라이볼을 많이 만들어내지 못해 그 힘을 낭비해온 선수들이 있었을 것이고, 그들이 스윙 메커니즘을 수정하면서 힘을 제대로 쓰기 시작한 것일 수 있다.
명심해야 할 것은, 모든 타자들이 홈런을 뻥뻥 쳐댈 만큼 힘이 좋은 것이 아니며, 만약 공을 띄웠는데 홈런이 아닐 경우 BABIP는 0.150 – 타자가 투수만큼이나 못치는 정도의 수치 -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게 바로 소위 ‘플라이볼 혁명’이라 일컬어지는 것의 실체다. 마치 새로운 무언가가 나타난 것 처럼 떠들지만, 타자들은 야구가 생긴 이레 항상 좀더 좋은 스윙을 만들어 내고자 노력해 왔고 때때로 성공한 적도 있다. 우리가 Statcast라는 아주 새로운(그리고 특별한) 장난감을 얻었고, 여기서 나오는 자료들 또한 전에 볼 수 없었던 것들이기는 하다. 하지만 이게 지금의 상황을 오롯이 설명한다고 할 수는 없다.
경고! 수포자는 돌아가시오!
과거의 데이터를 돌아보고자 2003년부터 지난 시즌까지의 레트로시트 자료를 살펴보았다. 물론 2003년에는 발사각도같은 자료는 없었지만, 타구의 종류에 대한 데이터(플라이볼, 땅볼, 팝업, 라인드라이브(직선타) 같은)는 찾을 수 있었다. 타구 종류 데이터가 100% 신뢰할 만한 것이 아니라고는 하나, 이를 통해 플라이볼 타구가 좀더 늘어날 경우 각 선수들의 연간 퍼포먼스 상관관계는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분석에서 타구종류 데이터를 그대로 사용하기 보다는 약간의 수정을 하기로 했다. 이전의 연구(링크)를 보면, ‘타구 종류’를 놓고 볼때 땅볼과 플라이볼은 완전 반대의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으나 라인드라이브 타구는 어떤 고유의 성격을 가진 별도의 개념으로 분류를 했었다. 게다가 라인드라이브는 시즌단위로 놓고 볼 때 절대 선수의 실력을 나타낼 수 있는 지표라고 볼 수가 없다!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어 내는 어떤 기술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 어려우며, 라인드라이브 비율은 선수의 땅볼/뜬공 비율과도 전혀 연관이 없다.
그래서 이번 분석에서는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완전히 제외해 버렸다. 이렇게 함으로써 해당 기간(2003-2016)에 각 선수들이 타석에서 어떤 방식을 보여주었는 지에 대한 좀더 사실적인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사 결과 뜬공 비율을 5%이상 증가시킨 사례(연속된 2시즌간 최소 250타석 이상 등장한 타자 기준)가 250개 정도 있었는데, 14년 동안 250개의 케이스란건 그냥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또다른 분석을 진행했고(여러분이 보기에 조금 어려울 수도 있지만), 지금부터 그걸 되도록 쉽게 풀어 쓰고자 한다. 한시즌에 250타석 이상 들어선 적이 있는 모든 타자들을 대상으로(그 이듬해에도 250타석 이상 들어서야 조사대상이 될 수 있다), 뜬공 비율이 다른 지표들과 얼마나 큰 상관관계를 가지는지 조사한 결과를 보여주겠다.
퍼포먼스 종류 | FB%와의 상관도 |
스윙당 컨택트율 | -.114 |
삼진 | .093 |
볼넷 | .054 |
1루타 | -.286 |
2루타/3루타 | .093 |
홈런 | .341 |
아웃 | -.047 |
출루율 | -.008 |
참고: 따로 언급하지 않은 모든 스탯은 타석 단위(예: 타석당 삼진, 타석당 볼넷. 컨택트율만 단위가 다름)
(여러분이 알아야 할 것은, 위의 결과는 연간 플라이볼 비율이 5%이상 증가한 타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것이란 점이다. 전체 타자들이 아님에 유의할 것)
상관도라는 것은 둘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강한지를 말해줄 뿐, 그 크기를 말해주지는 않는다. 플라이볼을 더 많이 쳐내는 것은 우리가 상상한 대로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플라이볼을 많이 만들어 내려 할수록 홈런을 좀더 많이 칠 수 있는 반면, 그만큼 1루타의 개수가 줄어드는 상황 – 물론 1루타 보다 홈런의 가치가 크다 -이 벌어진 것이다. “땅볼에는 장타가 없다”는 말은 좋은 말이지만(땅볼을 쳐서 좋은 퍼포먼스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뜻), 땅볼에서는 그나마 ‘출루’라는 것을 기대해볼 여지는 있지만 뜬공을 기다리는 것은 수비수의 글러브 뿐이다.
다시 표를 살펴보자. 표의 상관도를 해석하자면, 위의 지표 대부분이 뜬공비율과 ‘약한 상관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까 공을 많이 띄울수록 홈런이 몇개 더 나올 수는 있겠지만 ‘약한 상관관계’란 말은 이게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항상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뜬공비율이 약간만 증가해도 많은 홈런이 나올 수 있고, 반대로 뜬공비율을 늘렸음에도 홈런 갯수가 많이 증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 “뜬공 비율을 늘리는” 것이 좋은 타자가 되는 마술같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어떤 선수에겐 먹히겠지만,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물리학을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이라면, 타구의 결과는 ‘발사각도’와 ‘타구 속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알 고 있을 것이다. 타구 속도가 높지 않은 플라이 볼의 끝은 언제나 수비수의 글러브 속이다. 그리고 여러분이 160km/h이상의 타구를 날렸는데 그게 땅볼이라면 아마도 1루타 정도는 만들 수 있겠지만 4-3(2루수-1루수로 연결되는) 땅볼로 끝날 수도 있다. “공을 정말 쎄게 치고, 좀 높게 날리면” 결과가 좋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게 혁명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런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어왔기 때문이다.
‘발사 각도’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2015년 이전의 타구 속도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없다(역자 주: 2008년 이후의 타구속도 정보는 Pitchf/x 시스템 상으로 측정이 되어 왔으나, MLBAM은 투구 정보만 대중에 공개하였으며 타구정보는 대중에 공개되지 않았다). 아마 타구 속도와 가장 가까운 스탯이 ‘hard hit”이라는 것인데 – 이게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그래도 없는것 보단 낫잖아? – 2002년 이후의 자료를 살펴보면 꾸준히 플라이볼의 비율이 일반적으로 증가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다시한번 말하지만 그 사이에 선수들의 체격도 굉장히 많이 달라졌다.
15년 전에 비해 선수들이 좀더 세게 스윙을 할 수도 있다는 추측은 합리적이다. 만약에 여러분이 정말 스윙을 세게 한다면, 예전보다 플라이볼이 많이 나올 테고, 또 더 많이 나오는 플라이볼 중 몇개가 담장 밖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것을 “공을 세게 치는 혁명”이라기 보다 “플라이 볼 혁명”이라 부를 이유가 있을까? 이게 과연 혁명이라고 할 수 있기는 한 걸까? 이게 놀랄만한 일이 아님은 확실한 것 같다.
여러분, 다시는 속지 맙시다
자, 여러분이 아는 다섯명의 밴드 또는 가수를 적어 보라. 유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머리 속에 떠오르는 다섯명을 적어라.
내가 여러분의 머리 속에 들어가 누구를 뽑았는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여러분이 뽑은 다섯명은 대부분 라디오에서 많이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공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여러분에게 유명한 다섯명을 고르라고 하지 않았다. 단지 다섯 명만 고르라고 했을 뿐이다. 하지만 여러분은 아마도 매주 인기차트에 오르내리는, 그리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 만한 다섯 명을 골랐을 것이다.(설령 여러분이 덕심으로 다섯명을 뽑았다 한들 큰 문제는 없다)
사실 대부분의 밴드, 가수들은 TV의 현란한 무대가 아니라 누군가의 창고에서 연주를 하고 있으며 아무도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지 못했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거리의 여기저기서 버스킹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그 와중에 여러분의 눈에 띄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5명을 생각하라고 했을 때 여러분은 이들을 떠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통계적으로는 유명한 가수들의 수보다 이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러한 일이 지금 일어나는 “플라이 볼 혁명”에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물론 몇몇 잠재력 있는 선수들이 ‘플라이 볼’에 눈을 뜨면서 그 파워가 밖으로 드러난 것일 수 있다. 그래서 성공을 하게 되고, 보통 이런 류의 스토리는 좋은 기삿거리가 된다. 기사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실어나르게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유명세를 타게 된다. Statcast의 등장은 이런 이야기들을 좀더 과학적이면서도 재미있게 쓸 수 있게끔 해준 것이고..
하지만 이런 몇몇 사례들을 가지고 ‘혁명’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 플라이볼을 늘리려고 시도하다가 오히려 망한 선수들의 케이스는? 아니면 플라이볼 스윙을 해보니 도저히 자기와 맞지 않아서 원래 하던 스윙으로 돌아간 선수들은 어떻게 할 건가?
어쩌면 여러분은 내가 Statcast에 너무 박하다고 느낄 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들은 Statcast의 진정한 힘은 선수들에게 “공을 날려라”고 하는 대신에 ‘발사 각도’를 몇 도 이내로 최적화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데 있다고 할 수도 있다.(나는 이게 현실적인가 하는 부분에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18미터 밖에서 날라오는 140km/h짜리 공을 막대기로 쳐내는 행위에 있어서 몇도 단위의 정밀 튜닝이 가능하다는게 사실 상식적이지는 않다)
나는 이 “플라이 볼 혁명”이란 것이, 홈런의 증가를 설명하기 위한 상상력의 산물이 아닐까 싶다. 홈런은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타자들이 커지면서 공을 세게 치기 시작했다” 따위의 설명이 충분하지는 않을것이고, 여기에 Statcast라는 시스템이 아주 특출한 자료를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이를 토대로 지금의 홈런증가 현상을 설명하려고 하게 된 것이다.(하지만 타자들이 점점 커지면서 공을 세게 치는 것만으로도홈런은 증가한다.)
플라이 볼 자체가 좋은 것은 아니다. 실제로 타자들이 공을 띄워 보내려고 한다고 해도, 그 결과가 항상좋은 것은 아니라는 증거도 있다. 정말 좋은 것은 홈런이고, 나는 이것에 대한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고본다.
감히 말하자면(역자 주 – aka Pizza Cutter는 현재 업계에서 ‘감히’라는 겸손한 표현을 쓸 필요는 없는사람이다) ‘플라이 볼 혁명’은 현재 야구계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에 대해 그 임팩트에 비해 과장된 조명을받고 있는 것이라고 하고 싶다. 물론 어떠한 혁명이 일어나는 중일 수는 있지만, 나는 그게 “플라이 볼혁명”은 아니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