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클라스> 딘딘의 자퇴 사유 고백을 들으며 문득 떠오른 트라우마
평소 매주 일요일 저녁에 JTBC <차이나는 클라스>를 챙겨보는데, 지난주에는 동생이 <개그콘서트>를 보자며 보채는 바람에 <차이나는 클라스>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우연히 인터넷 기사를 통해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하는 딘딘의 고등학교 자퇴 사유를 읽게 되었다.
딘딘은 학교 정문에서 두발 단속에 걸렸다가 지각을 해버려 벌을 받고 있었는데, 같은 사유로 지각한 반 회장은 선생님이 그냥 들여보내자 “저도 두발 단속에 걸렸습니다!”했더니 자신만 때렸다는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 이후 학교에서 돌아와 집에서 너무나 화가 나서 눈물을 흘 렸다고 고백했다.
나는 딘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보면서 문득 머리에 스쳐 지나가는 기억이 있었다. 내가 중학교 시절 학교에서 당한 일이다. 당시 나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던 K를 감싸주던 선생님이 계셨다. 한때 내가 너무 괴로워 울면서 교무실의 학생 지도실 선생님을 찾아 갔더니 담임 선생님이 중간에 개입하셨다.
담임 선생님은 나를 손가락질하며 “쟤 또라이야. 신경 쓸 필요 없어요.”라며 그 자리에서 나를 때리셨다. 그리고 교무실 책상 옆에 무릎 꿇고 앉게 한 이후 발길질을 하면서 “공부 잘하는 애 앞길 막으려고 하지 마라.”라며 날카롭게 쏘아붙이셨다. 당시 내가 흘린 눈물은 그냥 눈물이 아니라 피눈물이었다.
방과 후 교실로 불러서는 K와 나를 반 아이들 앞에 세워두고, K가 어떻게 나를 때렸는지 다시 때려보라고 했다. 당연히 K는 평소 달려와서 머리를 후려치듯 때리는 게 아니라 살살 쳤다. 담임 선생님은 흡족해하는 표정으로 “이런 장난도 못 받아주나?” 하면서 나를 아이들 앞에서 모질게 대했다.
나의 항변은 철저히 묵살당했었다. 평소에는 머리를 세게 후려치듯 때린다고 의식이 날아갈 뻔한 적도 있었다고 해도 담임 선생님은 듣지 않았다. 담임 선생님은 중학교 1학년 때 평균 70점밖에 나오지 못한 나보다 전교 석차 10등 안에 들어가는 K가 더 중요했다. 성적으로 인한 지독한 차별이었다.
지금도 그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이 갈수록 더 자기중심으로 바뀐다고 하니 내가 설명을 잘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담임 선생님이 나한테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은 절대로 잊을 수 없다. 지금도 2학년 초기에 그런 일이 벌어지며 1년간 너무나 괴로웠던 일은 치가 떨린다.
만약 우리 집이 조금 더 정상적인 집이었다면, 딘딘의 집처럼 조금 더 나은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수단이 있었다면, 나 또한 학교를 자퇴하고 다른 방안을 찾지 않았을까? 지금 돌이켜보아도 너무나 아팠던 그 시절의 상처는 괴로운 숨소리를 내게 한다. 정말 두 번 다시는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다.
한편으로 그런 일을 겪었기 때문에 나는 아픔을 아는 어른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아팠던 상처를 앓았기에 나는 조금 더 일찍 어른이 될 수 있었다. 우리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기 시작한 그 시절부터 20대 중반까지 나는 한 번도 긍정적으로 사람과 사회를 대해본 경험이 없었다.
이 경험이 좋은 경험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지독한 시절을 버틴 경험이 조금 더 사회의 풍파에 견딜 수 있게 해준 건 사실이다. 아직도 나는 사람이 많은 곳에선 항상 긴장을 해버려 화장실을 자주 들락날락하고(대학에서도 매 시간마다 그렇다.), 약해지지 않도록 마음을 강하게 먹는다.
최근에는 성적만이 아니라 부모님의 재산과 학력까지도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모든 학교와 모든 선생님이 그런 비상식적인 일을 벌이지 않지만, 간간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차별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가 얼마나 병들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 너무나 안타깝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이 문제의 원인이 나와 비슷한 세대가 차별을 너무나 일상적으로 겪으며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누가 단 한 번도 차별이 나쁜 것이라 말하지 않고, 성적과 결과에 따라 차등대우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기에 우리는 이 흐름을 거스를 수가 없었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다.
고학력 부모들은 온전히 결과 교육에만 관심을 두고, 임대 아파트 아이들과 놀지 말라며 아이들을 다그친다. 차별은 또 다른 차별을 낳는 흐름 속에서 인간성은 멀어지고, 점점 결과만 지향하는 괴물이 만들어진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곁에 사람이 아닌 동물을 두는 것 또한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딘딘이 “꼭 방송에 나갔으면 좋겠어요!” 하고 털어놓은 그 경험담은 딘딘만의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경험담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내가 딘딘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제는 잊으려고 했던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린 것처럼, 오늘날에도 곳곳에서 차별로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부디 그 아이들이 차별에 익숙해져 통증에 무뎌지지 않고, 차별은 나쁜 것이라는 걸 알게 되어 자신의 상처를 남에게 입히지 않는 좋은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부디 지금도 곳곳에 만연하는 차별이 조금이라도 줄어 진짜 사람 사는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