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원 관련 논의가 여전히 시끄럽다. 이에 관해서 논의 중 항의하시는 분들 중 대다수가 잘못된 사실관계나 어디서 나왔는지도 모를 숫자, 혹은 근거 없는 본인 생각으로 주장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그것은 본인들이 무언가를 직접 찾아본 것이 아니라 ‘대략적으로 이렇겠지’라고 어렴풋이 아는 것들을 이야기하시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어렴풋이 아는 것은 대부분 사실과는 다르다. 그렇기에 그것을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1. 임금은 오르지 않는데 물가만 더럽게 많이 올랐다.
일단 정말로 소득이 오르지 않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할 문제다. 정말로 임금은 한 푼도 오르지 않았는가? 여기에 대해서 그렇다고 말하지는 말길 바란다.
통계청의 도시,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가계 소득 추이를 보면 1990년엔 938,133원이었던 것이 2015년엔 4,404,865원으로 25년 동안 4.7배가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혹시나 이러한 상승이 맞벌이 때문이 아니냐고 지적하실 것 같아서 맞벌이 여부별 가구당 소득 추이 그래프도 함께 올려둔다. 파란색이 맞벌이 가구의 소득이며 노란색이 맞벌이 외 가구의 소득이다.
90년에는 맞벌이 외 가구의 소득이 925,499원, 맞벌이 가구의 소득이 1,010,170원으로 큰 차이가 없었고 평균소득과의 차이도 크지 않았지만 이후 엄청난 차이가 벌어진다. 2015년에 맞벌이 가구는 5,483,499원, 맞벌이 외 가구의 소득은 3,770,783원으로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맞벌이 외 가구는 동일한 기간 동안 4.07배 소득이 상승했으며 맞벌이 가구는 5.43배 상승한 것으로 나온다. 이는 맞벌이의 주체인 여성의 인적 역량의 증가 등으로 벌어들이는 평균소득이 증가한 것에 기인한다.
혹여 자신은 평균 아래이므로 이 통계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으시다면 그러지 않길 바란다. 이것은 평균적인 데이터이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딱 중간지점에 위치한 중앙값을 기준으로 보자면 월 가구소득의 중앙값은 310만 원 정도다. 평균이건 중앙값이건 최저값이 아니라 대표점에 위치하기에 그 아래로 50%가 존재하는 것이며 하위 50%까지 포함하여 이 값이 나온 것이다.
소비자물가지수의 추이는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15년을 100으로 쳤을 때 2016년은 100.97, 86년은 32.013으로 30년 동안 3.15배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이것만 확인해도 소득은 오르지 않았는데 물가만 더럽게 많이 올랐다는 주장은 기각됨을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위의 소득데이터가 90년부터의 25년간의 데이터임을 감안하면, 그보다 전 기간까지 고려할 경우에 소득의 상승분은 훨씬 높게 나온다.
혹시나 소득의 상승률이 물가의 2배 이상이 되는 것을 원한다면 그것은 불가능한 것이란 것만을 분명히 해둔다. 이상적으로야 그것이 좋긴 하지만, 경제에서는 생산성 이상의 임금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여 결국 상승분만큼을 인플레이션이 잠식해버리기에 그렇게 크게 오를 수는 없는 것이다. 이것은 어떠한 음모 때문이나 나쁜 놈들 때문이 아니라 경제적 원리다.
2. 한국의 식료품 물가는 소득에 비해 너무 비싸다.
자주 지적되는 것이 한국의 식료품 물가 부분이다. 확실히 한국의 식료품 가격이 타국 대비 비싼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사람들이 체감 가격을 기입하는 NUMBEO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 NUMBEO의 사용 방법에 대해서는 과거에 글을 올린 적이 있으니 이 글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한국의 식료품 물가가 비싼 것은 분명히 사실이지만, 이것이 소득을 급격하게 인상해야 할 당위는 되지 못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부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왜 한국의 식료품 물가가 비싼지부터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것이 유통상인이 폭리를 취해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에 대해선 이 농민신문의 기사를 확인하자.
일반적인 편견과는 달리 한국의 유통마진은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보다 낮다. 이는 농협경제연구소의 자료에서도 확인되는 일이다. 거기에 유통마진에는 창고비용, 운송비용, 쓰레기 처리비, 관리비용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으므로 비효율을 개선한다고 해도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지는 않는다.
결정적인 문제는 생산성에 있다. 한국은 산이 많고 농경지가 쪼개져 있으며 기계를 통해 집약적 농업을 할 수 있는 땅 자체가 부족하다. 거기에 농업 기술은 더 뒤처져 있다. 또한 기후와 토양도 농업에 아주 적합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렇기에 미국과의 비교는 정말로 말도 안 되는 비교다. 미국은 세계 최고, 최대의 농업 국가로 경작지의 면적도 세계에서 가장 넓은 나라다. 거기에 대평야지대는 대규모 농업을 하기 가장 적합하며 농업 관련 기술 또한 매우 발달해 있다. 유럽 또한 국토 면적에 비해 인구수는 적은 편이고 국토의 규모도 커서 도시에 인구를 집약시키고 나머지 땅에서 농업을 해서 거둬들일 수 있는 수확량이 많다. 또한 주요 식량 수출국과의 거리도 비교적 가까운 편이기에 운송비 마저 적게 든다.
일본의 경우는 오래전부터 해외 농업기지를 개척하고 농업 기술향상에 주력해왔다. 한국은 반면 농업기지 개척에 실패했고, 기술향상은 일본보다 느리다. 기술 축적의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식료품 가격으로 미국과 유럽 선진국과 비교하는 것은 ‘너는 왜 원빈이나 정우성처럼 잘생기지 못했냐?’라고 묻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태생적인 차이고 기후와 지형의 차이다. 여기에 지방의 조합들이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브랜딩 하는 것도 잘하지 못해서 이 격차는 더 벌어진 마당이다.
즉, 한국의 식료품이 비싼 것은 소득이 적어서가 아니라 식료품의 생산성 자체에 문제가 있는 케이스다. 따라서 이것은 최저임금을 급격히 늘린다고 해서 개선될 문제가 아니다. 최저임금이 늘어나면 농산물의 가격은 상승하지 않을 것 같은가?
정 그렇게 해외 국가들처럼 싼 농산물을 원한다면 전량 싼 곳에서 수입하고 무관세로 풀면 된다. 문제는 그렇게 할 경우 농어촌 지역의 경제가 초토화되고 박살 난다. 그것 또한 사회문제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3. 한국은 주거비도 비싸다.
모든 것에는 일장일단이 있는데 선진국들은 식료품이 저렴한 대신 주거비가 매우 비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한국도 집값 비싸다고 이야기하는데, 타국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주택가격의 국가 간, 시계열 비교는 이 이코노미스트를 통해서 매우 쉽게 할 수 있다. 한국을 선택하고 다른 국가를 선택하면 86년을 기준으로 주택 가격이 얼마나 달라졌는가를 파악할 수 있다.
한국은 위의 그래프에서 회색 선이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30년 동안 2.7배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다른 주요국 대비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야 86년의 버블 경제 이후 잃어버린 20년을 체험한 국가고, 독일이야 유럽에서도 이례적으로 주거비용이 안정된 나라였지만 그 시스템은 장기영속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 때문에 최근 급격한 상승을 기록 중이어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독일의 주택시장이 궁금하시다면 과거에 관련 글을 쓴 바 있으니 이 글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 것이다.
자, 그냥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하고 봤을 때도 타국 대비 주거비용이 크게 상승한 것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물가를 놓고 상대적인 상승분을 계산하면 그 차이는 더 확연하게 벌어진다. 지난 30년을 놓고 볼 때 선진국보다 한국의 인플레이션율이 높다는 것은 굳이 확인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래도 아쉬우니 미국을 놓고 비교해보자. 굳이 미국을 비교하는 것은 미국도 우리와 비슷하게 지난 30년 동안 3배 정도 집값이 상승한 국가(미국 3.03배, 한국 2.74배)이기 때문이다.
위의 그래프는 세인트루이스 연준의 자료로 1986을 100으로 둔 물가지수 그래프다. 이에 따르면 2016년은 218.8로 30년 전보다 2.19배가 오른 것이다. 동일 기간 동안 한국이 3.15배가 오른 것을 감안하면 확실히 선진국답게 물가가 적게 올랐다.
자, 그러면 물가를 기준으로 위의 이코노미스트 자료를 판단해보자. 동일 기간 동안 집값은 양국이 서로 엇비슷하게 올랐지만 물가 차이 때문에 미국의 집값은 한국보다 더 크게 올랐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한국은 물가보다 집값이 덜 올랐다고도 볼 수 있다.
이것을 감안하면 한국이 다른 선진국 대비 음식도 비싼데 집도 비싸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믿기진 않겠지만 선진국 대비 확실히 주거비는 저렴하다.
이는 IMF의 자료로, 소득 대비 주택의 가격이 얼마나 빠르게 상승했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프다. 100이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주택의 가격이 소득보다 더 빠르게 올랐다는 것이고 100보다 낮으면 소득이 주택가격보다 더 빠르게 상승했단 것이다. 한국은 여기에서 100 이하에 위치해 있음을 확인 가능하다. 현재 추세가 지속될지는 알 수 없으나 현재로서는 주거비 문제가 높다고 하기엔 어렵다는 것이다.
모두가 집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그게 감성적으로는 맞을지 몰라도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 그것을 추구하다가 벌어진 일이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였고 금융위기였고 한국과 세계 경제가 이 모양으로 덜그덕 거리는 이유다.
집은 전 세계 어디든 다 부채를 끼고 사는 재화이자 가장 비싼 자산이라는 것을 생각하자.
4. 최저임금 1만원 올려도 인플레이션 안 생긴다.
이런 주장을 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주장을 하는 정확한 근거가 있으면 제시를 해주셨으면 한다. 본인들의 머리 속에서 ‘안 그럴거다’라고 하는 것 외에 말이다. 몇 번 이야기했지만,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인상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이것은 이견이 없는 경제 원칙이다.
이것은 바로 인플레이션의 개념에 대한 이해가 잡혀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과거에 글을 쓴 적이 있다. 최대한 쉽게 써보려고 노력한 것이니 읽고 이해하시는 데에 어려움은 없으실 것이라 생각한다. 해당 글에서 나는 급격한 임금의 증가가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인플레이션과 사람들이 물가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두었다.
적어도 어떤 것에 대해 반론이나 다른 주장을 제시하려면 그것이 본인 머릿속에 있는 것이 아닌 근거가 될만한 내용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옳다. 이게 없이 ‘무조건 내 말은 옳고 니 말은 잘못됐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거지에 불과하다.
5. 한계 중소기업, 한계 자영업자들을 싹 쓸어버려야 한다
이것은 너무 극단적인 주장이라 어디서부터 짚어야 할지 모르겠다. 경제에 충격을 주긴 쉽지만, 그것을 회복하기란 매우 어렵다.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불황도 그때 닥친 충격을 빠르게 회복하지 못해서다.
중소기업 날려버리고 자영업자들도 날려버리자는 것, 말은 쉽다. 그러면 그 사람들이 최저임금을 주는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이 없어지면 최저 임금을 줄 수 있는 기업이나 고용의 수는 급격히 줄어든다. 소득의 증가로 인한 순환은 그보다 늦게 이루어지기에 당장의 이 충격을 버티지 못해 무너지게 되고, 이러한 붕괴가 경기에 대한 불안으로 나타나 더 지출을 꺼리게 만듦으로 경기는 더 나빠지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긍정적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모든 문제를 해결할 단 하나의 버튼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
6. 통계자료는 체감치와 다르므로 믿을 수 없는 자료다.
일단 이런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본인의 감이란 걸 절대적으로 믿으시냐는 것이다.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득보단 고통에 더 민감하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산 가격이 오르는 것보다 내리는 것을 더 크게 생각하며 상품의 가격도 내리는 것엔 민감하지 않은 반면 오르는 것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인식한다.
가격에 대한 인식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마트에 가보면 농수산물은 시시때때로 가격이 계속 변동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상품의 가격을 판단할 때 평균 가격이 아닌 그 상품이 가장 저렴했을 때의 가격을 기준으로 그 상품이 얼마나 비싼지를 판단한다.
계란 가격이 최근에 크게 오른 것도 사람들은 이 가격을 영속적으로 유지될 가격이라 인식한다. 그러나 현실은 고점 이후 아직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가격이 내려오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최저가를 기준으로 판단을 하기에 오른 것만 기억을 하고 내린 것은 배제를 해버리는 것이다.
특히 오른 것만 기억하고 내린 것은 잘 기억하지 않는 성향 때문에 물가지표와 체감은 큰 괴리가 발생한다. 물가지표라는 것은 특정 기간 동안에 많은 상품들에 가중평균을 매겨 그 상품의 가격 변동을 지수화한 것이다. 즉, 평균이란 것이다. 평균 안에서는 일부 몇 가지의 큰 변동은 그 안에 묻혀 두드러지지 않는다. 하지만 체감은 이러한 일부 품목의 큰 변동을 과도하게 크게 인식하기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통계청이나 이러한 공식 자료가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면, 다른 믿을 만한 자료를 같이 제시하셔야 하는 것이다. 개인의 경험은 전체의 경험(통계)에 비하면 신뢰도가 매우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 자료 대신 자신의 경험이 가장 믿을 만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7. 그러면, 최저임금이 올라선 안 된다는 것인가?
왜 그렇게 극단적으로 판단하시는지 나는 알 수가 없다. 나는 최저임금의 인상에 반대한 적이 없다. 나는 적정 비율의 임금인상을 찬성하는 사람이다. 그 적정 비율에 대한 기준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한 번에 만원으로 올리는 것은 그 적정 비율을 한참 넘어서는 수준이다.
임금 상승률은 생산성의 증가와 그 궤적을 비슷하게 맞춰야 한다. 물론 2008년 이후 실질 GDP 증가에 비해 실질임금 상승률이 못미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상승이 이것을 모두 충족하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일 뿐이다. 임금 상승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결국 생산성의 증가다.
최저임금은 최근 10년 동안 연 6~7%씩 꾸준히 상승해 왔다. 물론 경총 등의 사용자 측이야 한 푼도 올릴 수 없다고 매년 뻗대고 있지만 그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니 가볍게 무시해주면 될 일이다. 이 정도만 유지해도 7년 정도면 최저임금은 1만원에 이른다. 이건 생각 이상으로 매우 빠른 상승속도이며 결코 무시할만한 상승률이 아니다.
지금 6~7%씩 오르는 게 뭐가 있는가? 물가 상승률은 1%로 떨어진지 오래며 경제성장률도 2% 초반에 예금이율도 1%대에 이르렀다. 한방에 무언가를 하려는 사고방식은 매우 위험하다. 뭐든 급하게 하려다가 체하는 법이다.
최저임금의 상승도 상승이지만, 준수율도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매우 높은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게 되면 현재 12%에서 매우 높은 비율로 증가할 것이다. 이렇게 최저임금 미준수를 하는 사업장은 대부분 영세업자들이다. 이 경우 폐업 아니면 불법으로 갈 수밖에 없다. 폐업의 경우 급격한 폐업이 사회문제가 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며 불법 또한 문제가 된다. 이 부분에서의 관리도 되지 않으면서 급격한 임금인상 논의는 분명 문제가 있다.
식료품의 문제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농촌의 생산성 개선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 기후와 지리의 제약까지 존재한다.
이 모든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최저임금 1만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세상을 너무 단순하게 보고 나머지를 무시하고 있는 주장인 것이다. 최저임금 1만원이 3가지 문제를 해결한다고 치면(실제로는 하나도 못 해결할 것이다) 그로 인한 다른 문제 10가지를 새로 만들어 낼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저임금위원회의 자료를 첨부한다.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것은 1986년 12월 31일이고 시범 시행한 것이 1988년, 그리고 1989년부터 이것이 본격화되었다. 1989년에 제정된 최저임금은 600원이었다. 올해의 최저임금이 6,470원임을 감안하면 28년 동안 10.78배가 오른 것이다. 이것은 노동자들이 그간 열심히 싸워온 기록이자 승리의 이력이나 다름없다.
사용자 측에서 매년 동결을 외치고 100만 원으로 사는 데 무리가 없다는 것에 분노할 이유가 전혀 없는 이유다. 이 부분에서 노동자들이 사용자측에 밀려 동결이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 정도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도 충분하다.
냉정하게 판단하고 냉정하게 생각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문제가 어떤 한가지로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은 매우 위험한 믿음이다.
덧붙임
어쩌다 제보가 있어서 이에 대한 반박 글을 보았다. 요약하자면 ‘테크노크라트들의 세상 바뀐 걸 모르는 소리’ 취급인데 일단 최저임금을 2인 이상 가구 소득으로 소득 이야기를 다룬 것과 가구의 해체 추이를 간과한 것은 내 실수이긴 하다.
그러나 ‘소득이 고용주에게서 나오는 시대가 끝나가므로 이는 맞지 않다’는 주장이나 ‘이러한 주장이 표를 얻기 힘들기 때문에 옳지 않다’는 식의 이야기야말로 논점 일탈이라 생각한다.
최저임금이 소득분배에 효과가 있으려면 최저임금제가 잘 지켜져야 한다는 조건이 바탕이 되어 있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현재로서는 드러난 미이행율만 12%다. 그리고 이것이 무조건적인 최저임금의 상승이 소득재분배와 빈곤에 효과가 있다면 실제 최저소득 직종에서 일하는 비율이 높은 1인 가구의 청년층과 고령층의 소득증가율이 낮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실제로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비정규직 비중이 줄어감에도 최저임금 미만 비중이 줄기는커녕 증가하고 있는 것은 최저임금 상승보다는 최저임금 준수에 더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최저 임금만 올리는 경우는 겉으로 드러난 쪽에서 일하는 소수의 사람만 이 혜택을 받고 나머지는 그림자 속에 가려져 소외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적절한 상승률에 더해 최저임금 미준수율 감소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분께서는 ‘내가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인상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라는 말과 본문의 ‘임금이 물가보다 더 올랐다’는 말이 서로 앞뒤가 안 맞는 말이라 하는데 이게 어떻게 앞뒤가 안 맞는 말인지 그분이 잘못 이해를 하신 것 같다. 한국의 생산성 증가는 언제나 물가의 상승분보다 높았기에 이는 배치되지 않는다. 생산성과 물가상승을 동일하게 여기고 착각하신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이 글을 쓴 것은 최저임금 1만원이 모든 해법인 양 이야기하기에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것이 잘 될 가능성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부작용만 속출할 것이 뻔한데 그것을 지지하는 것이 더 이상한 게 아닌가?
이것을 단지 ‘테크노크라트들의 현실 인식 부재’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현실을 잘 모르는 발상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이러한 방법이 권력유지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이런 방법은 안 되니 극단적으로 가자는 주장은 완벽히 잘못된 생각이다.
원문: Second Com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