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유럽 여행을 가보지 못했다. 친구는 매년 두 차례 정도 해외여행을 다니는데 얼마 전에는 프랑스 파리로 떠났다. 프랑스를 비롯해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체코, 헝가리 등을 갔고 파리가 좋다며 5년 만에 다시 간 것이다.
나도 유럽 중에서 가장 가고 싶은 나라는 프랑스인데, 생각해보니까 프랑스 특히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많았다. 그 영화를 보니 더더욱 파리에 가고 싶어진다.
1.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제목부터 파리가 들어가는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길 펜더(오언 윌슨)가 자정마다 1920년대로 타임슬립해서 평소 동경하던 예술가들과 만나게 된다. 주인공이 세느 강 주변을 걸을 때 나오는 풍경들도 정말 아름답지만 자정 전후, 또 1920년대의 밤의 풍경과 당시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예술과 낭만이라는 분위기도 멋지고, 마리옹 꼬띠아르가 연기한 애드리아나의 이미지가 우아하게 나오는데 작품의 분위기와 잘 맞으면서 영화의 매력을 한층 살렸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런가,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는 약혼자 이네즈 역을 맡은 래이첼 맥아담스보다 마리옹 누님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최근 ‘어쌔신 크리드’ ‘단지 세상의 끝’ ‘얼라이드’ 등 그녀가 주연한 영화들이 개봉하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길은 1920년대를 동경하고 애드리아나는 그 이전 시대를 부러워한다. 결국 지금 현재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인상적이다.
2. 비포 선셋 Before Sunset
전작 ‘비포 선라이즈’가 유럽 기차여행을 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라면 ‘비포 선셋’은 파리에 가고 싶어지게 만드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러닝타임 80분 동안 아주 밀도 있게 프랑스의 다양한 풍경이 등장한다. 전반적으로 파리의 멋진 풍경과 주인공들의 멋진 비주얼이 잘 어우러진 점도 이 영화의 장점.
셰익스피어 서점부터 시작해서 카페로 이동하는 그 길도 멋지고, 그 후 공원에 갔다가 세느 강에서 유람선을 타는 장면이 가장 아름다웠다. 마지막에는 셀린(줄리 델피)이 집에서 제시(에단 호크)한테 샹송을 불러주면서 더더욱 프랑스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개인적으로 ‘비포 선라이즈’나 ‘비포 미드나잇’보다 ‘비포 선셋’을 좋아한다. 내 또래인 30대가 배경이고 현실과 이상이 가장 조화됐다는 점도 있지만 파리의 풍경이 아름다웠던 점도 크게 작용했다. 팟캐스트에서도 이 시리즈를 다룬 적이 있었는데 나머지 멤버 두 분은 나와 달리 20대였지만 역시 ‘비포 선셋’을 지목하기도 했다.
3. 퐁네프의 연인들 Les Amants du Pont-Neuf
위의 영화들과는 달리 1992년에 개봉한 워낙 예전 영화이기 때문에 모르는 분도 많을 것 같다. 줄리엣 비노쉬라는 명배우가 나왔다는 이유로 어렸을 때 봤었는데, 내용이 재밌다고 생각은 되지 않았지만 ‘퐁네프’라는 단어와 그곳 배경은 지금도 각인될 정도로 기억에 남는다.
퐁네프는 세느 강의 아홉 번째 다리다. 이곳에서 주인공들은 치열하게, 처절하게 사랑을 한다. 세느 강 주변은 위에 열거된 영화에서도 알 수 있듯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데 퐁네프 다리를 배경으로 야간 불꽃놀이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라 할 수 있다.
4. 레 미제라블 Les Misérables
워낙 명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라 이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지만 당시의 파리 배경도 기억에 남는다. 1832년 6월 혁명 당시 주 혁명 장소였던 바스티유 광장과 그 부근의 모습, 아울러 맨 마지막 합창하는 모습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당시보다 지금 훨씬 유명해진 에디 레드메인이 그곳에 바리케이드를 구축하고 혁명을 이끄는 모습도 많은 이에게 회자될만한 모습이 아닐까.
5. 프렌치키스 French kiss
개인적으로 멕 라이언의 가장 전성기 시절 작품이자 그녀의 매력이 가장 잘 나타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프랑스 파리는 물론 조금 지역을 벗어난 포도원과 포도농장의 모습도 아름다웠다. 마지막 장면인 그곳 배경의 키스신은 정말……!
이 작품에서 멕 라이언이 연기한 케이트는 바람 난 남친을 잡으러 파리에 왔다. 설상가상으로 짐까지 잃어버려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 그러나 열차 안에서 에펠탑의 모습을 보고 넋이 나가는 모습은 특히 잊을 수 없는 장면이다.
이렇게 다양한 영화에서, 또 여기서 다루지 못한 작품들에서 파리가 등장한다. 빠르면 올해 꼭 성지순례 가보고 싶다.
원문: marseilleu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