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국형’에 시장을 분석할 이유가 있었나?
업계에서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의 데이터 분석 수요가 커지면서 빅데이터를 다루거나 데이터 분석가들을 찾는 기업이 늘어난다고 하는 기사나 이야기들이 떠돌아다닌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발표한 「2015년 빅데이터 시장 현황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빅데이터 공급기업과 수요기업 모두 빅데이터 분석가가 필요하다고 내다보고, 많은 데이터 분석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야도 금융을 비롯하여 통신, 커머스 등을 아우르고, IT 관련 부서뿐 아니라 현업이라고 불리는 마케팅이나 영업도 포함된 관계에서의 데이터 활용을 위해서 빅데이터 분석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죄송하지만… 한국형 환경에서는 빅데이터 분석가나 전문가는 그다지 필요 없을 것 같다.
1. 변화하지 않는 기업
내부 R&R과 내부 혁신을 하기 위한 인사이트를 찾고 데이터 변수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정해져 있는 프로세서, 굳이 기업 내부의 변화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진정한 데이터 분석가’는 해당 기업에 무의미할 것이다.
정말 전문가라면 내부 혁신에 관한 키워드들을 뽑아줄 텐데 이런 이야기는 컨설팅 업체에서도 하지 않고 내부에서도 금기시할 단어들이 대부분이다. 만일 중요 키워드로 오너의 키를 문제라고 지적한다면 아마 해당 부서나 관련자들은 움직이지도 못할 것이다.
내부 혁신이 불가능한 기업과 오너 중심의 대기업은 데이터 분석가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오너의 생각을 읽고서 적당하게 마사지 된 데이터를 보여줄 외부 데이터 분석 서비스 업체만 필요할 뿐이다. 국내에는 데이터 분석 서비스 업체 정도가 적당하다.
2. 기업과 조직의 빈약한 데이터
기업과 조직은 프로세스 하단에서 동작하는 수많은 로그를 추적 감시 및 감사하는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어야 하며, 고객 서비스를 하는 서비스 집단도 아이디어가 하단에서 상단으로 올라가는 환경이 이미 가동되고 있어야 한다. 데이터 대부분은 그런 인사이트를 증명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미 중요한 움직임을 보일 때에만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할 데이터들이 축적되는데, 사실상 의미 없이 마사지 된 보고서들만 존재한다. 원천적으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추출할 데이터는 없고 대부분이 왜곡된 정보들이거나 특정 힘에 의해 데이터들이 왜곡돼 있다면 해당 기업과 조직은 데이터가 없다고 봐야 한다.
3. 실전 전문가의 이른 퇴직
빅데이터를 통해서 단지 현황만 보는 게 아니라 기업의 미래나 새로운 먹거리를 유도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도메인이나 해당 마켓에 익숙하고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가 같이 있어야 한다. 실제 데이터가 의미하는 방향성이나 수치, 지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읽어 줄 수 있는 것은 해당 업무와 해당 도메인의 전문가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실전이나 실무에 익숙하고 경험이 풍부하게 축적된 전문가는 하청업체의 사람이거나 이미 퇴직한 사람이다. 그런 기업에서는 아무리 데이터가 분석되어도 어떤 의미인지 판독해줄 사람이 없다.
4. IT 기술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빅데이터나 머신러닝과 같은 지식화 인사이트는 절대 IT 기술이나 주변의 소프트웨어 솔루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 내부에 축적된 지식을 기반 두고 사람을 기준으로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데이터 분석 전문가는 단지 그것의 가치를 판정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줄 뿐이다.
대부분의 한국형 조직들은 데이터 거버넌스 조직도 없으며 제대로 된 인사시스템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 슬프지만 빅데이터 전문가는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생성되는 것이다. 자생적으로 빅데이터 전문가가 생성되지 않는 조직은 이미 지식화가 불가능한 형태이므로 너무 무리하지 말고 현재 환경에서 연착륙하는 것을 고려하는 게 최선일 것이다.
역시 한국형에서는 굳이 ‘빅데이터 분석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빅데이터 분석가 코스프레’를 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 아닌가? 오너가 이야기하는 A를 A처럼 써줄 수 있는 코스프레가 가능한 사람이면 충분한 것 아닌가 한다.
원문: 신현묵의 브런치